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방식이 확정되기 전부터 사업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는 유 전 본부장이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1호 소유자)에게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도와주면 민간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지난 2012년 먼저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공소장에는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 대가를 요구하며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처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 700억원을 요구하고, 그 전달 방법도 구체적으로 논의한 정황이 담겼다.
그럼에도 유 전 본부장 구속 당시 적용했던 배임 혐의는 공소장에서 빠졌다. 수사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혐의가 오히려 덜어진 것이다. 배임 혐의를 제외하면서 이른바 '그분'으로 지칭되는 윗선과의 연결고리를 차단하고 '꼬리자르기'로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유동규 배임 혐의 기소단계서 이례적 제외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 시 혐의를 적시했다는 것은 입증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는 걸 뜻한다. 영장이 발부된 건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검찰이 구속 영장에 넣었던 혐의를 재판에 넘기는 기소 단계에서 빼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화천대유 등 민간사업자의 과도한 이익은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와 사업자 선정, 이익 배분을 거치며 발생한 성남시의 손해라는 것이 배임 혐의 논리 구조였다.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 같은 범죄사실이 포함됐고 법원이 발부한 것은 배임 혐의가 일부 소명됐다는 의미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CK대표)는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서 배임 혐의 등이 일부 소명된다고 밝혔음에도 기소도 못 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검찰 수사가 미진했다는 것 밖에는 설명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윗선' 수사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
검찰은 배임 혐의와 관련해 추가 수사를 통해 공범 관계와 구체적 행위 분담을 명확히 하겠다며 추가 기소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고의를 입증해야 하는 데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경위를 밝히고 나머지 공범 관계도 특정해야 하는 등 어려움만 가중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유 전 본부장 배임 혐의 추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 기소 전 검찰이 지난 20일 김만배씨와 남욱, 정영학 등 이른바 '대장동 핵심 4인방'을 동시에 불러 대질조사까지 벌였지만 배임 혐의를 입증할 단계까진 가지 못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유 전 본부장 배임 혐의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성남시 관계자나 당시 시장이던 이재명 지사 등 윗선 수사도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검찰이 밝힌 공소 요지만 봐서는 대장동 의혹이 유 전 본부장과 그를 둘러싼 일당들의 '일탈 행위'로 축소돼 결론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차장검사)은 김씨와 남 변호사를 다시 소환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범죄 혐의에 대한 보강 수사를 벌인 뒤 조만간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