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지구 특혜의혹 퍼즐] 점차 드러나는 前 정권‧화려한 법조인맥‧비호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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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황재희·신동근 기자
입력 2021-09-2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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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른거리는 전 정권 그림자...보이지 않는 손 정체

  • 곽상도·김만배·이성문, 화천대유 성대 라인에 쏠리는 눈과 입

  • 사업자 선정부터 배당까지 미스터리...비호세력 없이 불가능

 

[사진=연합뉴스]



‘대장동개발’ 사업과 관련해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직원이었던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면이 전환됐다.

더불어 성균관대 출신인 이성만 화천대유 대표의 법조 인맥에 이목이 쏠리는 한편 이번 사업은 뒤에서 비호한 세력 없이는 진행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의혹을 풀기 위한 퍼즐조각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①아른거리는 전 정권 그림자...보이지 않는 손 정체

이에 따라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했던 비리 의혹의 칼날이 이제는 야당을 향해 바짝 날을 세운 모습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화천대유는 올해 3월 7년간 근무한 곽 의원 아들 곽병채씨에게 퇴직금 50억원을 지급했다. 과도한 퇴직금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 “내부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이번 사건은 전 정권에서부터 시작된 종합적인 비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장동개발-화천대유와 연관된 야당 측 인사는 곽 의원을 포함해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전신)대표, 신영수 전 의원 등으로 확인됐다.

원 전 대표는 앞서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지난 7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교도소에 수감되기 전까지 매월 9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의원은 2010년 발생한 '대장동 비리 사건'에 연루된 바 있다. 당시 신 의원의 친동생과 전직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부장 등이 대장동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억원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박근혜 정부와 인연이 있다는 것이다.

곽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첫 민정수석이었으며, 원 대표는 대표적인 친박계 인물이다. 또 한명의 화천대유 고문인 김수남 전 검찰총장도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사람이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불린 최순실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도 2015년부터 7년간 화천대유 법률고문으로 일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지휘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 역시 2015년부터 특검 임명 직전까지 화천대유 고문 변호사를 맡았으며, 그의 딸 역시 이달 초까지 화천대유에서 보상 업무 담당 직원으로 일한 바 있다.

2009년 특정업체가 대장동 개발권을 따게끔 정치권에 로비한 혐의로 구속됐다 풀려난 천화동인(화천대유 관계사)4호 소유자로 알려진 남욱 변호사도 한나라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화천대유와 연루된 이들 인물들이 야당, 전 정권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과 함께 곽 의원 아들이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도 발칵 뒤집힌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장동개발 의혹이 결국 ‘국민의힘 게이트’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비난했고, 국민의힘에서는 곽 의원을 당장 당에서 제명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300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던 사회초년생이 삼성전자 사장보다 더 많은 퇴직금을 받았다는 것은 국민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곽 의원은 아들의 50억 퇴직금을 최근 알게 됐다고 하는데, 아버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알지 못했다던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과 똑 닮았다. 권력을 이용해 투기를 기획하고 투기금 세탁은 가족이 하는 행태라면 가히 ‘신종투기선물세트’라 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곽 의원과 화천대유에 100% 지분을 가진 대주주 김만배씨의 오래된 인연, 박근혜 정부 시절 민정수석을 지냈던 곽 의원의 직무관련성에 따른 뇌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국민의힘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곽 의원과 그 아들에 대한 철저하고 신속한 직접 수사”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5시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사태파악 및 곽 의원에 대한 징계여부‧절차 등을 논의키로 했다.

그러나 곽 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가 뭐 잘못한 게 있느냐”며 “이건 내 문제가 아니고 그 회사(화천대유)와 아들의 문제다. 진짜 잘못한 사람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②곽상도·김만배·이성문, 화천대유 성대 라인에 쏠리는 눈과 입

법조계 성균관대 인맥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머니투데이 기자 출신이자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곽 의원과 성균관대 동문으로, 평소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인 곽 의원은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고, 법률구조공단 이사장 등을 거쳐 2016년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화천대유 대표 이성문 대표 역시 성균관대 출신 법조인이다. 이 대표는 사법연수원 26기로 동기들과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를 부동산 투자 관련 기법을 세세하게 알고 있는 부동산 전문 변호사라고 평가한다.

그런데 이 대표는 자본금 1000만원짜리인 신생회사인 화천대유에 취임하며 주식을 한 주도 받지 않았다. 곽 의원과 마찬가지로 성균관대 친분이 영향을 줬다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서울대 출신 법조계 유명 인사들의 이름도 줄줄이 거론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화천대유에 법률 조언을 해주거나 고문으로 위촉된 법조계 유력 인사는 현재까지 드러난 사람만 5명이다.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에 이어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씨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까지 화천대유의 법률고문으로 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총장은 서울대 법대 79학번으로 윤석열 전 총장과 동기이고 강 전 지검장과 박 전 특별검사, 권 전 대법관, 이 변호사까지 모두 서울대 출신이다.

김 전 총장은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자신이 몸담은 법무법인을 통해 화천대유와 법률고문과 경영 자문 계약을 맺었다. 이 변호사는 화천대유에서 지난 2017년부터 지금까지 5년간 고문 계약을 맺고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한 박 전 특검도 지난 2016년 화천대유 상임고문을 맡았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9월 대법관 퇴임 후 두 달 뒤 화천대유 고문으로 위촉돼 고문료로 월 1500만원을 받았다. 권 전 대법관은 변호사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강 전 지검장은 이재명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론을 맡은 인물이다. 강 전 지검장은 화천대유와 2018년부터 고문 계약을 맺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 씨가 사업 추진 과정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학연과 친분을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③사업자 선정부터 배당까지 미스터리...비호세력 없이 불가능

새로운 정보가 하나씩 공개되고 있으나 의혹을 밝혀줄 만한 명확한 연결고리는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해당 사업을 뒤에서 비호한 세력 없이는 사업 진행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모두 상대측이 사업을 비호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 측은 이 지사의 측근인 유동규 전 경기공사 사장이 대장동 개발의 공공부문 책임자로 '성남의뜰' 주주 구성과 수익금 배당방식을 '설계'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지사가 이 사업의 특혜를 위한 비호세력이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 핵심단체인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일한 법조계 인사들이 이 지사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도 이런 주장을 위한 근거로 쓰인다.

이런 상황에 지금까지 해당 사업과 전혀 관계가 없었다고 주장해온 이 지사는 최근 오히려 사실은 야당 측이 해당 사업의 비호세력이라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이 지사는 지난 24일 부울경 지역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은 국민의힘이 지역 투기 세력과 결탁해 부정부패를 저지른 대표적인 적폐사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장동 지구는 원래 LH가 공공 개발을 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공공 개발하려는 것을 로비해 민영개발하게 한 것도 국민의힘, 민간사업자를 참여하라고 압력 넣은 것도 국민의힘"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던 시의원들이 공공개발을 못하게 방해했기 때문에 성남시의 이익을 가장 많이 보장하는 사업자에게 민간 합작에 참여할 기회를 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사업자 선정과 배당 부분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서류상으로는 문제가 없는 상황처럼 보이지만 분명 사업자 선정이나 배당 부분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민관이 진행한 대형 사업이라 초기 자금을 끌어오기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며 "저축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서 초기 자금을 조달하는 게 일반적인데, 화천대유는 초기자금 350억원을 어떻게 보면 사채라고 볼 수 있는 민간업체에서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합법, 불법을 지금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결국 이런 일반적이지 않은 일들이 (비호세력 등에게) 이익을 크게 배분하려는 행동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교수는 "대형 개발사업을 하면서 경험과 능력이 증명되지 않은 회사를 빠르게 선정해 사업을 진행했다는 것은 특정 세력 압력 없이는 어려운 일"이라며 "고위급 법조인들을 고문으로 쓴 것도 이를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도 "다수의 (부동산 개발)프로젝트를 접했지만, 고위급 법조인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건 처음봤다"며 "또한 다른 경쟁사 가운데 화천대유를 포함한 컨소시엄만 가점을 획득한 것 등 이례적인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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