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승론이 우세했던 부동산 시장이 최근 급선회했다. 유동성 축소, 금리 인상, 수요 감소 등 3가지 부동산 지표가 모두 집값 하락을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거래량이 줄어들면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실제로는 급매와 신고가가 동시에 출현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집값 안정 여부를 좀처럼 확신할 수 없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전국 주택 매매량은 8만1631건으로, 전월(8만957건)과 비교해 8.3% 줄었다. 서울 기준으로는 9584건으로 1년 전(1만755건)보다 10.9% 줄었다. 전국, 서울 기준 모두 올 들어 가장 적은 거래량이다.
매수심리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며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넷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101.6)보다 0.7포인트 하락한 100.9로 집계됐다. 9월 첫째주(107.2) 이후 7주 연속 하락세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집값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유동성 회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기를 맞으며 '영끌'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단 하루 만에 0.2%포인트 뛸 정도로 이례적으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최고 수준은 이미 5%대 중반에 이르렀다.
매물이 쌓이면서 최고가보다 수억원 낮춘 가격에 매매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가 포착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초더샵포레' 전용면적 115㎡는 지난달 6일 실거래가가 직전 실거래가인 18억5000만원에서 3억원 떨어진 15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39㎡도 종전 최고가인 12억7500만원에서 1억원 이상 내려간 11억3000만원에 매매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수요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레미안포레스트' 전용 59㎡는 지난달 22억2000만원에 거래되면서 한 달 전보다 1억원 오른 수준으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재건축 이슈가 있는 대치동 '대치우성 1차' 전용 84㎡도 25억9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세 상승장이 꺾인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언제든 상승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집값 상승률 둔화가 대출 규제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 데다 전세시장 혼란 등 불안 요인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와 6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있어 다시 매매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작년부터 이어진 집값 급등으로 최근엔 수요자들이 추격 매수를 주저하고 있다"며 "대선 결과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부동산 시장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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