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무조정실 '규제챌린지'로 폐지 여부까지 논의된 공공 소프트웨어(SW)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의 유지 방침을 공식화했다. 제도의 소관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폐지가 아니라 오히려 '미세조정'을 택했다. 앞서 작년 말 제도 개정을 통해 추진해온 대·중소SW기업 간 상생과 동반 해외진출 확대, 신설된 대기업 허용 공공SW 유형 활성화 방침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22일 과기정통부는 다음달 고시를 개정해 작년 '온라인개학'과 올해 '백신예약시스템'의 장애처럼 긴급 대처해야 하는 SW사업의 대기업 참여제한 심의 기간을 단축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요 공공 IT시스템에서 잇따랐던 '먹통 사태'의 근본 원인은 대기업 참여 제한이라는 표면적인 규제와 자체 해당 SW사업의 부실한 발주·관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제2차 '공공SW사업 수·발주자협의회'를 개최해 이 같은 공공SW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협의회에는 공공SW사업에 참여하는 SW기업 관계자, 공공SW사업을 발주하는 국가·공공기관 사업관리자, 관련 민간 전문가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후속 논의를 통해 추가 개선방안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우선 다음달 고시를 개정해 긴급발주가 필요한 SW사업의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 심의를 신속 처리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연내 도입한다. 신규 사업목록 고시부터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SW사업 규모를 인지할 수 있도록 '사업금액 공개'를 즉시 추진한다. 내년부터 2~3년 뒤 발주될 대규모 신규 공공SW사업 정보공개, 발주기관 교육·컨설팅, SW사업 품질평가 정보공개를 추진한다.
과기정통부 측은 "제안요청서의 요구사항 불명확, 부족한 사업기간·대가로 인해 SW개발 시 과업이 수시로 바뀌고 빈번하게 장애가 발생해, 상대적으로 장애대응이 우수하게 인식되는 '대기업 선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라며 "중견·중소기업의 SW 품질수준은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기업 참여 허용이 백신예약시스템 장애 같은 사건의 해답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SW사업 기획기간이 부족해 발주, 사업관리가 미흡하거나 사후적으로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스템의 장애에 신속히 대응하는 체계가 부족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 이에 이미 긴급 장애대응 시 심의 없이 대기업 참여가 가능케 했고, 다음달 고시를 개정해 긴급한 SW사업 발주 시 대기업 참여 심의 기간을 평균 45일에서 15일로 단축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그간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혜택이 일부 중견기업에 돌아가고 중소기업에 성장기회가 미흡하다'는 비판에 과기정통부는 "대기업 위주였던 공공SW 시장이 대·중견·중소 상생환경으로 개선됐다"라고 반박했다. 통계상 대기업의 주사업자 비중은 금액 기준으로 2015년(제도 완화 시점) 이후 증가세를 나타내고 중소기업 주사업자 비중은 2016년까지 늘다가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또 '중소SW기업 참여지원' 제도로 공공SW 사업의 주사업자를 맡은 중소기업 수가 2008년 1334개, 2014년 2763개, 작년 3936개로 증가하는 등 공공SW시장의 대·중견·중소기업 상생환경이 안착했다고 주장했다. 또 SW기업 간 하도급 분쟁조정 건수는 2016년 14건에서 작년 2건, 올해 8월까지 1건 등을 기록해 하도급 분쟁 감소 성과를 내고 있다고 봤다.
이 밖에도 대기업이 참여가 제한된 공공SW 사업 대신 해외 SW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첨단 물류, 에너지플랫폼 개발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지속적으로 IT서비스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3사의 수출 금액이 2013년 2조5900억원에서 작년 3조9000억원으로 증가한 공시 내용을 제시했다.
과기정통부 발표에 인용된 한국SW산업협회 자료 기준으로 공공SW 사업에 참여하는 28개 주요 중견중소 IT서비스 기업의 최근 6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6.1%, 종사자 수 증가율은 5.6%, 평균임금 증가율은 3.0%로 지속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5년 '신기술 분야'의 대기업 참여가 허용돼 대기업의 공공SW사업 수주금액도 2016년 2019억원에서 작년 1조744억원으로 늘었다.
작년 말 대기업 참여 공공SW사업 분야로 대·중소기업 동반해외진출, 긴급장애대응이 필요한 사업, 대기업이 공동수급인으로 20% 이내 참여하는 사업, 클라우드 등 민간투자형 SW사업을 신설해 규제를 추가로 완화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대기업 참여가 가능한 SW사업의 사업금액 등 사전 공개 정보를 확대해 사업자가 사업시기에 맞춰 사전에 인력과 기술을 준비할 수 있게 했다.
과기정통부는 또 "대기업은 인력투입 위주의 SW사업이 아닌 클라우드 등 민간투자형 상용SW사업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라며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는 용역 형태의 IT서비스에 적용되며 클라우드 등 상용SW는 대기업이 제한 없이 참여 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공공SW 소비시장이 투입인력 기반의 SW개발 용역서비스 거래를 탈피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김정삼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정책관은 "중소SW기업 참여지원 제도와 대기업 참여제한 개선 효과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 대‧중견‧중소기업 상생환경이 안착되고 있어 현 제도의 틀을 유지한다"라면서 "이해관계자의 지속적 의견수렴을 통해 SW기업의 성장과 상생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개선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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