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헝다그룹이 파산하면 중국 금융시장에 큰 위험을 가져와 글로벌 경제에도 타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헝다그룹이 일부 회사채 원금과 채권 이자를 갚아야 하는 23일이 부채 상환 능력을 1차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도시농촌건설부가 주요 은행들과의 회의에서 헝다가 20일 예정인 은행 대출 이자 지급을 못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은 중추철 연휴로 20~21일 은행이 업무를 하지 않아 헝다가 은행 대출을 제대로 지급 했는지는 22일 이후 공식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헝다가 부도가 난다면 부실 채권들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중국의 금융 시스템에 큰 위기를 불러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헝다의 작년 말 기준 총부채는 1조9500억 위안(약 350조원)에 달한다. 이 중 헝다가 은행과 신탁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자금이 5718억 위안(약 105조원) 수준인데 이 중 절반 가까이의 만기가 올해 안에 몰려 있어 위기를 완전히 벗어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7~8일에는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와 피치가 헝다의 신용평가 등급을 각각 두 단계로 낮추고 '파산 가능성'을 경고하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세계 금융권에서는 '중국판 리먼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헝다 파산이나 이로 인한 중국 부동산 거품 붕괴와 금융시장 폭락은 코로나19 이후 풀린 돈에 의해 거품이 낀 자산 가격들의 조정으로 이어지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올해 말부터 시작하겠다는 테이퍼링과 시기가 겹치면 자산가격 재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파산을 지켜보기만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내년 2월 동계 올림픽 개최와 가을 최고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경기와 금융시스템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의 혼란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헝다그룹 사태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과거 중국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줬던 이벤트와 달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회사채 부도규모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나 정부가 승인하는 '계획부도' 범주 내에 머물러 있다"며 "헝다그룹의 디폴트 위험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부동산 위험을 넘어 금융시스템의 붕괴로 연결되는 최악의 금융위기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