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에 청신호가 켜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상향 조정했다. 코로나19 4차 확산에도 4개월 전보다 0.2%포인트 높여 잡은 것. 아시아개발은행(ADB) 역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지난 7월에 제시한 4.0%로 유지했다.
이처럼 경제성장률에 파란불이 들어왔지만 계속되는 코로나19 확산세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올 4분기(10~12월) 경제 성장을 위협하는 암초가 수두룩하다.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 조정 등 방역 고삐를 죄고 있지만, 코로나19 감염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어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에 정부 '반색'
OECD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중간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매년 5월과 11월에는 세계 경제전망을, 3월과 9월에는 중간 경제전망을 펴낸다.OECD는 이번 중간 전망에서 한국 성장률을 넉 달 전(3.8%)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을 고려해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는 내렸지만, 한국은 올린 것. 기획재정부는 "OECD가 한국 경제의 빠르고 강한 회복세, 1분기와 2분기 성장률 잠정치가 속보치보다 0.1%포인트씩 오르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인 점을 고려해 성장률 전망을 상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페이스북에 "이번 전망을 통해 우리나라가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코로나 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민 협조와 적극적 정책 대응 등에 힘입어 코로나 확산 초기 역성장을 최소화한 데 이어 올해도 빠르고 강한 회복세를 지속하며 애초보다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적었다.
OECD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도 2.9%로 내다봤다. 지난 5월 전망(2.8%)보다 0.1%포인트 올려 잡은 것. 이와 관련해 OECD는 향후 방역 조치 완화 등으로 한국 경제 성장세가 지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와 내년 모두 성장률 전망을 상향한 국가는 주요 20개국(G20) 중 한국과 아르헨티나, 멕시코, 스페인 등 4개국이 유일하다.
홍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 모두 상향 조정한 경우는 글로벌 톱10 국가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위기 극복 과정뿐 아니라 위기 후에도 (우리나라)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DB 역시 지난 22일 '2021년 아시아 역내 경제전망 수정(Asian Development Outlook Update)'을 통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지난 7월에 제시한 4.0%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역시 기존 전망(3.1%)을 유지했다.
국제기구들이 내놓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모두 4.0% 이상이다. 이처럼 한국 경제에 대한 국내외의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자 정부는 반색했다.
기재부는 "IMF와 OECD 등 국제기구와 신용평가사 등 주요 기관 모두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4% 이상으로 전망했다"며 "한국 경제의 빠르고 강한 회복세,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 등을 고려해 성장률 전망을 상향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변종 바이러스 출현 등에도 예상 밖의 순수출 강세, 견고한 민간 투자 및 소비 회복에 힘입은 결과"라고 자평했다.
홍 부총리 역시 "델타 변이 확산 영향 등으로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가 0.1%포인트 하향 조정되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수출 호조세,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의 정책 효과가 반영되며 우리나라 성장률이 상향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코로나에도 수출로 버틴 한국...델타 변이에 '위태'
경제 청신호에 정부는 고무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 경제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은 여전하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은 대내외 장밋빛 전망과 달리 언제든지 한국 경제를 좌초하게 만드는 암초가 될 수 있다.OECD 역시 이번 중간 경제전망 발표에서 델타 변이 확산 등을 이유로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델타 변이는 국내·외 구분 없이 확산 추세다. 특히 델타 변이에 따른 타격은 미국 전역에서 확인됐다.
CNN비즈니스와 무디스 애널리스틱이 개발한 '정상화지수'는 이달 15일 기준 89%로 집계됐다. 올 6월 이후 최저치다. 이 수치는 100%에 가까울수록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델타 변이로 인해 회복 속도가 느려졌다는 얘기다. 미국 외에도 일본과 영국, 인도,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도 델타 변이 확산세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로 인한 경제 위축이 이어지면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 주요 기업들은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에도 수출로 버텨왔지만, 세계 각국이 델타 변이로 몸살을 앓고 있어 이마저도 여의찮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3일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증가분 가운데 93.7%(46조4000억원)는 해외 시장에서 발생했다. 반면 내수 매출 증가분은 6.3%(3조1000억원)에 그쳤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세계 경제 회복세가 주춤해지면 우리 경제가 받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업종별로 보면 의약·의료, 전기·전자, 운수·장비 부문 매출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늘어났다. 반면 기계·조선·서비스 분야의 매출은 국내·외 모두 줄었다. 특히 기계 업종은 중국 건설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조선 업종은 업황 악화에 따른 수주 공백으로 국내·외 매출이 감소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내수 시장의 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며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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