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타투는 불법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피부에 잉크를 주입하는 시술이 불법이다. 일본에서는 야쿠자의 문신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불법이 됐지만, 우리나라는 미용실에서 눈썹 문신 시술을 잘못 받은 여성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불법 시술로 판결했다. Z세대(1995년 이후에 출생한 세대)에게 타투는 문화다. 과거 기성세대가 염색, 피어싱으로 자기의 개성을 표현했다면, 지금의 ‘뉴 트렌드 리더’들은 자신의 몸에 글자와 그림을 새기며 스스로를 표현하고 있다. 타투 시술의 불법 논란과 관계없이, 이미 젊은 세대에 타투는 뷰티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고, 가장 앞선 자기표현의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김남숙 시티스푸너스 대표는 “문신은 몸에 영구적으로 남는 속성 때문에 전통적으로 부정적인 상징성을 가졌다. 노예들에게 새기는 낙인이나 유대인 몸에 번호를 새길 때 사용했다. 헨리 5세 때는 병사들 머리에 암호를 새겨 전달하기도 했다”며 “현대에 와서는 조폭들이 과시용으로 문신을 새겼는데, 타인에 의해 낙인이 새겨졌던 과거와 달리 자기 표현의 방식으로 문신을 사용했다는 점이 다르다. MZ세대에게 타투는 시민으로서, 한 명의 개인으로서 나 자신과 타인을 향한 표현 방법이다. 타투는 그 표현 방법 중 가장 앞선 형태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숙 시티스푸너스 대표. 서강대학교를 졸업한 김 대표는 SK-ll, 질레트코리아 마케팅팀을 거쳐 P&G코리아, 로벡틴 등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아왔다. 글로벌 기업에서 마케팅 비즈니스를 경험하면서 디지털 세상에서의 자기 표현 방법을 고민하다 '인스턴트타투'를 만들어 창업에 뛰어 들었다. 그는 “의사는 사람을 살리고, 아티스트는 예술을 한다면 마케팅 비즈니스를 하기로 결정한 인생에서 어떻게 방점을 찍을까 고민하다 내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새로운 시장과 문화를 만들면서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환경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이 미치도록 고통스러우면서도, 미치도록 재미있다”고 말했다.[사진=시티스푸너스]
유행을 좇지 않는 Z세대, 고유한 정체성을 표현한다
타투는 왜 Z세대의 자기표현 방법으로 선택받고 있을까. 김 대표는 “1차원적 자기 표현을 넘어 더 상위 단계의 표현 방법을 찾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옷이나 명품, 메이크업, 성형 등은 남의 패션을 모방하는 경우가 많다. 트렌드와 정해진 미적 기준을 맞추는 방식이기 때문에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찾기 어렵다. 반면, 타투는 남을 따라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성경 구절을 새기든, 고양이 그림을 넣든, 개인이 생각하고 좋아하는 형태를 담으면 된다. 심지어 남들이 볼 수 있는 위치와 자신만 볼 수 있는 위치를 선택할 수도 있다.
시티스푸너스는 피부에 잉크를 넣는 형태가 아닌 스티커처럼 붙일 수 있는 템포러리(temporary) 타투 브랜드 ‘인스턴트타투’를 운영하고 있다. 타투는 한 번 시술하면 영구적으로 존속하는 특성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되돌리기 어렵다. 미국에서도 타투 시술자의 4분의 1은 몸에 새긴 타투를 지우려고 하지만, 제거 비용은 타투 시술의 10배에 달한다.
인스턴트타투는 실제 타투를 하기 전 ‘패션·뷰티 아이템’으로 타투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건식타투 방식으로, 실제 같은 섬세함과 다양한 색상을 구현하고, 1000종이 넘는 도안을 통해 선택을 폭을 넓혔다. 접착 후에는 2~3일간 개성을 표현한 뒤 언제든지 모양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인스턴트타투가 ‘Z세대만의 디지털 패션·뷰티 브랜드’를 표방할 수 있는 이유다.
김 대표는 “20대의 평균 소셜 네트워크(SNS) 계정은 10개에 육박한다. 틱톡에서 춤추고, 유튜브에서 소설을 읽고, 인스타에서 패션을 본다. 디지털 환경에서 Z세대의 멀티 페르소나(다중적 자아)적 특성은 다양한 자기표현 방법이다”며 “메타버스 세계에서 템포러리 타투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택지다. 평상시 모습과 여행 갔을 때 모습과 SNS 상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다 다르다. 한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다양해지고, ‘부캐’가 많아질수록 디지털 환경에서 다양한 자기 표현 방법 중 타투도 중요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패션과 뷰티 사이...자기 표현을 위한 혁신
시티스푸너스가 방탄소년단과 협업해 만든 타투 스티커.[사진=시티스푸너스]
한국에서 타투는 아직 하나의 산업군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전문 브랜드로서 대중에게 인식된 회사가 없고, 유의미한 시장 규모도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미국의 경우, 20~30대 남성 중 1개 이상의 타투를 지닌 사람이 60%에 달한다. 화장품이나 네일 등 여성 사용자 비율이 압도적인 다른 뷰티 산업과 달리 시장 규모를 2배 이상으로 키울 수 있다.
그는 “인스턴트타투의 카테고리는 명확히 ‘뷰티’다. 패션은 상품이 실물로 남지만, 뷰티는 사용하고 소진된다”며 “지금까진 타투를 하나의 시장으로 생각하는 플레이어가 없었지만, 인스턴트타투는 자기표현 문화를 확장시킬 수 있는 브랜드로서 더 많은 사람이 두려움 없이 자신을 표현하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남은 시간은 미국 진출을 위한 준비에 주력할 계획이다. 미국은 타투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만큼 시장 규모도 남다르다.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선 글로벌화가 필수적인 이유다. 방탄소년단(BTS)의 음악을 테마로 사용한 공식 라이선스 타투 스티커를 발매하는 것처럼 글로벌에서 통할 수 있는 굿즈 아이템을 만드는 사업도 중요하다. 자기표현 문화와 글로벌, 디지털과 굿즈는 시티스푸너스가 성장하기 위한 밑바탕이 된다.
김 대표는 “결국 타투를 뷰티로서 경험하고 즐기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진짜 타투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이런 논쟁에 집착하지 않는다. 타투는 자기를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라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에서 타투는 이미 트렌드가 아닌 문화다. 젊은이들은 화장보다 타투를 먼저 접한다. 올해는 미국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뷰티 분야의 혁신은 ‘어떻게 더 젊게 보일 것이냐’와 ‘어떻게 자기를 표현할 것이냐’ 두 가지 방향성이 있다"며 "어려 보이는 방법은 의술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기에 인스턴트타투는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디지털 네이티브 브랜드’로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글로벌과 디지털을 키워드로 뷰티 분야 혁신에 일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기자 정보
- 신보훈
- bbang@ajunews.com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