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류세 인하 단행을 위한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비자가 인하 효과를 하루빨리 체감할 수 있는 조치 마련에도 나섰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4일 열리는 차관회의에서 유류세 인하 방안을 논의한다.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 무관세 적용도 함께 다룬다.
차관회의를 통과하면 오는 9일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 주 금요일인 12일부터 인하 조치에 들어간다. 시행 기간은 내년 4월 말까지 약 6개월이다.
유류세 인하 폭은 20%다. 애초 15% 인하가 거론됐지만 치솟는 물가를 잡고 서민경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하율을 한층 끌어내렸다.
올해 소비자 물가는 4월부터 6개월 연속 2%대를 유지하다가 지난 10월 3%를 넘어섰다. 2012년 1월 이후 9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이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가 물가 상승률을 최대 0.33%포인트 낮출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통해 연내 물가 상승 폭을 2%대 초반으로 억제한다는 계획이다.
적용 대상은 휘발유·경유·액화석유가스(LPG)·부탄이다. 이번 인하 조치로 휘발유 가격은 ℓ당 164원, 경유 116원, LPG는 40원 내려갈 전망이다. 하루에 40㎞를 운행하는 휘발유 차량은 매달 2만원가량의 기름값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로 2조5000억원 상당의 감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 고민은 실제 유류세 인하 효과가 언제부터 나타나는지다. 이전 사례를 보면 현장에서 유류세 감세 효과를 체감하는 것은 제도 시행 2주가 지나서다. 주유소들이 기존에 보유한 휘발유나 경유에는 인하된 세금을 적용하지 않아서다. 새로운 유류를 들여와야 소비자들이 비로소 혜택을 체감할 수 있다.
정부는 우선 정유회사 직영 주유소와 알뜰 주유소를 활용할 방침이다. 해당 주유소들은 전체 주유소에서 19.2%를 차지한다. 이억원 기재부 제1차관은 전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정유사를 포함한 관련 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정유사 직영과 알뜰 주유소는 12일부터 유류세 인하분이 최대한 즉시 반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저유소 운영·배송 시간을 늘려 전국 모든 주유소에 인하분 물량이 빨리 공급되도록 조처할 방침이다.
정부는 국제 유가 흐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유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오르기만 하면 사실상 감세 효과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 유가는 혼조세다. 2일(현지시각)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12월 인도분 선물은 전장보다 14센트(0.17%) 떨어진 배럴당 83.91달러(약 9만9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브렌트유 1월물은 1센트(0.01%) 내려간 배럴당 84.72달러(약 10만원)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보고서에서 WTI 기준 내년 6월 국제 유가가 120달러(약 14만1700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9월 내년 국제유가를 배럴당 100달러(약 11만8100원)로 예상하는 보고서를 1개월여 만에 수정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효과가 나오려면 국제 유가 안정화도 중요하다"며 "최근 유가가 횡보하고 있지만 변동성이 있어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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