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중국에서 단독으로 증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외국 금융기업이 중국에 100% 지분을 가진 증권사를 두는 건 지난 8월 JP모건에 이어 두 번째다. 미국과 중국간 갈등, 중국의 규제 리스크 속에서도 월가 공룡의 중국 사랑은 여전히 이어지는 모습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로부터 자사의 중국내 합작 증권사인 가오성가오화(高盛高華)증권의 지분 100%를 단독 소유하는 방안을 승인받았다고 18일 밝혔다.
골드만삭스가 2004년 중국 현지 가오화증권과 합작 증권사를 설립한 지 17년 만에 중국서 단독으로 증권사를 두게 된 것이다. 이로써 가오성가오화증권의 중국어 사명도 골드만삭스의 중국명을 따서 가오성증권으로 바뀌게 됐다.
골드만삭스는 2004년 합작 증권사를 설립할 당시 지분은 33%에 불과했고, 나머지 67%는 가오화증권이 가졌다. 그러다가 최근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 속 외국인 지분 제한이 풀리면서 골드만삭스는 합작증권사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중국은 2018년 외국 자본의 중국내 합작증권사 지분 상한선을 기존의 49%에서 51%로 올린 데 이어 지난해 4월부터는 외국자본이 100% 지분을 갖고 중국에 증권사를 단독으로 운영할 수 있게 했다.
이에 지난해 3월 지분 비율을 51%까지 끌어올린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말 나머지 지분 49%를 가오화증권으로부터 모두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증감회에 승인을 신청해 약 열 달 만에 인가를 받은 것이다. 외국계 금융사로는 JP모건에 이어 두 번째다.
중국이 미·중 갈등 고조 속에서도 월가 공룡들을 '환영'하는 건 국내 자본시장을 개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등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고조되는 데다가, 중국 공산당이 전방위 산업 규제에 나서며 시장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서도 월가 공룡들의 중국 시장 진출이 이어지는 것에 주목했다. 최근 미국 정가에선 미·중 디커플링 위기 속에서 굳이 중국에 월가 공룡들이 진출할 필요가 있냐는 회의론도 대두되고 있다. 월가 거물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는 중국 투자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앞으로 골드만삭스의 중국내 사업 확장 행보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향후 5년간 중국 현지 본부 인력을 현재의 2배 가량인 600명까지 늘릴 것이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미 올해에만 중국 본토에서 직원 116명을 충원해 현재 인력은 400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골드만삭스 이외에도 현재 중국에서 합작 증권사를 운영하고 있는 크레디트스위스, 모건스탠리, UBS, 노무라증권 등 다른 글로벌 금융사들도 지분율을 더 확대하며 중국 현지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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