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에 올라탔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경제·사회·문화 활동이 가능한 3차원 가상공간을 의미한다. 메타버스가 미래의 먹거리로 급부상하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관련 기술 확보에 분주한 상황이다.
가구업계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메타버스 기술을 속속 접목하고 있다. 직접 매장에 가지 않더라도 가상 세계를 통해 가구를 살펴보고, 실제처럼 구현된 가상 공간에 배치까지 해보는 방식이다.
원하는 가구, 온라인으로 살펴보고 내 집에 적용까지
2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까사는 최근 VR 기술을 이용한 ‘VR 3D 인테리어 서비스’를 론칭했다. 앞서 온라인플랫폼 ‘굳닷컴’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데 이어 VR을 활용한 인테리어 서비스를 선보임으로써 온라인 채널을 강화해 매출 신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VR 3D 인테리어 서비스는 실제 아파트 도면을 3D로 제공하고 그 안에 까사미아 가구 및 소품 800여종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한 기능이다. 약 9만개의 실제 아파트 도면을 제공할 뿐 아니라 신규 도면 제작도 가능해 실제 거주할 집의 도면에 원하는 가구를 바로 배치해볼 수 있다.
인테리어를 완성하면 3D 조감도로 볼 수 있으며, 1인칭 모드를 활용해 고객의 키에 따라 눈높이를 조절할 수도 있다. 해당 제품들의 견적서도 바로 확인 가능하다.
추후 신세계까사는 3D로 구현한 공간이 아닌 실제 장소에 가상으로 가구를 배치해 볼 수 있는 ‘AR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해당 서비스 이용 시 원하는 제품을 선택해 배치하고자 하는 공간에 카메라를 비추면 제품이 실제 비율이 맞게 조절된다. 고객은 해당 서비스를 통해 제품 구매 전 가구가 집안의 분위기와 어울리는지, 크기가 배치하려는 공간에 맞는지 확인 가능하다.
신세계까사는 내년 상반기 VR 쇼룸도 선보이는 등 온라인 커머스 서비스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까사 관계자는 “가구는 제품 특성상 실제로 배치하기 전에는 크기나 공간과의 조화를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며 “최첨단 VR·AR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쇼핑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샘은 지난 3월부터 실제 공간을 촬영하면 3D로 구현된 가구를 가상으로 배치할 수 있는 ‘3D 리얼뷰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품질 3D로 구현된 가구를 상하좌우 360도 회전하고 색상을 바꿔가며 살펴볼 수 있다.
고객이 직접 상품을 설치할 거실, 방 등의 사진을 찍으면 3D로 구현된 가구를 가상으로 배치해 볼 수도 있다. 바닥재, 벽지 등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인테리어 스타일이나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가구와 어울릴지 미리 확인 가능하다. 이를 통해 가구로 집을 꾸미는 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3D 인테리어 설계 프로그램인 ‘홈플래너’ 서비스를 통해서는 한샘 리모델링 전문가가 고객이 거주하는 집을 3D 도면으로 구현하고, 여기에 가구와 건자재를 가상으로 설치해보면서 맞춤형 인테리어 솔루션을 제안한다. 현재 홈플래너는 전국 5만여개 아파트의 3D 도면 데이터베이스르 갖추고 있다.
에이스침대는 자사 제품을 실제 공간에 적용해 보고 제품의 사이즈나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는 AR 앱 ‘에이스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앱을 실행해 원하는 침대의 색상·크기·매트리스 등을 고르고 배치하고 싶은 공간을 카메라로 비추면 영상 속에 침대가 나타난다. 이용자는 원하는 위치에 침대를 배치해보고 공간과 어울리는지를 살펴본 뒤 구매할 수 있다.
오프라인 쇼룸이 온라인으로··· 구매까지 한번에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말 온라인 전용몰 리바트몰을 리뉴얼하면서 온라인 VR로 오프라인 매장을 체험하고 구매까지 가능한 ‘VR 쇼룸’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서울 강남과 경기 기흥·부산·대전·광주·울산 등 전국에서 운영 중인 오프라인 쇼룸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영상에는 각 상품 정보가 연동돼 관심 상품에 대한 상세 정보도 확인 가능하다.
퍼시스그룹 일룸도 지난 8월 ‘일룸 디지털 VR 쇼룸’을 선보였다. 일룸 디지털 VR 쇼룸은 실제 일룸의 전국 매장에서 엄선된 공간들을 모델로 조성됐다. 총 3층 규모이며 층별로 공간과 품목에 특화된 체험존을 마련해 제품은 물론 인테리어 정보를 제공한다. 쇼룸을 둘러보면서 제품 상세 정보나 구성, 기능, 활용 등이 궁금하다면 제품에 표시된 ‘손바닥’, ‘플러스’, ‘체크’ 등의 아이콘을 클릭해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1층 공간 특화존은 거실‧침실‧다이닝룸‧학생방 등 각 콘셉트에 맞춰 공간을 꾸몄다. 2층 품목 특화존은 소파‧매트리스‧드레스룸‧식탁 등 품목별로 다양한 제품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3층 일룸 라운지는 온라인 쇼핑 중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다. 일룸의 브랜드 콘셉트 공간인 ‘엄마의 서재’ 공간을 둘러볼 수 있으며 유튜브 콘텐츠, 인스타그램 룩북, 블로그 매거진 등 일룸의 소식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일룸 디지털 VR 쇼룸을 통해 24시간 언제 어디서든 쇼룸 체험과 제품 탐색을 할 수 있다. ‘맞춤 제안 찾기’ 기능을 통해 원하는 공간, 가족 형태, 라이프스타일, 선호하는 디자인에 따라 나에게 꼭 맞는 공간을 추천받을 수 있고, 쇼룸을 구경하면서 일룸 공식몰을 통한 직접 구매도 가능하다.
업계가 VR, AR 등 온라인 서비스를 확대하는 건 메타버스라는 신사업 사업 분야에 대응하기 위함은 물론, 소비자 수요가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과거 가구는 교체 주기가 길고 고가인 만큼 매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하려는 경향이 우세했다. 하지만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온라인‧모바일에 익숙한 MZ세대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온라인 구매 수요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 가구 제품 거래액은 4조 9994억원으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21.6%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에 가구업계는 온라인 채널 강화 차원에서 VR, AR 등 각종 체험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3D 서비스는 국내에서 자동차나 건설 등 고관여 업종에서 한정적으로 사용됐으나 가구‧인테리어 분야에서도 점차 확산하고 있다”며 “온라인 채널 강화 차원이자 소비자별 취향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