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잇따르면서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전세대출 불가 통보를 받았다가 다시금 재개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하루아침에 대출 가능한도가 절반 이상 줄어드는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27일부터 전세계약 갱신에 따른 전세대출 한도를 ‘전셋값(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내’로 제한했다.
예를 들어 그동안은 전셋값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2억원 오른 경우, 기존에 전세대출을 받지 않았던 세입자는 임차보증금(6억원)의 80%인 4억8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2억만 대출이 가능한 식이다. 전세대출 갱신으로 마련한 여유자금을 주식투자 등 다른 용도에 활용하는 문제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대출을 통한 여윳돈 마련이 불가능해졌다.
앞서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조이기 기조에 따라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했다가,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은 대출 총량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지난달 18일경부터 대출을 재개했다. 당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전세계약 갱신에 따른 전세대출 한도를 ‘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제한하지 않고 운영해오다, 지난달 25일부터 바뀐 규제를 적용했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대출 가능한 금액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반면 농협, 하나, 국민은행 등은 재개 시점부터 해당 규제를 적용해 비교적 혼란이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전세대출은 제외하는 방안을 연말까지로 한정해 운영 중인 상황도 전세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죄기 기조에 따라 전세대출이 내년도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포함될 경우 혹시나 대출이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전세계약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시장에서는 정부의 고무줄 정책을 비난하는 전세 실수요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오락가락한 대출 정책에 시장에 혼선이 이어져 그 피해를 고스란히 금융소비자들이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보증서 담보대출이기 때문에 은행에서도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규제에 따라 한도 및 재개 시점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루아침 바뀌는 규제로 영업점 직원들은 물론 집주인, 세입자까지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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