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디자인은 그 기업다운 얼굴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예쁘게 보이려고 모양을 내고 화장을 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잘못된 것을 고치고, 좋은 점을 살려서 더 좋은 회사로 발전하기 위해 로고 디자인을 하는 것입니다.”
김현 디파크브랜딩 고문(72)은 한국 로고 디자인의 살아있는 역사다.
대표작인 대한민국 정부 로고를 비롯해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1993년 대전 엑스포 마스코트 ‘꿈돌이’, LG그룹, BC카드, 교보생명 등 약 500건의 로고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디자인산업 발전에 헌신하고 기여한 원로디자이너를 선정해 그 명예와 공로를 기리는 ‘디자이너 명예의 전당’에는 지난해까지 총 7대에 거쳐 15명이 이름을 올렸다.
김현 고문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제8대 디자이너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헌액식 후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김 고문은 “귀한 자리에 함께하게 돼서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며 “하지만 꼭 기쁜 것만은 아니다. 국가로부터 명예로운 선물을 받았으니 그걸 후배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시 전해 줄지에 대해 고민하겠다”라고 말했다.
2012년 ‘제1대 디자이너 명예의 전당’ 헌액자로 선정된 고(故) 조영제 전 서울대 명예교수와의 남다른 인연도 전했다.
김 고문은 “조영제 교수님께서는 우리나라에 ‘로고 디자인’을 처음으로 도입하신 분이다”라며 “교수님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디자인의 초창기 시작 때부터 많이 배웠다. 깊이 감사드린다”라고 고개 숙였다.
1965년 경기공업고등전문학교에서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한 김 고문은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직 한길만을 걸어왔다. 세월이 담긴 대가의 철학이 궁금했다.
로고 디자인을 위해 그는 조사부터 시작한다. 그 회사의 종업원들이 자신의 회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소비자들이 주력 상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면밀히 조사한다.
조사 결과를 회사의 회장 등 고위 책임자에게 설명하는 것도 디자이너의 몫이다.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 모두 가감 없이 전달한다.
김 고문은 “경영진에서 회사의 단점을 인정하고 개선해 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주면 그때부터 디자인에 들어간다. ‘향후 이런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의견 조율을 거친다. 디자인이 나오면 다시 직원들, 소비자의 의견을 모은다”라고 설명했다.
최종 디자인을 결정할 때 과거에는 회장의 의견이 가장 많이 반영됐다면, 최근에는 소비자 조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디자인이 발탁된다.
김 고문은 “너무나 당연하다. 기업은 소비자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소비자들 의견에 귀 기울이고, 의견을 많이 따르려고 노력해야 한다”라며 “현재를 가지고 판단하는 소비자의 의견에 미래의 방향에 대한 디자이너의 의견을 더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귀띔했다.
2016년 발표한 대한민국 정부 로고에 대해서도 각별함을 드러냈다.
김 고문은 “태극 문양의 바탕을 흰색으로 할지, 뻥 뚫린 공간으로 할지를 정해야 한다. 현재는 둘 다 쓰이고 있다”라며 “얼핏 봤을 때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누적되면 이미지가 달라지고, 응용 디자인도 달라진다”라고 짚었다. 현재는 미완성인 정부 로고를 하루빨리 하나로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고문은 ‘로고 디자인’의 변화에 관해 이야기했다. 코카콜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은 2~3년마다 조금씩 조금씩 로고를 바꾼다고 설명했다.
김 고문은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생각도 못 했던 게 필요할 때가 생긴다”며 “그럴 때 디자인을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지 고민해야 한다. 계속 수정하고 보완해야 일류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