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주관한 ‘대장동 부동산 개발 사업’의 쟁점은 개발 이익에 대한 공적 환수금과 민간 배당의 비율이 적절했는지 여부다. 당시의 대장동 개발이 화천대유라는 자산관리업체 대한 부당한 특혜였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화천대유가 5000만원을 투자해 500억이 넘는 막대한 배당금을 챙겼다고 주장하며 그 배후로 성남시청 공무원 및 이재명 경기지사를 지목한다.
반면 이러한 주장은 당시의 상황과 경제 상식을 모르고 하는 일방적 의혹에 불과하다며, 성남시가 환수한 5,503억원은 지금껏 없었던 ‘성공한 공영개발’의 성과라고 맞서는 목소리 또한 크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성남시가 환수한 배당금은 5503억이고 민간사업자의 배당금은 4040억원이다. 성남시의 주도적인 민관공동개발사업이 없었다면, 5503억 또한 민간이 모두 챙겼을 것이고 성남시민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심각한 것은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언론과 법조계의 유착관계, 그 가운데 법조 출입기자와 전직 고위검사와 판사 등 전관 변호사 사이의 유착 등 비밀스러운 카르텔이라는 지적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500억? ‘출자금, 투자금, 우선주, PFV’ 등 금융 개념 살펴봐야
대장동 부동산 개발을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는 이들은, 자산관리사 화천대유가 해당 프로젝트에 5000만원을 출자해 500억을 배당받은 것은 부당한 권력유착의 증거라고 주장한다. 또한 화천대유의 자회사인 천화동인이 SK증권을 특정금전신탁으로 지정해 3억5000여만원을 출자한 뒤, 4040억원 민간 이익금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 비위 의혹의 핵심 증거로 지적한다.
이에 대해 이재명 지사 측은 Q&A 보도자료를 통해, 이러한 의혹은 일반적인 금융 개념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한다. ‘출자금/투자금 및 우선주/보통주의 차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의 개념’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대장동 개발 이익 분배를 살펴야한다는 입장이다.
먼저 대장동 개발에 화천대유가 출자한 금액은 5000여만원에 해당하고, 이는 해당 프로젝트를 총괄한 ‘성남의 뜰’이라는 컨소시엄의 총 출자액 중 1%에 해당한다. 그런데 문제는 출자금이나 자본금은 투자금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화천대유는 회사 설립에 1%를 자본금으로 출자했지만, 자산관리사로서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는 350여억원을 투자했다. 따라서 5000만원으로 500억원의 이익을 얻은 것은 사실이 아니다. 실제 순이익은 500억원에서 350억원을 뺀, 150억으로 봐야한다.
다음으로 SK증권 및 화천대유가 3억5000만원을 출자해 4000억 가량의 민간 이익을 확보한 것은 우선주와 보통주를 나눠 계약한 사업 계획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 측은 대장동 지구를 개발할 당시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불확실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성남시가 1조 5000억원의 대규모 공사를 오롯이 감당하는 것은 위험성이 컸기에, 성남시는 ‘우선주’를 챙겨 사업 성패에 관계없이 5000억 가량을 안전히 확보하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우선주를 가지면 사업이 망해도 자신의 손실은 최소화된다. 반면 사업이 실패할 경우 그 책임은 민간사업자가 져야 한다.
보통주를 지닌 천화동인은 사업의 성패에 따라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소위 ‘대박’을 확보할 수 있다. 즉, 성남시는 리스크에 대한 책임을 민간에 넘기는 대신, 수익 발생에 대해서는 민간이 자신의 출자금 비율을 초과해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애초 성남시는 2015년 대장동 사업에서 민간사업자가 얻을 기대 수익을 1800억원으로 예상하고 사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부동산 개발의 호황으로 인해 민간의 수익은 4040억으로 껑충 뛰었다.
또한 부동산 개발과 같은 단기 프로젝트에서는 페이퍼컴퍼니의 하나인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가(PFV)가 일반적으로 운영된다. ‘성남의 뜰’ 컨소시엄은 이러한 회사의 일종이다. PFV는 우선주/보통주의 계약 형식을 쓰거나 화천동유와 같은 자산관리사를 두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측면은 성남시의 대장동 부동산 개발의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진행됐음을 시사한다.
새롭게 떠오르는 쟁점, 법조카르텔
이 지사 측의 주장처럼 대장동 개발이 합법적인 틀 안에서 진행됐다하더라도, 애초 성남시가 예상했던 1800억보다 민간 수익이 4000억 이상으로 폭등했을 때 이를 공공 자금으로 환수할 장치를 만들지 못했다는 비판은 남는다. 또한 화천대유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법조 기자 출신 김만배씨가 성남시 공무원과 유착관계에 있었는지 등에 대한 의혹 검증은 앞으로 대장동 사건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화천대유가 개발사업자금으로 400억을 빌린 킨앤파트너스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킨앤파트너스가 화천대유의 400억 전주(錢主)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건, 한 개인투자자가 킨앤파트너스에 이 400억을 빌려줬기 때문이다. 당시 킨앤파트너스의 대표는 SK행복나눔재단의 임원 출신 박모씨고, 이에 돈을 빌려준 개인투자자는 최태원 SK회장의 여동생 최기원씨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은 화천동유의 실소유자가 김모 기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다음으로 화천대유의 고문 및 자문활동을 했던 사회 유력 인사들의 실명이 공개되면서, 화천대유 사태의 본질이 ‘법조카르텔’에 있다는 주장이 부각된다.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김수남 전 총장, 최순실씨의 변호를 맡았던 이경재 변호사 등이 현재까지 알려진 화천대유의 주요 고문(顧問)이다.
또한 화천대유의 자회사 천화동인의 1~3호는 前 머니투데이 부국장 김만배씨 및 친인척, 4호는 남욱 변호사, 5호는 고모 회계사, 6호는 조모 변호사, 7호는 머니투데이 배모 기자의 부인으로 알려져 있다. 배 기자는 모 방송사 법조팀에 있다가 몇 해전 머니투데이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김 부국장과의 친분이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처럼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사실상 법조인, 혹은 법조기자들이 다수 관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장동 의혹'은 우리 사회의 병폐로 꼽히는 '언론과 전관 법조인 사이의 카르텔과 유착'을 드러낸 사건이라는 지적도 거세게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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