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장동 특혜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특검을 발동해야 한다는 야권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특검제도에 대한 관심도 더불어 높아지고 있다. 여권은 일단 겉으로는 반대하는 듯하지만 내심으로는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어서 상황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통상 특검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수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특검 발동여부를 두고 논란 생기고 ‘정무적’ 계산이 앞서는 것은 이번만은 아니다. 특검수용을 국회 정상화의 명분으로 삼는 등 정치적 거래와 ‘수싸움’의 장으로 변질됐던 적도 있다.
사실 특검은 일반검사가 맡기에 부적절한 사건을 ‘특별한 검사’에게 맡겨 공정하고 신뢰성이 높은 결과를 얻자는 것이 목적이다. 정치적 입장이나 권력에서 자유로운 제3의 인물에게 최고위급 인물이나 정치적의 민감한 사건의 수사와 공소유지를 맡겨 모두가 승복하는 결론에 도달하고자하는 취지다.
◆ 특별검사와 특임검사
보통 특검이라고 하면 ‘특별검사’만 생각하지만, 특검은 ‘특별검사’와 ‘특임검사’로 나뉜다.
특임검사는 검사의 범죄에 관한 사건에만 예외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로, 특임검사로 임명되면 독립성 보장을 위해 최종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한다. 그러나 검찰총장이 지정하는 사건 외에 다른 사건을 임의로 수사할 수 없고, 총장이 특임검사의 직무집행을 중단시킬 수 있으므로 완전한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외에 대검찰청 감찰위원회는 특임검사에게서 수사 상황을 보고받아 조치 의견을 권고할 수 있다.
특임검사제도(特任檢事制度)는 `스폰서 검사` 추문이 불거진 직후인 2010년 6월 신설됐으며 같은 해 8월 대검찰청 훈령 제158호 `특임검사 운영에 관한 지침`에 근거해 도입됐다. 이 지침 제1조는 `검사의 범죄혐의를 수사해 소추하는 별도의 특임검사를 한시적으로 운영함에 있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제도의 목적을 못 박았다.
또 일정 경력 이상의 판사·검사·변호사 중 국회 등이 지명하는 복수(혹은 삼배수)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별검사와는 달리 특임검사는 현직 검사 중에서 검찰총장이 임명한다. 특임검사제도는 2016년 8월 기준 벤츠 여검사 사건, 조희팔 뇌물 검사 사건, 진경준 검사장 사건까지 네 번 시행됐다.
이에 비해 특별검사제도(特別檢事制度)는 1999년 9월 30일 처음 시행됐다. 주로 행정부 최고위급 공직자의 비리혐의가 발견되었을 때 행정부의 소속의 정규 검사가 아닌 변호사 자격을 가진 일반 법조인에게 수사와 공소유지를 맡기는 제도이다. 하지만 특검이 되는 순간 공무원의 지위를 얻게 되며, 해당사건에 대해서는 검사와 똑같은 권한과 책임을 진다.
주로 대통령이나 그 친인척, 최측근 인사의 비위가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고, 검찰이나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권력형 비위나 권력남용 행위가 대상이 되기도 했다.
◆ 특검의 고향, 미국
특검제도는 미국에서 유래됐다. 1868년부터 8년간 재임한 미국 그랜트 대통령이 개인비서의 탈세 혐의 수사를 위해 특별검사를 임명한 것이 처음이다. 본격적 도입 계기로 1972년 닉슨 워터게이트 사건을 꼽을 수 있다. 닉슨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하버드대 콕스 특별검사에게 덜미가 잡혀 사임했다. 이를 계기로 1978년 특검제도의 운영에 관한 규정을 포함한 「정부 윤리법」이 통과됐고 이에 따르면 특별검사는 법원에 의해 지명된다.
하지만 실효성을 두고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미국에서는 20년간 총 20번의 특검이 있었으나 처벌이 이루어진 것은 4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권분립 위반 논란, 위헌 논란, 예산 낭비의 논란 등 매번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결국 미국은 1999년 6월 클린턴 대통령 시절 르윈스키 스캔들의 수사를 담당했던 케네스 스타(Kenneth W. Starr) 특별검사를 끝으로 「특검법」을 폐지해 버렸다.
폐지됐던 미국의 특검을 되살려 낸 것은 트럼프 前대통령의 ‘러시아 게이트’였다. 2016년 미 대선에서 러시아 정부와 트럼프 대선 캠프 간의 공모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미 의회는 18년만에 특별검사 제도를 부활시켰다. 하지만 이 '러시아 특검' 역시 실효성은 없었다.
◆ "특검에 도장받으러 간다"
특검이 실효성 없기는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국정농단 특검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고, 오히려 논란만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특검을 해봤자 요란하기만 할 뿐 수사팀은 뒤에서 술먹고 놀기만 하더라는 '특검 운전기사'의 전언이 나온적도 있고, 검찰이 해온 수사를 그냥 검토하는 수준 밖에 못하더라는 평가도 나왔다. "오죽했으면 특검에 도장받으러 간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겠느냐"고 말하는 법조인이 있을 정도다.
그나마 성과가 있었다는 ‘국정농단 특검(박영수 특검)’ 마저도 실은 언론이 먼저 취재해 놓은 것을 뒤따라가며 정리한 것에 불과했다는 혹평이 있고, 나중에는 특검을 맡았던 박영수 변호사의 잇따른 비리의혹으로 빛이 바래고 말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특검은 1999년 김대중 정부이후 줄기차게 채택됐다. 공교롭게도 미국이 특검을 폐지했던 바로 그해 첫 특검이 도입됐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과 옷로비 사건이 첫 수사대상이었다. 특검제도가 도입되자마자 두 사건에 특검이 임명되면서 첫 ‘특검이 쌍특검’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생기기도 했다.
이후 모두 13번의 특검이 발동됐다. 이용호 게이트 특검(2001년), 대북 송금 특검(2003년),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사건(2004년), 러시아 유전 개발사업 특검(2005년), 삼성 비자금 특검(2008년), BBK 특검(2008년), 스폰서 검사 특검(2010년), 디도스 특검(2012년), 내곡동 사저 특검(2012년), 최순실 특검(2016년),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 (2018년), 세월호 특검 (2021년)이 있다.
모두 그때그때 ‘특검법’을 만들어 수사대상과 활동기간, 특검 임명방식 등을 따로 정했다. 삼성특검이나 BBK특검 같은 경우에는 대법원장이 특별검사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을 취했다.
◆ 왜 만들었을까? 상설특검법
박근혜 정부 때에는 ‘상설특검제도’가 도입됐다. 그때그때 새로 특검법을 만들어 특별검사를 임명하던 방식이 아니라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른바 ‘제도 특검’ 방식이다.
당시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공수처’와 같은 기구특검을 강력히 원했지만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었던 검찰이 몽니를 부린 끝에 ‘제도특검’으로 결론이 났다.
그 법이 법률 제12423호인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다. 특검은 범죄 수사와 공소 제기 등에 한정해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며 (제1조, 제6조), 국회의원들의 본회의 의결 또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의견에 따라 개시(제 2조)된다. 이후 국회 내부에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기타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4인을 포함, 총 7인으로 구성된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해 국내 판사, 검사, 변호사 명단 내에서 2명의 후보자를 추린다. 이후 대통령에게 특별검사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3일 내에 최종 1명의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상설특검법이 있지만 개별특검법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상설특검법이 단 한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 드루킹 특검과 세월호 특검은 상설 특검범과 별개로 특검법을 만들어 임명됐다.
◆ 14번째 특검... 발동될까?
대장동 사건에 대한 특검이 발동되면 14번째 특검이 된다. 상설특검법을 따를 수도, 역시 개별특검법을 만들 수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개별 특검법을 만드는 것보다 상설 특검법을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시각이 좀 더 우세하다.
대장동 특검의 발동여부는 전적으로 여권의 의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일단 재적 296명 가운데 169명의 절대 다수의석을 가지고 있고, 여기에 여러 이유로 잠시 민주당에서 탈당상태인 김홍걸, 양형자 의원과 박병석 국회의장 등 무소속을 포함하면 176석, 열린민주당 3석, 기본소득당, 시대전환당 등 범여권 소수정당까지 포함하면 181석에 달한다.
외견상 여권은 특검발동에 회의적이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불리하지 않다’는 생각도 저변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고위관계자는 “대장동 사태는 파면 팔수록 야당만 나올 것”이라면서 “검찰의 애매모호한 수사보다는 차라리 특검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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