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이 본격 시행된 가운데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줄폐업이 현실화됐다.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를 제외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거래소들은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해 코인마켓만 신고했으며, ISMS 인증 조차 받지 못한 거래소들은 폐업 수순을 밟게 됐다.
◆고팍스·후오비코리아도 실명계좌 발급 끝내 무산
27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가상화폐 관련 사업을 지속하려는 사업자는 지난 24일까지 신고를 마쳐야 했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실명 입출금 계정 확보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현재까지 FIU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접수를 마감한 결과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은 43개사 중 42개 사업자가 신고접수를 완료했다.
가상자산 거래업자는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 29곳이 모두 신고접수를 완료했다. 기타 사업자의 경우 14개사 가운데 13개사가 신고접수를 마쳤다.
신고접수를 마친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플라이빗 △비블록 △오케이비트 △프라뱅 △플랫타이엑스 △지닥 △포블게이트 △코어닥스 △빗크몬 △텐앤텐 △코인엔코인 △보라비트 △캐셔레스트 △와우팍스익스체인지 △에이프로빗 △프로비트 △오아시스거래소 △메타벡스 △고팍스 △후오비코리아 △비둘기지갑 △한빗코 △코인빗 △비트레이드 △아이빗이엑스 등이다.
다만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고 신고접수를 마친 곳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네곳에 불과하다. 업비트의 경우 지난 17일 신고 수리가 완료되면서 1호 정식 가상자산 거래소가 됐다.
나머지 거래소들은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받지 못해 우선 코인 마켓만 열겠다고 신청한 상태다.
실명계좌 추가 발급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고팍스와 후오비코리아도 결국 무산됐다. 고팍스는 제휴를 추진하던 은행에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발급 확인서' 초안을 포함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서류를 금융위원회에 사전접수 하는 등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 협의가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었지만, 지난 24일 해당 은행으로부터 사안이 부결됐음을 확인, 기안 내 확인서 발급이 어려울 것으로 통보받았다.
고팍스 측은 "고팍스의 경우 신고기한인 9월 24일 기준 7일 전인 9월 17일까지 이러한 내용을 이용자에게 안내했어야 하지만, 9월 16일 은행에서 제공받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발급 확인서' 초안을 포함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서류를 금융위원회에 사전접수 하는 등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 협의가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이를 근거로 원화마켓 운영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해 지난 17일 해당 취지로 안내를 드린 바 있다"고 설명했다.
후오비코리아 역시 마감 기한인 24일까지 은행과 긴밀히 협상을 했지만 실명계좌 제휴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하지 못해 불가피하게 코인 간 거래를 지원하는 코인 마켓 사업자로 신고해 거래소 운영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4대 거래소만 원화마켓 운영…시장 재편 불가피
특금법에 따라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거래소는 25일 이후 원화로 코인을 사고팔 수 없다. ISMS 인증만 획득한 거래소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로 코인을 거래하는 코인마켓만 운영 가능한 만큼, ‘반쪽짜리’ 영업에 그쳐 타격이 불가피하다.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들의 실명계좌 발급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시장에서는 4대 거래소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업비트의 고객수는 829만9992명으로, 원화예치금은 5조8313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가상자산 예치금(37조1450억원)까지 포함하면 총 예치금 규모는 42조9764억원에 육박한다. 빗썸 역시 고객수 310만6385명으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두 번째로 많으며, 예치금은 원화와 가상자산이 각각 1조4400억원, 10조1844억원 수준이다. 코인원의 경우 고객수가 99만5681명이었으며, 원화 예치금 3606억원, 가상자산 예치금 3조2606억원 등 총 예치금은 3조6213억원이었다. 코빗은 고객수와 예치금 규모가 각각 17만5364명, 1조1592명에 달했다.
ISMS 인증은 갖췄지만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거래소 21곳 중 18곳의 투자자 예치금이 지나달 기준 총 2조3495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대 거래소의 시장점유율은 이미 9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특금법 시행 발맞춰 투자자 보호책 필요”
특금법 시행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해 금융투자상품에 준한 적극적 투자자 보호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금법 개정안에 발맞춰, 그동안 규제 무법지대였던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해 금융투자상품과 증권 거래에 준하는 엄격한 투자자 보호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세계 3위로, 코스피 시장에 맞먹을 정도로 성장해 있으나 이에 대응할 규제책은 없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의 임의적 암호화폐 상장과 폐지, 자전거래, 시세조작 등은 코스피와 같은 증권 거래 시장이었다면 매우 엄중히 처벌되는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규제가 없어 사실상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TV 광고 역시 금융투자상품에 준용하는 규제는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 투자상품의 광고에 대해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세 내용 적시 등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으나,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규제가 없다보니 사실상 투자 권유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심지어 업비트는 투자자보호센터를 운영중인 것처럼 광고를 하고 있으나 실제 업비트 고객센터에 확인한 결과 아직 설립조차 안 된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거래소는 금융기관으로 분류가 되지 않다보니, 금감원과 금융위 등 관련 감독기관의 고위직을 영입해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 금감원의 가상자산 직접 관련 부서의 고위 간부가 아무런 취업제한 없이 가상자산 거래소로 이직하는 사례도 있었다.
노 의원은 “가상자산 거래소는 사실상 규제가 전무한 상태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며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적어도 암호화폐의 상장과 폐지에 관련해서는 국가가 직접 개입을 하는 등 투자자보호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비해 우리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특금법 시행으로 인해 가상자산 거래소가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는 만큼, 가상자산에 대해 본격적으로 주식과 같은 금융투자상품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하여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자 보호에 나설 차례이다” 라고 주장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