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원치 않는 대우조선ㆍ현대重 M&A, 산은 책임론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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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기자
입력 2021-09-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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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계약 체결 뒤 2년 6개월이 지났지만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유럽연합(EU)의 반대를 기점으로 합병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달 말 도래하는 인수계약의 마감시한 연장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이 딜을 주도한 산업은행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김앤장은 EU의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승인 반대에 관한 소명을 진행하고 있다.

심사를 담당하는 EU 집행위원회는 기업결합 승인 반대 관련 근거를 탄탄하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렵 지역은 LNG 선을 발주하는 선사의 상당수가 위치한 곳이기에 양사 간 합병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조선업계 전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과 2위인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LNG 선 시장에서 60% 이상을 점유 중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김앤장을 통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관련 소명을 진행 중이지만, EU의 벽을 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U뿐만이 아니다. 지역 사회와 노동계의 반발도 상당하다. 지난 16일 변광용 경남 거제시장이 '대우조선 매각 반대' 서한문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냈다. 서한문에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대우조선의 매각이 이뤄지면 전후방 산업의 동반 몰락과 함께 대량실업 등 지역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노동계의 반대는 오랜 기간 진행됐다. 대우조선 노조는 2019년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이 발표된 이후부터 철회 요구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투자계약 기한 만료일인 오는 30일에는 조합원 전원이 참석하는 집회를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딜을 주도한 산업은행은 공정위, 지역사회, 노조 등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양사 간 M&A를 추진 중이다. 지난 13일 열린 '취임 4주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기업결합에 대한 지역사회와 노동조합의 반대가 EU의 기업결합 심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대우조선해양을 책임질 자신이 없다면 차분히 대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출처=한국기업평가]


또 하나의 악재는 대우조선해양의 수익성 악화다. 지난 2분기 대우조선해양은 적자 전환됐다. 연결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은 1조220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524억원의 이익을 낸 점을 고려하면 1조5000억원가량 수익이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2조171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4.7% 줄었다. 배를 만들 때 사용되는 후판 가격이 폭등하면서 대규모 충당금을 설정해 원가율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제 물동량이 폭발하며 후방 산업인 조선업의 수주 상황이 개선됐지만 수익성은 되레 악화된 것이다.

재무 상태도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은 2017년부터 상당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결과 2016년 말 연결 기준 2184%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2017년 말 283%, 지난해 말에는 167%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이번 상반기 기록한 대규모 적자로 부채비율은 다시 274%로 올라가며 2017년 말 수준으로 돌아갔다. 수익성 악화는 향후 플랜 B, C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딜은 철저하게 산업은행이 만들었으며 국가적으로 영향력도 크고, 오랜 기간 끌어오기도 했다"면서 "딜이 깨진다면 누군가 책임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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