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달 초 시행을 예고한 ‘위드 코로나’ 전환 준비에 본격 돌입했다. 다만, 장기화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위축을 고려할 때 하루속히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나, 섣불리 방역 조치를 완화했다가는 새로운 대유행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이에 감염병 전문가들은 망가진 일상을 회복하되 코로나19 사태를 악화하지 않기 위한 핵심 조건은 결국 ‘의료대응체계를 얼마나 잘 갖추느냐’에 달렸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위드 코로나에도 마스크 착용, 손 소독 등 기본 방역체계 핵심 기조는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청장)는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위드 코로나 성공의 핵심 조건은 ‘의료대응체계’”라며 “중환자 발생에 대한 단계를 정하고 단계별로 어떻게 의료기관과 의료인력을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 정책위원장은 의료대응체계가 핵심이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정부가 위드코로나를 위한 의료대응체계 준비를 열심히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닥치면 그냥 될 것이라 보는 것 같다”며 “준비라는 건 결국 예산을 책정해야 하는 건데, 재정적인 큰 그림을 바탕으로 인력을 구성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코로나19 방역과 의료 현장에 많은 이들이 아르바이트 형태로 고용돼 일하고 있다. 특히 선별진료소와 경증환자 병동에는 아르바이트 직원이 대부분”이라며 “장기적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계획은 없고 당장의 미봉책만 보인다. 이런 접근 방식은 정부의 보건의료체계와 감염병 대응 방식이 완전히 즉흥적이고 지속가능성에 대해 사고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 재택치료 확대 ‘혼란 불가피’···“의료진, 환자와 1:1로 증상 체크해야”
정부는 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른 확진자 관리체계 변화를 예고했다. 고위험군이나 중증환자에 의료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건강한 확진자는 집에서 치료받게 하는 ‘재택치료’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내달부터는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면 무증상이나 경증의 경우 자가 치료가 가능할 전망이며,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는 시범 운영 중이다.
다만, 현재 정부가 내놓은 재택치료는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확진자가 급증할 경우 재택치료 환자를 모니터링할 인력 문제, 재택 치료 환자 응급수송문제 등 기존의 병원 중심 의료체계에는 없었던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기석 교수는 “재택치료 준비가 완벽하지 못하다. 불안한 구석이 많다”며 “현재로선 병실이 여유가 있지만, 정부가 최악의 경우로 전망한 일일 확진자 5000명이 발생하고, 때마침 백신 효과가 크게 감소해 중환자가 많이 발생한다면 재택치료를 취소해야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택치료를 전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겼는데, 분명 지자체마다 이를 다르게 운용할 것이고 피치 못하게 혼선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정형준 위원장은 “재택치료는 결국 집에서 격리를 하는 셈인데, 확진자가 증가할 위험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재택치료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인력과 간호사들이 더 필요한데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재정을 통해 유휴 간호사들을 활용해 해결하려는 것처럼 보이는데,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역시 정부가 제시한 재택치료 방안에는 허점이 많다고 했다. 그는 재택치료라고 해도 전담 의료진이 있어 환자에 대해 세밀한 관리를 해야 중증으로 넘어가는 일이 없을 것이라면서 당국이 다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재택치료를 한다면 아침, 저녁으로 의료진이 영상통화를 통해 1:1로 환자의 증상을 체크해야 하고, 향후 도입 예정인 경구 치료제도 중증 환자에게 어떻게 사용할지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면서 “재택치료자가 본인의 상태가 나쁘다고 인지했을 때는 이미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위드 코로나 시작하면? “확진자 폭증할 것”···방역 체계 핵심은 여전히 ‘거리두기’
위드 코로나 도입으로 방역 수위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본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특히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 이후 방역이 느슨해지면 하루 확진자가 1만명까지 폭증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천은미 교수는 “영국, 싱가포르, 덴마크 등 해외 국가 사례를 보면 위드 코로나 전환 시 확진자가 현재보다 늘어나는 것은 우리가 직면해야 할 현실”이라며 “백신 접종률 80% 이상이라면 중증 사례는 줄어들겠지만 겨울 시즌과 맞물려 확진자가 1만명까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돌파감염과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깜깜이 감염이 늘고 있어, 이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일상에 좀 더 가까운 위드 코로나는 전 세계 인구의 80%가 백신을 접종하고, 코로나19 감염 이후 회복한 사람들까지 포함해 내년 중반이 지나야 가능할 것이라는 게 천 교수의 예상이다.
천 교수는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거리두기 유지는 물론 주기적이고 자발적으로 코로나 검사할 수 있도록 해 일상에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체계가 되어야 한다”면서 “자가 검사키트 비용을 낮추고 개인 검사를 일상화해 무증상 감염자의 전파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형준 위원장 역시 위드 코로나를 하더라도 방역 체계의 핵심인 거리두기는 유지될 것으로 봤다. 그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 분명 확진자가 많이 생길 것이고, 의료대응체계가 감당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강화와 완화가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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