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테슬라 주요 생산 공장 잇따라 중단···포스코 공장도 멈췄다
27일 닛케이아시안리뷰(NAR)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 위탁생산업체 폭스콘의 계열사이자 애플과 테슬라의 핵심 제품 부품 공급업체인 이성정밀(乙盛精密·ESON)은 전날 장쑤성 쿤산시에 위치한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성정밀은 “26일부터 오는 10월 1일까지 6일간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며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동안 재고를 통해 조업 활동을 이어갈 것이며, 가동이 재개되면 생산 일정을 조정해 제품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 업체가 생산 중단에 돌입한 것은 시 당국의 산업용 전력 공급 제한 정책에 따른 조치다. 중국은 최근 전력 사용이 급증하는 여름과 겨울에 전력 공급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언한 2060년 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에너지 절감 드라이브의 일환이다.
문제는 당국의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 규제로 전력 공급이 급감하면서 중국 주요 제조업 기지인 장쑤, 저장, 광둥의 전력난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애플과 테슬라뿐 아니라 인텔, 엔비디아, 퀄컴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 업체 생산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NAR은 “장쑤성에 있는 주요 반도체 공급 업체 역시 공장 생산을 중단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반도체 부족 현상이 가중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전력 공급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긴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장쑤성 장자강 포스코 스테인리스강 공장은 우선 전력 부족으로 일단 내달 초까지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가동 재개는 내달 초에 전력 상황을 살펴보고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한국 기업들도 현지 전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전력 공급난에 따른 대비책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23개성 중 절반이 정부 당국으로부터 전력 제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난이 중국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며 주민들이 갑작스러운 정전에 시달리는 일도 빈번해졌다. 중국 신경보에 따르면 지난 23일 동북 지역인 랴오닝성 선양시에서는 퇴근길 신호등이 꺼지는 현상으로 교통 정체가 발생했으며, 지린성 일부 지역에서는 12시간 내내 불이 들어오지 않아 불편을 겪었다.
◆“중국 경제, 진짜 위기는 헝다 아닌 전력 부족”
전력난이 중국 생산활동 지장은 물론, 경제 회복 둔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진짜 위기는 헝다 사태가 아닌 전력난이라고도 지적한다.
블룸버그는 “전력난이 가장 심각한 장쑤, 저장, 광둥은 제조업 기지일 뿐 아니라 중국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1을 차지하는 곳”이라며 “지난해 'V자'형 경제 반등 이후 여러 압력에 직면한 중국 경제에 전력난이 또 다른 뇌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는 하반기 들어 둔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8월 제조업 경기 지표는 물론 산업생산,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모두 눈에 띄게 둔화했다. 특히 중국 경제의 중심 축인 소비 지표는 1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28일 발표되는 8월 공업기업 이익 증가율 역시 크게 둔화할 전망이다. 공업기업 이익은 중국 제조업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5월 36.4%, 6월 20%, 7월 16.4% 등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는 1~8월 공업기업 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45%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는 1~7월 증가율인 57.3%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래리 후 맥쿼리그룹 중국경제전문가는 "중국 당국은 탄소배출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 성장 둔화를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며 "6% 이상의 GDP 목표는 쉽게 달성할 수 있지만, 상반기에 강력한 성장을 감안할 때 배출량 목표는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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