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중기·소상공인 대상 상환유예 대출 및 만기연장 대출 잔액은 각각 25조5013억원, 24조2537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중소법인·개인사업자 대출 잔액(1243조원)의 4%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앞서 정부는 2020년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지원 방안으로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도입한 바 있다. 당초 해당 조치는 6개월 동안만 시행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실시로 한계에 내몰린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늘고 있어 세 차례에 걸친 연장을 거듭하고 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이자상환이 유예된 대출의 경우 올해 6월 기준 신한은행이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 각각 5952억원, 4174억4000만원의 잔액을 보유해 가장 많았다. 이어 우리은행이 중소법인 4829억5000만원, 개인사업자 3270.8억원가량의 대출에 이자상환을 유예해줬으며, 하나은행은 중소법인 및 개인사업자가 각각 3885억7000만원, 4350억6000만원에 달한다. 이어 국민은행(중소법인 1793억5000만원, 개인사업자 3359억7000만원), 농협은행(중소법인 835억원, 개인사업자 1280억4000만원) 순이다.
만기를 연장해준 대출 역시 신한은행이 20조6129억원(중소법인 및 개인사업자 포함)을 기록해 월등히 많았다. 이어 우리은행 11조5598억원, 하나은행 6조132억원, 국민은행 5조9892억원, 농협은행 5조5798억원 순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만기연장 대출의 경우 이자를 정상 납부해야 하는 탓에 부실채권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은행들은 이자 상환이 유예된 대출에 대해서는 대출 회수에 상당한 위험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되는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해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다. 이와 관련한 5대 은행의 대손충당금은 지난 6월 기준 1053억원가량이다.
반면 만기연장 대출은 금융지원을 받더라도 대출원금에 대한 이자는 정상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탓에 부실 우려가 없는 정상 채권과 분류가 어렵다.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할 여신으로 분류가 되지 않아 잠재부실 우려가 큰 셈이다.
이에 은행들은 특별충당금을 쌓아 부실 우려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은 지난 6월 현재 155.1%로 지난해 말(138.3%)보다 16.8%포인트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차주까지 금융지원을 해주는 정책은 부실 폭탄을 미루는 정착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상환유예를 신청한 중소기업, 소상공인은 이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잠재부실 가능성이 큰 차주와 그렇지 않은 차주를 분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혹시 모를 부실을 우려해 충당금을 많이 쌓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된 후에도 부실 문제 없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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