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내 연금으로 비트코인 투자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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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10-2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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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직원공제회, 비트코인 투자설 부인...가입자는 '불안'

  • 안정적 투자 선호하는 연기금...암호화폐를 투자 대상으로

  • 해외 연기금은 코인 투자 활발... 한국은 간접적으로 투자 중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미국 증시에 데뷔하면서 제도권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 이미 국내 대형 투자사들은 직·간접적으로 암호화폐에 투자 중이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연기금도 암호화폐 투자 가능성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연기금 암호화폐 투자설...가입자들은 '불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교직원공제회가 비트코인 관련 ETF에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쳐 투자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매체는 교직원공제회가 투자하는 ETF는 국내 자산운용사가 내년 상반기에 만들어 해외에 상장될 계획인 것으로 전했다. 직접 투자가 아니라 비트코인 가격과 연동되는 현물 ETF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교직원공제회는 곧바로 비트코인 투자설을 부인했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비트코인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를 전혀 검토한 바 없으며, 어떠한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라며 선을 그었다.

교직원공제회의 비트코인 투자설이 주목받은 이유는 연기금이 암호화폐를 투자 대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기금은 노후 소득을 보장받기 위해 현재 자신의 근로 소득에서 낸 일정 금액들이 모인 기금이다.

연기금은 거액 자금을 이용한 안정적인 장기 투자 성격을 띠기 때문에 증권 시장 등에서 ‘큰 손’으로 인식된다. 국내 최대 공제회인 교직원공제회는 지난해 말 기준 47조원을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대규모 연기금이 암호화폐 투자에 나서는 것은 다른 연기금도 암호화폐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셈이다.

일부 연기금 가입자들은 암호화폐 투자에 대해 불안감을 표했다. 교직원공제회에 가입했다는 A씨는 “돈을 넣어 투자를 맡겨도 엄밀히 내 돈인데 뭐하는 것인가 싶었다. 평소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는데 여기에 투자한다고 하니 별로다”라고 전했다.

다른 가입자 B씨는 “연기금이 미래에 이자와 원금을 받을 수 있는 장기 저축 상품 같은 것인데 투자처가 유동성이 큰 위험자산이라는 것에 대해 불안이 느껴진다. 내가 넣은 장기 저축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넣는 금액을 최소로 변경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해외 연기금은 암호화폐 투자 본격 시작...한국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해외에서는 연기금이 직·간접적으로 암호화폐 투자하는 중이다.

최근 미국 내 연기금 관련 단체는 비트코인 연계 ETF 상장에 힘입어 암호화폐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블룸버그 통신 등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소방관 구호·퇴직급여 펀드가 자산운용사 스톤리지의 암호화폐 투자 자회사를 통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2500만 달러(295억원)어치를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펀드가 보유한 자산은 55억 달러(약 6조4800억원)다.

아지트 싱 휴스턴 소방관 펀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투자가 긍정적인 예상 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내다봤다. 아지트 CFO는 “우리는 꽤 오랫동안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자산으로 암호화폐를 연구해왔다. 암호화폐는 이제 우리가 더는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의 한 종류다”라고 말했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경찰 퇴직기금과 카운티 공무원 퇴직기금도 이사회 승인을 거쳐 암호화폐 투자펀드에 5000만 달러(약 590억원)를 투자한다. 앞서 이 두 연기금은 2년 전 처음으로 디지털 자산에 투자한 바 있다.

이외 미국 대형 연기금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은 2017년 비트코인 채굴회사 라이엇블록체인 주식 11만3000주어치를 사들인 바 있다. 이는 약 320만 달러 규모(약 37억4400만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운용자산 3000억 달러(약 351조원) 규모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은 2018년부터 비트코인에 투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테마섹은 산하 벤처캐피털 VC버텍스를 통해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 지분도 보유 중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연기금이 공적 관리자로서 암호화폐 열풍에 반응을 잘해오지 않았지만 이제는 강력한 투자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일부 연기금이 간접적으로 암호화폐에 투자 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각 기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2017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암호화폐 관련 펀드에 34억6600만원을 투자했다. 다만, 해당 펀드는 업비트, 빗썸 등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직접 투자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는 연기금의 역할과 암호화폐 투자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기금은 재산 증식에 대해 확신을 갖는 안정적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 다양한 투자 방법을 찾는 것은 좋지만,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은 실험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의 경우도 포트폴리오 중 암호화폐 투자 비율을 일정 부분으로 제약해뒀다. 우리나라는 아직 암호화폐를 인정하지 않은 분위기다. 연기금 가입자도 우발 채무 요소로 암호화폐 투자에 대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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