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부터 중국이 제2의 일본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끊이지 않았다. 주로 미국이나 일본에서 나왔던 시나리오다. 중국경제가 연착륙(軟着陸, Soft Landing)보다 경착륙(硬着陸, Hard Landing)할 것이라는 예상을 무책임하게 내놓았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기우로 전락시켰다. 중국은 일본 경제의 침몰 원인을 집중적으로 분석, 미국의 전방위 압력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한편으론 성장축을 동부에서 중·서부 내륙으로 이동하면서 추가적인 동력을 지속해서 만들어냈다. 배후에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갖고 있다는 점이 일본과는 달랐다. 코로나 발발 이전까지만 해도 6%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바오류(保六)’가 견고하게 이어졌다. 고속에서 중속으로 연결하는 성장세가 유연하게 만들어졌다.
이렇듯 식을 줄 모르는 중국경제에 최근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정치적으로 시진핑 주석의 3기 연임을 앞두고 생겨나고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계속 승승장구할 것 같은 경제 펀드멘탈에 돌출 악재들이 등장한다. 내·외부 요인이 중첩되면서 위협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진다. 최대 민영 부동산 회사인 헝다의 파산 위기, 사상 최악의 전력난, 글로벌 공급 교란 등으로 인해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저조한 4.9%에 그쳤다. 연간으로는 8% 내외의 성장 달성이 가능하겠지만 통계적 수치보다 중국경제의 전반적인 흐름에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이는 분위기다. 체제 공고화를 위해서 동원된 일련의 무리수가 경제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성장 동력 위축과 동시에 베일에 가려진 경제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코로나19가 중국경제 도약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중국 측의 바람과는 달리 역으로 위기로 바뀔 수 있다는 조짐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헝다 사태가 글로벌 경제 위기로 확산하지 않겠지만 중국경제가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뇌관을 건드릴 가능성이 커진다. 기업부채·그림자금융·부동산 버블 등이 그것들이다. 중국경제의 과열은 기업의 막대한 부채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는 공급 과잉과도 연결된다. GDP 대비 기업 부채비율이 2020년 기준 162.3%에 달함으로써 경기가 식으면 헝다와 유사한 디폴트 위기에 빠지는 부실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속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유동성 함정으로 내몰면 부동산 버블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것은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들고나온 ‘공동부유(共同富有)’이다. 이른바 중국판 신(新)분배 정책이다.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회에 대한 불균등에서 기인한다. 중국 내의 부패와 반(反)도덕적 행위는 이미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시진핑 집권 초기에는 칼날이 공공 부문에 집중하였다가 3기 집권을 앞두고 그 끝이 이제 민간 부문으로 옮겨진 것이다. 수년 전부터 이런 조짐이 나타났지만, 이제는 아예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하던 부동산·플랫폼 기업들의 경영 기반이 급격히 약화하고 있다. 이에 더해 사교육 금지, 게임 규제 등으로 소비까지 위축될 기미까지 보인다. 특히 빅테크 민간 기업들이 숨을 죽이고 잔뜩 움츠린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이 중국경제에 약이 될지, 아니면 독이 될지 아직은 불투명하다. 수출 의존을 줄이고 내수 중심 성장을 한다면서 내놓은 ‘쌍순환 경제’가 의도대로 순항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대두되고 있다. 부의 재분배에는 상당 시간이 소요되지만, 시장이 얼어붙는 것은 삽시간이다. 중국의 고도성장은 국유기업보다 민영기업들의 역할이 지대했으며, 특히 경제 활력과 고용 창출에 지대하게 이바지했다. 중국 정부는 당분간 제조업 혁신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와 친환경 산업에 대해 총력을 경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간의 발목을 묶어둔 채 정부 일변도의 드라이브로는 지속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벌써 시장에서는 중국 투자를 극도로 꺼리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낌새가 역력하다.
이에 더해 미국의 파상 공세에 버텨야 하는 외부 악재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미국과 힘겨운 빅테크 경쟁을 하는 마당에 이의 최전선에 포진하고 있는 민간에 족쇄를 채우는 것은 적전 분열과 다름없다. 체제의 공고화를 위해 내세운 공동부유 카드가 중국경제에 치명적인 결과로 귀착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솔솔 나온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식으로 중국이 정점(頂點)을 찍고 내림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너무 칼을 빼 들어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어 나온 것은 경제력이 꿋꿋하게 버텨주었기 때문이다. 만약 경제가 무너지면 중국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할 수 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경고음이 그 어느 때보다 요란하다.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학교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