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이끈 기시다 日100대 총리···한·일 관계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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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1-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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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민당 내 주요 파벌 지지 확보...'아베·스가' 정권 노선 이어갈 듯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4) 자민당 전 정무조사회장 [사진=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4) 자민당 전 정무조사회장(이하 정조회장)이 29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73) 총리를 잇는 100대 일본 총리로 확정됐지만 한·일 관계는 당분간 먹구름이 예상된다. 과거사 문제를 두고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데다 자민당 장기 집권 체제 내에서 수장 교체만으로 획기적인 노선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면서다. 

내달 4일 총리로 지명될 예정인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보수·우파 성향이 강한 자민당 내에서 비교적 '비둘기파'로 꼽히지만 '반(反) 고노' 전선 등 주요 파벌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총리로 확정됐다. 당내 두터운 신뢰를 받고 당선되는 만큼 새 정부의 외교라인에 아베 내각 때의 인물들이 그대로 포진할 가능성이 있다. 새 내각도 한국이 해결책을 가져와야 한다는 기존 '아베·스가' 정권의 노선을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2015년 아베 신조 전 총리를 대신해 '한·일 위안부 합의'에 직접 서명한 인물이다. 일본의 새 총리가 위안부 합의 당사자인 점은 한국 정부에 '양날의 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중 한·일 관계를 적어도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이전 상태로 돌려놓겠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2019년부터 실시한 수출규제에 대한 명분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 위반 등을 내세웠다. 큰 틀에서는 기존 일본 정부가 주장해 왔던 '한국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이어갈 수 있지만,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액션'을 취했던 인물이 새 총리로 당선되면서 오히려 한국 정부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일본 정부에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유화 메시지를 제시했지만, 일본은 응하지 않았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위안부 합의는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이지 않았지만 당시 당내와 여론의 반대에도 기시다가 적극적으로 행동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며 "결국 본인이 추진했던 합의였기 때문에 한·일 대화를 시도한다든지 결자해지를 위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일본 정부의 스탠스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정체 국면을 돌파하려는 시도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양국 간 정치 일정이 엇갈리면서 당분간은 '관리' 차원에서 대일(對日) 외교에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중의원 총선거(11월)와 참의원 선거(내년 여름)를 통한 정권 안정을 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기시다 정부도 임기 말을 맞아 정치적 여력이 떨어진 문재인 정부가 아닌, 다음 정부와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란 뜻이다.

최 위원은 "이번 정부는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일본 내부 정치가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일관계 개선에도 당내 반발이 존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새로 출범하게 될 일본 내각과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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