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어쩌다가…강성 주주까지 등 돌린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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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입력 2021-11-0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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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치료제 렉키로나 출시 지지부진

  • 그 사이 먹먹는치료제 나오며 이중타격

  •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도 갈 길 멀어

  • 서정진 회장 '외부에 책임전가' 안통해

[사진=셀트리온]



주식이 아니라 종교라는 말을 듣는 상장사가 있다. 바로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주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온 종목이다. "공매도가 문제다"라는 서정진 명예회장의 한마디에 주주들이 우르르 나서 청와대에 청원을 올릴 정도다.

하지만 최근 주주들의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셀트리온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부터다. 과거에도 셀트리온 주가가 떨어진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이번은 결이 다르다. 전에는 주주들이 나서서 회사에는 문제가 없지만 공매도 때문에 힘들다는 입장을 내곤 했다. 이제는 주주들이 대거 회사로 몰려들었다. 화살을 회사로 겨눈 셈이다.

지난 2일 셀트리온 소액주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회사를 찾아가 주주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여기에는 배당 확대와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 IR·공시 활성화, 자사주 매입, 소액주주의 사외이사 추천권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비대위가 이런 내용을 주장하는 것은 최근 셀트리온의 주가 하락이 원인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말에는 최고 39만원에도 달했지만 최근에는 20만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주가 하락의 배경을 알기 전에 주가 급등의 배경부터 알아야 한다. 지난해 11월 셀트리온은 코로나19의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의 임상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에 23만원 수준이던 셀트리온 주가는 단번에 30만원을 넘어 39만원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최근 렉키로나의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중 머크와 화이자 등 글로벌제약사에서 먹는 코로나 치료제의 승인이 임박했다는 뉴스까지 전해지면서 셀트리온의 주가 하락이 시작됐다. 시장의 선점을 기대하기 힘든 데다가 주사로 맞아야 하는 렉키로나보다는 먹는 약이 더 시장에 잘 팔리리라는 예상 때문이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했던 것처럼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수차례 주가 급등락을 겪어왔던 셀트리온이지만 주주들의 반응은 유독 싸늘했다. 주가 하락의 책임이 상당분 회사 측에 있다는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부터 공매도가 재개되긴 했지만 "공매도가 아니라 떨어질 만해서 떨어졌다"는 심리가 시장에 짙었다. 

특히 그동안 서정진 회장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강성주주들도 입장이 달라지는 분위기다. 치료제를 제때 시장에 내놓지 못한 실망감과 함께 서 회장이 공언해온 약속들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서 회장은 회사 주가가 흔들릴 때마다 강성주주를 자극하며 시장과 당국에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주가 하락에 대해 회사의 책임보다는 회사 외부에서 문제점을 찾아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었다. 강성주주들도 이에 화답하며 공매도 반대운동에 나서며 힘을 보탰지만 이제 분위기가 다르다.

문제는 셀트리온 입장에서 이들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은 갈 길이 멀다. 두 회사를 합병할 경우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로 이어지는 대규모 내부거래가 재무제표 상에서 제거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고 재고 규모는 조원 단위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주가 폭락의 지름길인 셈이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셀트리온 주주들은 항상 '기다리라'는 말을 들어왔다"며 "이제는 뭐라도 보여줘야 하지만 올해 초 서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데다가 코로나 치료제 개발 성과도 지지부진하면서 주주들도 등을 돌리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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