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은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해 조직 로드맵을 짰다면, 다음으로 ‘건전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의 리더들이 솔선수범해서 먼저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 상임고문은 지난 2일 방영한 한국교육방송공사(EBS) 2TV ‘클래스e’ 특강에서 건전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핵심 조건에 대해 집중적으로 밝혔다.
그는 생명체와 비교해 기업의 조직문화가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권 상임고문은 “생명체와 기업의 공통점은 ‘생존’인데, 생명체는 번식을 하기 위해 환경에 적응하는 유전자(gene)를 가진 반면 기업은 더 좋은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변화(meme)를 주도하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변화를 위해서 기업이 조직을 만들고 건전한 조직 문화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 상임고문은 “저 역시 최고경영자(CEO)로서 조직을 이끌어오면서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과거 일본이 1980년대 경제 부흥기였을 때 우리 기업들이 모두 일본의 기업 문화를 배우려 했다. 한때 ‘토요타 경영’이 CEO들 사이에서 인기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기업 문화는 뭔가를 카피(베끼기)해서 되는 게 아니라, 각 기업의 상황에 맞게 정신적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 부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건전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조건으로 ‘3C’를 꼽았다. 이는 △도전정신(Challenge) △창조정신(Creativity) △협력의지(Collaboration)를 말한다. 이 역시 생명체와 인간이 다른 특성 세 가지에서 기반한 것이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호기심을 가지고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혁신에 힘쓰며, 자신과 다른 상대와 (심지어 적과도) 협력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권 상임고문은 보편타당한 건전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특히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전한 조직 문화를 갖췄지만, 의외로 CEO나 오너들이 제일 안 지킨다”고 꼬집었다.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복장 자율화’를 하자면서, CEO나 오너 본인들은 여전히 정장을 입고 있으니 밑에 임원도 눈치 보며 정장을 입고 결국 말단사원도 정장을 입는 경우가 허다하는 것이다. 권 상임고문은 “조직 문화는 그저 구호성 캠페인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리더들이 솔선수범해야만 일관되고 지속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권 상임고문은 최근 ‘ESG 경영’이 재계의 화두인 것도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는 기업들이 늘고 있고 제도화 의지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양성을 갖춘 기업을 위해 최근 우리나라 이사회에 여성 이사를 의무화하는 경우도 많고, 미국의 경우 흑인 이사를 선임하기도 한다”라며 “이런 시도를 통해 도전-창조-협력에 기반한 기업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기업이 지속 성장하려면 현재도 중요하지만, 수백년 명맥을 유지하는 훌륭한 가풍처럼 조직에도 좋은 문화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특히 리더들의 필사적 의지가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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