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0년 무노조 무너진 포스코ICT... 1노조 이어 2노조도 설립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강일용 기자
입력 2021-10-12 00:1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신임 대표의 신 인사제도 강행이 표면적 원인...장기근속자 반발 불러

  • 1노조는 2노조 두고 사측의 어용 노조 의혹 제기...2노조는 낭설 반박

정덕균 포스코ICT 대표 [사진=포스코ICT 제공]

 
그동안 무노조 경영을 이어왔던 포스코의 IT·엔지니어링 계열사 포스코ICT가 최근 사내에 2개 노조가 잇따라 설립되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두 노조가 모두 신 인사제도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조합원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정덕균 포스코ICT 대표가 취임 이후 야심 차게 추진한 신 인사제도는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1일 SI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ICT에 10월 초 두 번째 노동조합(2노조)이 설립됐다. 지난 6월 첫 번째 노조(1노조)가 설립된 지 4개월 만의 일이다.

두 노조는 지난 6월 초 포스코ICT가 시행을 알린 신 인사제도 폐지를 첫 번째 활동 목표로 내세웠다. 신 인사제도에는 객관식·주관식·서술형으로 구성된 시험 성적으로 기본급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포스코ICT 직원들은 직장인 익명 SNS 블라인드를 통해 "객관식 15문항 50점, 주관식 5문항 20점, 서술형 3문항 30점으로 구성될 직무역량 시험으로 인해 기본급이 전보다 낮아질 우려가 있고, 직원들에게 불리하게 변함에도 불구하고 제도 개편 과정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6월 말 일부 포스코ICT 직원들이 사측과 노사협의체인 한우리협의회가 직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있지 않다고 비판을 하며 1노조를 설립했다. 1노조는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웹젠, 한글과컴퓨터 등 판교 IT 업체의 노조와 연대하기 위해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산하 포스코ICT 지회로 설립됐다. 이어 10월 초 한국노총 전국금속노조연맹 포스코ICT 노동조합으로 2노조가 설립됐다.

SI 업계에선 지난 3월 취임 이후 모회사인 포스코에 보여줄 만한 성과를 내려던 정 대표의 무리한 경영 계획을 이번 두 노조 설립의 가장 큰 이유로 보고 있다. 30대 후반~40대 초반 인력이 중심이 되는 다른 SI 기업과 달리 포스코ICT는 올 상반기 기준 전체 직원 2000여명 가운데 45세 이상이 절반(980여명)에 달하는 등 시니어 중심의 조직 구조로 되어 있다. 근속 연수에 따라 기본급을 올리는 구조를 철폐하고 시험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시니어들에 대한 인건비 지출을 줄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새 인사제도를 밀어붙임에 따라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됐고, 1989년 설립 후 30년 넘게 이어지던 무노조 경영이 무너지고 2개 노조가 잇따라 설립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다만 1노조 구성원들은 2노조를 두고 사측이 정당한 노조 활동을 무력화하기 위해 설립 또는 지원한 어용 노조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8년 모회사인 포스코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가 출범하자 이를 강성 노조로 규정하고 활동을 방해하고, 기존의 휴면 노조를 한국노총에 재가입해 활성화한 의혹이 있는 것처럼 자회사인 포스코ICT도 민주노총 포스코ICT 지회가 출범하자 이를 방해하려 한다는 것이다. 1노조는 그 근거로 △그동안 근로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노사협의체 위원이 갑자기 사퇴하고 설립한 점 △사측의 일방적인 연봉 동결·인상안을 그대로 수용한 점 △협상력 강화를 위해 비밀에 부친 노조 가입자 수를 공개한 점 등을 꼽았다.

1노조 관계자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 동안 임금이 2번 동결되고 3번의 인상안도 2.0~3.9% 정도를 올려주며 물가 상승률을 맞추는 수준에 그쳤다. 올해도 사측은 2.5% 인상안을 제시하며 근로자들의 임금 현실화 요구를 묵살하고 있는데, 2노조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며 "2노조는 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1노조가 비밀에 부친 노조 가입자 수도 회사의 요구를 받아들여 공개했다. 회사도 직원들에게 문자를 돌려 2노조 가입을 독려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재열 2노조 위원장은 "(1노조가 밝힌) 2노조가 연봉 동결·인상안을 수용했다거나, 일부러 노조 가입자 수를 공개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제 막 교섭 절차에 들어간 상태에서 1노조가 2노조의 행동을 방해하기 위해 사측의 연봉 동결안을 수용했다는 루머를 퍼뜨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단체 교섭을 위해 1노조가 먼저 노조 가입자 수를 공개한 것이 팩트다. 가입 독려 문자도 노조 위원장이 사비를 들여 외부 문자 서비스를 통해 발송한 것으로, 웹 발신 문자라는 이유 만으로 회사가 보낸 문자라고 (1노조 측이) 근거 없는 억측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1노조가 포스코ICT 모든 근로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근로자위원을 사퇴하고 2노조를 설립했다. 1노조가 설립되기 이전인 5월부터 신 인사제도 폐지를 위해 노조 설립을 준비했다.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관리자급 직원이 2노조에 가입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이 역시 낭설에 불과하다"고 노조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업계에선 IT서비스와 엔지니어링(EIC)이라는 두 개의 사업부서가 하나의 회사에 모여 있는 포스코ICT의 구조가 두 노조의 대립을 불렀다는 시각도 있다. 포스코ICT는 경영상의 이유로 별개의 회사였던 포스데이타(IT서비스)와 포스콘(EIC)을 하나로 합쳐 만든 회사다. 1노조가 IT서비스 부서 직원의 목소리에 집중하자 EIC 부서 직원들이 2노조 설립으로 맞대응했다는 것이다. 2노조 관계자는 "1노조는 7월부터 IT서비스 사업부서가 있는 판교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포항, 광양 등에 있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포스코ICT의 모든 직원을 아우르는 노조를 설립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을 두고 박종현 1노조 지회장은 "1노조는 포스코ICT 직원 누구나 가입해서 활동할 수 있다. 나 역시 엔지니어링 사업부서의 직원으로 입사해서 연구·개발 부서로 옮기는 등 포스코ICT 내부 사업 부서를 두루 거쳤다. 앞으로도 전 직원의 목소리를 회사에 전달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1노조에 따르면 현재 새 인사제도 변경·폐지와 올해 임금 협상을 위한 1노조와 회사의 단체교섭은 2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로 인해 5일부로 중지된 상태다. 현재로서는 두 노조가 구성원을 위한 단체교섭을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대표노조 지위를 얻기 위해 포스코ICT 직원 과반수를 노조원으로 확보하기 위한 두 노조의 물밑 활동도 함께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포스코ICT는 2개 노조 설립이라는 내적 분쟁에 이어 적자 전환과 대규모 투자실패라는 외적 위기에도 처했다. 지난 2분기 매출액은 1856억원으로 전년보다 17.07% 감소했고, 212억원의 영업손실을 함께 기록했다. 이는 올해 초 마무리된 구조조정의 여파로 분석된다. 또한 우이경전철에 대한 투자 실패로 7월 관련 채무 382억원을 인수했다. 우이경전철이 지속해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10.90%의 지분을 보유한 포스코ICT의 손실도 함께 커질 전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