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구글의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와 한국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대국은 AI의 잠재력을 전 세계에 보여준 대사건이었다. 이후 각국 정부와 기업이 AI 기술 개발, 인재 확보 경쟁에 나섰고, 일상에 AI 기술이 접목되는 ‘AI 시대’가 열렸다. 구글은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바로 양자컴퓨터다.
양자컴퓨터는 얽힘, 중첩 같은 양자역학 원리를 활용한 미래형 컴퓨터로, 슈퍼컴퓨터의 계산 능력을 능가하는 성능을 갖춘 게 특징이다. ‘블랙홀’처럼 실제 실험실에서 구현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을 시뮬레이션할 수도 있다. 이에 양자컴퓨터는 신물질이나 신약 개발 시기를 앞당기고, 금융과 물류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용될 새로운 컴퓨팅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구글은 양자컴퓨터가 기후변화, 감염병 등 전 세계가 직면한 도전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구글은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바버라에 문을 연 ‘퀀텀 AI 캠퍼스’를 미디어에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캠퍼스엔 구글 최초의 양자 데이터센터와 양자 하드웨어 연구소가 있다.
이날 공개된 양자컴퓨터는 우리가 그동안 본 PC, 슈퍼컴퓨터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금속으로 된 원형 통 상단엔 수많은 케이블이 연결됐다. 내부는 여러 단으로 구성돼 있고, 하단엔 퀀텀 프로세서가 장착된다. 원형 통은 여러 겹이 있는데, 가장 바깥쪽은 알루미늄 소재다. 이는 낮은 온도 상태를 유지해주는 장치다. 구글의 양자컴퓨터는 초전도체 큐비트(퀀텀 비트·양자컴퓨터의 정보처리 단위)를 사용한다. 큐비트가 전기 저항이 거의 없는 초전도체 상태로 유지되려면 극저온 상태로 냉각돼야 한다. 양자컴퓨터는 10밀리켈빈(mK)까지 온도가 떨어진다. 이는 영하 273.14도로, 우주(4켈빈)보다도 낮은 온도다.
이날 퀀텀 AI 캠퍼스 소개를 맡은 에릭 루체로 구글 퀀텀 AI 수석 엔지니어는 “초전도체 큐비트는 전이 온도 밑으로 온도를 낮춰야 작동하기 때문에 냉각 인프라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속 통은 진공 상태로 유지되며, 빛과 공기뿐만 아니라 우주선, 지구 자기장까지 차단한다. 컴퓨터 계산 시 발생하는 오류를 막으려면 이 같은 밀폐 조치가 필요하다고 구글은 설명했다.
양자컴퓨터의 장점은 일반적인 데이터센터보다 전력 소모가 적다는 점이다. 루체로 수석 엔지니어는 “슈퍼컴퓨터는 전력량이 메가와트 단위인데, 양자컴퓨터는 25킬로와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구글은 2029년까지 오류 보정이 가능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양자컴퓨터는 외부 환경에 민감해 1000번 연산을 하면 1번 정도의 오류가 발생한다. 이를 대폭 낮추는 단계가 양자컴퓨터 상용화의 이정표라고 구글은 보고 있다.
구글은 친환경 배터리 설계, 비료 혁신, 신약 개발 등 기존 컴퓨터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일들을 양자컴퓨터가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
루체로 수석 엔지니어는 “양자컴퓨터로 자연을 모델링, 시뮬레이션해서 ‘질소 고정(공기 중 질소화합물이 전환하는 과정)’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파악해 낮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먹거리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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