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 집값 이상징후] "변곡점 맞은 부동산 시장…급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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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신동근 기자
입력 2021-11-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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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매 거래량 연중 최저…매도-매수자간 눈치보기 '팽팽'

하나은행이 신용대출과 부동산 대출 판매를 지난달 20일부터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신용대출과 주택, 상가, 오피스텔, 토지 등 부동산 구입 자금 대출, 비대면 대출 판매는 올 연말까지 중단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하나은행 한 지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주택시장에 '거래 한파'가 불어닥쳤다. 수요자들은 고점 인식 확산으로 관망세로 돌아선 반면, 집주인들은 호가를 내리지 않으면서 연말로 갈수록 거래절벽이 심해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숨고르기 장세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세 하락으로 전환하기에는 여전히 뚜렷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금줄 차단…대출 규제로 거래 '뚝'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달 말 가계부채 대책으로 DSR 규제가 더 강화됐고, 이달 25일에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대기 중인 상황"이라며 "미국도 테이퍼링에 들어가면 거래량과 집값은 더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고강도 대출규제안을 내놓으면서 시장도 빠르게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일시적으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이 강보합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역시 현재의 불안한 장세를 금융 현상과 연결지었다. 송 대표는 "부동산과 금융은 연결선이 꽤 짙은데 대출 규제나 금리 상승 등의 원인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세금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전반적인 거래 위축 속에서도 6억원 이하 아파트에는 수요가 몰리면서 매매가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6억원 이하 아파트 매수 비중은 올해 1∼6월 30% 안팎을 오르내리다가 7∼9월 20% 안팎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10월엔 올해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도봉구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붙은 매물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견고한 대도시·초고가 아파트 집값
다만, 시장을 세부적으로 살펴볼 필요는 있다. 고가와 저가 아파트, 수도권과 지방의 시장은 같은 상황에서도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강남의 초고가 아파트는 대출을 활용하는 부분이 적고, 고소득층들이 선호하는 상품인 만큼 금리 향방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곳"이라며 "대출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는 저가 주택 시장도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거래량 감소는 하락 전조 현상 중 하나로 꼽히지만, 최근 강남권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신고가와 급매물이 동시에 소화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함 랩장은 "현재로서는 당장 집값이 떨어진다기보다 숨고르기 장세 혹은 양극화 차별화 장세로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입지가 좋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확연히 갈리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지역적인 부분을 짚었다. 권 팀장은 "지방은 입주만 시작해도 시장이 큰 영향을 받는다"며 "똑같이 공급이 몰린다고 하더라도 대구는 광역시인 만큼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호재가 적은 지방 소도시에서는 가격 조정이 길게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시장 조정은 불가피…급락은 '글쎄'
정부의 각종 대책이 맞물리면서 시장은 분명 변곡점에 들어섰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거래량이 받쳐주지 않으면서 탄탄했던 가격 상승 구조가 무너졌다"며 "이전의 상황과는 분명 다른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이 하향 안정화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부동산이 조정 이후 하락으로 이어지려면 공급이 일정 수준 이상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입주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공급 부족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일부 조정에는 들어가더라도 대세 하락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연구원 역시 "그간의 대책이 인위적인 수요 억제로 이어지긴 했지만 수요 자체가 해소된 건 아니"라며 "하락 전환을 유도하기엔 여전히 공급량이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 4만9415가구에서 올해 3만1211가구, 내년 2만463가구로 줄어든다. 정부는 ‘신도시 공급 폭탄’을 강조하지만, 토지 수용과 건설 기간 등을 감안하면 신도시는 2026년 이후에나 입주가 시작된다.

함 랩장도 "내년엔 전세 가격 상승 이슈도 있고, 마땅한 대체 투자처가 없는 상황"이라며 "조정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당장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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