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절 황금연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긴 연휴를 마치고 8일 재개될 중국 증시에 벌써부터 이목이 쏠린다. 연휴 직전 전국적인 전력난과 헝다 리스크 고조 영향으로 출혈이 있었던 터라, 연휴 이후 반등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황금연휴의 전통적 수혜주인 소비·여행 종목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통계적으로 대형 소비주가 국경절 연휴 후 상승할 확률이 70%에 달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달 개장한 베이징 유니버설스튜디오의 흥행이 관광업계 호재로 작용해 여행과 소비 수요를 모두 끌어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 소비재주 주목... 최고 기대주는 귀주모태
중국 증권시보는 국경절을 맞아 지난 10년간 국경절 이후 업종별 주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소비재 업종이 상승할 확률이 높다고 최근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10월 월간 업종별 주가 상승 추이를 살펴본 결과 가전, 은행, 바이오제약, 식품 종목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가전과 은행 업종이 상승할 확률은 90%, 바이오제약과 식품은 각각 80%, 70%의 확률로 상승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증권시보는 진단했다.
실제 지난 중추절(중국 추석)연휴 이후 A주(본토증시)에 상장된 대형 소비주의 상승세는 뚜렷했다. 중국 대표 조미료 제조업체인 해천미업(海天味業, 603288, 상하이거래소)의 주가는 9월 24~30일 까지 5거래일간 무려 20%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제약주인 만태생물(완타이바이오·万泰生物, 603392, 상하이거래소)과 화희생물(화시바이오·華熙生物, 688363, 상하이거래소) 주가도 각각 3.98%, 4.62% 올랐다.
또 황금연휴 최고 기대주인 주류 종목에서 중국 황제주 귀주모태(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臺, 600519, 상하이거래소, 이하 마오타이), 노주노교(瀘州老窖, 000568, 선전거래소) 주가도 각각 같은 기간 11.93%, 25.10% 급등했다.
중국에서는 연휴를 앞두고 고급 바이주(白酒)를 선물하는 관습이 있어서 연휴 전후로 주류 종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특히 마오타이는 최근 새 최고경영자(CEO)의 취임으로 출고가 인상 등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올해 국경절 이후 최대 기대 종목으로 꼽힌다. 마오타이 이사회는 지난달 24일 구이저우성 에너지국장 출신인 딩슝쥔(丁雄軍)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다수 기관들도 마오타이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 화태증권은 “국경절과 경영진 교체, 출고가 인상 등 호재가 맞물리면서 중단기적으로 마오타이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며 “최근 벨류에이션 우려도 많이 해소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평안증권은 4분기 출시되는 신제품 효과를 기대했다. 마오타이는 4분기 내 마오타이1935를 출시한다. 현재 출시를 위한 모든 준비 과정을 마친 상태며, 국경절 이후 중국 최대 쇼핑축제인 광군제(11월 11일)를 전후로 공식 판매될 것이라고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평안증권은 “마오타이1935는 주력상품인 500㎖ 페이톈(飛天)마오타이와 더불어 마오타이의 매출에 상당 부문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층 뜨거워진 국내 여행 수요도 국경절 이후 증시 상승을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중국 21세기경제보도는 최근 국경절 연휴 국내 여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중국 여행 플랫폼 페이주 데이터에 따르면 9월 마지막 주의 국경절 기간 비행기표, 호텔 및 숙박업소, 렌터카 등 예약량은 전주 대비 100% 이상 급증했다.
특히 근거리 여행을 위한 예약 상황은 380%나 폭증했다. 가장 인기가 높은 여행지는 중국 수도 베이징을 포함한 광저우, 항저우, 쑤저우, 상하이 등이었다. 당초 샤먼과 하얼빈 등 자연경관이 유명한 관광지가 인기를 끌던 것과 달리 대도시가 올해 인기 여행지로 떠오른 것은 ‘테마파크 붐’ 때문으로 해석됐다.
지난달 14일 문을 연 베이징 유니버설스튜디오의 화제에 힘입어 상하이 디즈니랜드와 광저우 주하이에 위치한 테마파크인 창룽(長隆)해양왕국, 쑤저우 화이브라더스영화파크 등의 방문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리서치업체 이관(易觀)의 여행업계 왕커(王珂) 애널리스트는 “국경절 연휴 시작 전 푸젠성과 헤이룽장성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해당 지역으로의 여행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중국 주요 여행플랫폼 트립닷컴은 국경절 연휴 기간 국내 여행객은 6억50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의 8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경절 연휴 직후 여행 업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중국 증권시보는 관련 수혜주로 국여연합(國旅聯合, 600358, 상하이거래소)과 춘추항공(春秋航空, 601021, 상하이거래소) 등을 꼽았다.
◆전력난, 헝다 리스크에...소비 '반짝' 회복 그칠 수도
그러나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파산 우려와 전력난 등 악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경절 연휴 직전 불거진 헝다 사태는 국유기업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헝다는 지난달 23일과 29일 예정된 달러 채권 이자 8350만 달러(약 993억원), 4750만 달러를 지급하지 못했다. 또 지난달부터 일부 은행 대출 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보유 중인 성징은행 지분 19.93%를 99억9300만 위안(약 1조8300억원)에 국유기업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는 여전한 셈이다.
전력난 역시 전망이 불투명하다. 국경절 연휴 이후 계절적 전력 수요가 감소하고 발전소 보조금 확대 등 정책 대응으로 사태가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겨울철 난방 수요 증가와 불안정한 수급으로 전력대란이 중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국경절 ‘반짝’ 소비 회복은 향후 A주 전망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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