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선봉장으로 불렸던 칭화유니(紫光, 중국명·쯔광) 그룹의 구조조정이 파산 신청 약 석 달 만에 진척을 보이고 있다. 2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짊어진 칭화유니그룹은 일단 통째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모두 7곳의 전략적 투자자가 인수 후보자로 선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칭화유니 백기사 후보 7명은 누구?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파산 신청 후 석 달 만인 지난 18일 베이징 중급법원 주재로 칭화유니그룹 첫 번째 채권단 회의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이 자리에는 450여명의 채권자 대표와 구조조정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7개 전략적 투자자도 참석했다.
이날 잠재적 전략적 투자자 명단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차이신은 중앙국유기업인 중국전자정보산업집단(CEC), 상하이우빈펑하이테크창업투자와 상하이 궈성그룹 주도의 컨소시엄, 광둥헝젠투자홀딩스, 베이징전자홀딩스, 베이징 젠광자산관리, 우시산업발전그룹, 알리바바그룹이 잠재적 인수 후보자라고 전했다.
칭화유니 최대 11조원에 통째로 팔릴 수도
보도에 따르면 채권단 회의에서는 칭화유니그룹 부채를 상환하고, 그룹을 통째로 매각하는 방향을 논의했다.
지난해 6월말 기준 칭화유니 총자산은 2966억 위안으로, 이중 부채는 2029억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확정된 채권 규모는 1081억8100만 위안(약 20조원)에 달한다고 증권시보는 전했다.
지난해 6월말 기준 칭화유니 산하 자회사만 286곳으로, 이중 핵심 계열사는 △선전증시 상장사인 IT클라우드 업체 유니스플렌도어(紫光股份) △모바일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유니SOC(紫光展銳) △ IC카드용 칩과 SIM카드 등 제조사인 궈신마이크로(国芯微电子) △메모리반도체업체 창장메모리(YMTC) 등이다.
이들은 모두 중국 반도체 산업 분야의 선두업체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 쪼개지 않고 통째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읽힌다.
차이신은 잠재적 전략적 투자자들은 칭화유니그룹을 통째로 인수하는 데 약 500억~600억 위안(약 11조원)의 가격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내년 2월말까지···구조조정 마감시한 '째깍'
중국 파산법에 따라 칭화유니그룹의 구조조정 시한은 내년 2월 말까지로, 이후 3개월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그전까지 칭화유니 채무 상환과 구조조정 방안을 도출해 채권단과 합의를 끝내야 한다.
이에 따라 칭화유니는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채권자들과 일부 부채 탕감과 상환일 연장 등과 관련해 합의를 시도하는 하편,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는데 온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만약 칭화유니가 채권자, 전략적 투자자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결국 청산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차이신은 막대한 자산과 복잡한 부채로 칭화유니 구조조정이 힘겨운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반도체 굴기 선봉장의 '추락'
칭화유니는 칭화대학교 주식회사’인 칭화홀딩스 산하 국유기업으로, 2010년까지만 해도 한방음료를 제조하는 보잘것없는 국유기업이었다.
하지만 2013년 미국 반도체기업 스프레드트럼 인수를 시작으로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휴렛팩커드 자회사 H3C 등 반도체 기업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중국 반도체 굴기 선봉장으로 글로벌 반도체 업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공격적 인수합병은 거액의 부채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 총부채는 46억4700만 위안에서 2000억 위안으로 44배 늘었다. 투자에 따른 수익 창출에도 실패하며 2016년부터 5년 연속 적자 행진도 이어갔다.
결국 지난해 10월 결국 첫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며 부채 위기의 블랙홀에 빠졌다. 이후 올 상반기까지 칭화유니는 모두 6차례에 걸쳐 디폴트를 선언했다. 총 디폴트 액수만 70억 위안에 육박한다. 결국 자체적으로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지난 7월 19일 파산 구조조정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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