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구속 기한을 일주일 앞두고 성남시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은 전날 성남시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중심에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특가법 위반(배임), 뇌물공여,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를 불러 조사한 뒤 17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조치다. 법원은 오는 14일 구속전 피의자심문(구속실질심사)을 열고 김씨 구속 여부를 판단한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김씨가 유 전 본부장과 함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1100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특가법상 배임) 공범이라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상 배임이란 불법적인 방법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이득을 취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행위를 말한다. 특가법상 배임은 배임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징역 3년 이상,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돼있다.
게다가 검찰은 미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 핵심 인물 중의 하나인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에게 여권 무효화 조치를 취했다. 무효화 결정 시 무효화 대상자의 여권 신청 당시 주소로 반납 통지문을 송달한다. 통지 후 2주 이내에 반납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자여권 시스템을 통해 여권을 무효로 한다.
여권이 무효화되면 현지에서 강제 추방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남 변호사는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귀국 후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남 변호사는 검찰에 녹취록을 제출한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 유 전 기획본부장과 함께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로 꼽힌다. 남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통해 배당금 약 1000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검찰은 유 전 기획본부장에 대한 수사 초기 휴대전화 확보에 실패하면서 수사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유 전 기획본부장 휴대전화를 경찰이 발견하면서 부실수사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그러나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참모 회의에서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하자 공교롭게도 당일 김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오수 검찰총장 역시 김창룡 경찰청장과 연락해 서울중앙지검과 경기남부경찰청 간 협력을 위해 핫라인을 구축했다.
법조계에서는 사건 몸통인 김씨와 '키맨'으로 꼽히는 남 변호사 간 대질 신문이 이뤄지면, 대장동 개발 사업 진행 과정에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의 개입 여부와 이른바 '그분'으로 지칭되는 윗선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의 스모킹 건이 된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는 김씨가 개발 이익의 25%에 해당하는 약 700억원을 유 전 본부장에게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화천대유 측이 정관계 로비를 한 금액이 350억원에 달한다는 내용도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화천대유가 성남시의회 의장과 시의원들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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