게임체인저로 기대받고 있는 한국 독자 개발 비(非)핵탄두 탑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한 한계가 시일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북한이 선제 핵공격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비례억지전략'을 현 SLBM으로는 펼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21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해군의 첫 3000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을 비롯해 추가로 건조되는 중형 잠수함 총 9척에 SLBM 78발을 장착할 계획이다. 지난 15일 오후 충남 태안 소재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종합시험장에서 시험 발사된 비(非)핵탄두 탑재 SLBM은 사거리 500㎞의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 II-B'를 개량해 만든 '현무IV-4'로 전해졌다.
◆선제 핵공격 억지하는 SLBM 장점 전혀 못살려
SLBM은 현존하는 인류의 무기체계 중 가장 위협적이고 위력이 큰 전략무기로 이 시대의 핵전쟁을 억제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하는 국가가 영국이다. 영국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상 발사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용하지 않는다. 대신 원자력 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에 핵탄두 탑재 SLBM을 실어 운용하고 있다. 선제 핵공격을 받으면, 핵탄두를 탑재한 SLBM을 원점 타격이 불가능한 SSBN에서 발사해 상대에게 보복한다는 전략을 세웠기 때문이다.
영국이 핵탄두 탑재 SLBM으로 언제 어디서 보복을 할지 모른다는 사실은 결과적으로 아무도 선제적으로 영국에 핵공격을 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낳았다. 영국은 이같은 비례억지전략을 모스크바를 파괴할 정도의 핵전력을 보유한다는 뜻에서 '모스크바 기준(Moscow Criterion)'이라 불렀다.
영국을 비롯해 우리보다 먼저 SLBM을 개발한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인도는 모두 핵탄두 탑재 SLBM이다. 특히 북한 '북극성' 시리즈는 우리 SLBM보다 크기가 크고 사거리도 1000㎞ 이상으로 훨씬 더 길다. 게다가 북한 SLBM 역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은 2016년 SLBM인 북극성-1형을 잠수함에서 처음으로 시험발사하는 데 성공했고, 2019년 10월에는 개량형인 북극성-3형 시험발사에 성공했지만 잠수함에서 쏘진 않았다.
이처럼 북한은 일찌감치 SLBM 개발에 매진해 2000톤급 '고래급' 잠수함에 VLS 1문을 탑재했고, 1970년대부터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1800톤급 '033형' 잠수함에도 VLS 3문을 탑재할 수 있도록 개량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033형 잠수함은 옛 소련제 '프로젝트 633'(나토명 '로미오급') 잠수함과 사실상 동일하다.
◆"북한 핵무기 위력 0.001% 수준"
북한은 우리 군 SLBM에 대해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깎아내렸다.
장창하 국방과학원장은 지난 20일 조선중앙통신에 ‘남조선의 서투른 수중발사탄도미사일’이라는 글을 발표했다. 그는 “남조선이 공개한 자국 기술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전쟁에서 효과적인 군사적 공격 수단으로는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전략 전술적인 가치가 있는 무기로, 위협적인 수단으로 받아들일 단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중무기와는 거리가 먼, 쉽게 말하여 제 모양새를 갖추지 못한 어딘가 부실한 무기”라며 “분명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이 아니었다. 사거리가 500㎞ 미만인 전술탄도미사일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가 북한을 앞지르고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SLBM 7번째 운용국이 된 것에 대한 불만 어린 시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SLBM은 위력 측면에서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 SLBM에 비할 바가 못 된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개발 비(非)핵탄두 탑재 SLBM은 탄두중량을 3t으로 증대시키더라도 전술 핵탄두급인 20kt 대비 TNT 기준 0.015% 수준으로 평가된다. 2017년 9월3일 6차 핵실험 시 추정된 북한 전략핵무기 위력은 국가별로 50~290kt급으로 평가됐다. TNT 3t은 약 0.006%~0.001% 수준인 셈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상호확증파괴 전략 수행에 필수적인 핵무기 확보가 보장되지 않는 한 (우리 군) SLBM 효과 역시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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