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BBC와 스카이뉴스 등 영국 외신은 지난 24일부터 사흘간 영국 전역에서 휘발유 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앞서 영국 최대 석유 메이저인 브리티TL페트롤리엄(BP)이 운영하는 주유소에 휘발유를 운송할 화물차 운전수가 부족하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영국 전역의 소비자들이 '휘발유 사재기'에 나선 탓이다.
지난 24일부터 영국 전역의 주유소에는 차에 기름을 채우려는 행렬이 이어졌고, 이에 일부 지역의 주유소에선 비축한 휘발유가 바닥나자 소비자들은 기름통을 들고 슈퍼마켓에 줄을 서기까지 했다.
해당 방송에 출연한 햄프셔 지역의 한 간호사는 4곳의 주유소를 방문했음에도 기름을 넣지 못해 출근을 못 할뻔 했다고 토로했으며, 케임브리지에 소재한 한 건설업체 직원은 이날 주유소를 6곳이나 들렸지만 기름을 넣지 못해 27일 예정한 회의를 취소했다고도 얘기했다.
이와 같은 사태는 지난 2월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이후 보리스 존슨 내각이 화물차 운전수에 대한 단기 비자 도입을 거부해온 데 따른 것이다. 영국 정부는 각 기업이 화물차 운전수의 임금 수준을 높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유통·물류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난 수요를 충당하고 코로나19 감염자를 대체할 외국인 고용을 늘리기 위해 단기 비자 발급 제도를 도입할 것을 요구해왔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번 물류 대란이 오는 12월 성탄절 연휴까지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연휴 기간 유럽 지역에서의 물자 수송이 차질을 빚는 데다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육가공 공장의 노동력이 부족한 상태도 중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선 일반적으로 성탄절 만찬으로 칠면조나 거위 등의 가금류를 소비한다.
이에 따라, 이날 영국 정부는 화물차 운전수와 가금류 농장의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오는 12월 24일까지 각각 최대 5000명과 5500명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임시 비자를 발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물류 대란 해소를 위해 4000명을 대상으로 화물차 운전사 교육을 실시 중이며, 화물차 면허를 소지한 노동자의 복귀 유도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그랜트 샵스 영국 교통부 장관은 BBC에 출연해 "영국 전국의 6개 정유사와 원유 저장소 47곳을 확인한 결과 충분한 휘발유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명하면서 이번 휘발유 사재기 사태가 '조작된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전주 열렸던 정부-업계 회의에서 언급됐던 BP의 화물차 운전수 부족 상황을 화물협회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렸다는 것이다.
샵스 장관은 이어 "운전자들이 평소처럼 주유하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휘발유 사재기에 나선 일반 시민들도 비판한 후, "정부는 비자와 같은 단기적인 해결책이 아닌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급여와 조건으로 화물차 운전사를 고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면서 "기업 또한 화물차 운전수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는 등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야권 인사들과 업계는 존슨 정부의 조치가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무능력하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정부가 브렉시트에 대비하지 않았기에 발생한 상황"이라면서 업계가 추정한 화물차 운전수의 부족한 규모 트럭 운전사 부족 규모인 10만명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비자를 발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보수당 소속의 이언 던컨 스미스 전 영국 고용연금부 장관은 텔레그래프의 기고문을 통해 화물차 운전수 부족 사태는 브렉시트의 문제가 아니라 존슨 정부의 행정 무능 탓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스미스 장관은 브렉시트 지지파 중 하나다.
현재, 영국 도로운송협회(RHA)는 영국 내 부족한 화물차 운전수 규모가 10만명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영국소매협회 역시 "슈퍼마켓 부문에 필요한 화물차 운전수 규모만 해도 1만5000명에 달한다"면서 존슨 정부의 발표가 물류난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