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라운지] "토스·카카오 배워라"…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DT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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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1-11-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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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8일 서울 중구 소재 NH농협금융지주 본사 회의실에서 개최된 2021년 제4차 '농협금융 DT추진최고협의회'에서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이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NH농협금융지주 제공]


NH농협금융지주가 손병환 회장의 특명에 따라 내년 디지털전환(DT) 도약을 위해 조직 문화와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한다. 손 회장은 "토스나 카카오의 노력과 사업추진 자세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며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농협금융은 지난 10월 28일 손 회장과 전 계열사 디지털 최고책임자들이 참여하는 제4차 농협금융 DT추진최고협의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계열사의 DT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내년 농협금융 DT 추진방향과 중점 추진과제에 대해 참석자들과 논의했다.

손 회장은 "지난 몇 년간 DT 추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 부족하다"면서 "불합리한 업무방식과 관행, 기업문화까지 모두 고객 눈높이에 맞춰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인터넷 전문은행은 가능한데 농협은 놓치고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없는지 세밀하게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기존 레거시 금융기관이 인터넷 전문은행과 경쟁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어도 인터넷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상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손 회장의 지론이다.

내부 규정이나 업무 관행 등의 이유로 고객이 겪고 있는 불편사항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객 입장에서 철저하게 따져보고 해결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일례로 농협은행은 금융사고 취약계층인 고령 고객이 많은 특성을 감안, 다른 고객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엄격한 규정 적용 등을 통해 사고를 예방해 왔다. 그 결과 농협은행의 대포통장 발생 건수는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디지털 환경하에서는 변화하는 고객경험(CX)에 맞추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때 제공하고,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고객 불편까지도 세세히 살펴서 해결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손 회장 생각이다. 손 회장은 "고객이 체감할 수 있어야 비로소 DT 추진이 성공하는 것"이라며 "기존에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도 고객 입장에서 한 번 더 살펴보고 해결방법을 함께 찾아 나가자"고 말했다.

◆ DT 이끌 적임자 낙점…현장 경영 불사하며 DT '속도'

올 초 임기를 시작한 손 회장은 최종 후보로 낙점될 당시 농협금융 DT를 이끌 적임자로 지목됐다. 그는 농협금융의 핵심 과업 중 하나인 '디지털 경영' 역량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농협은행장을 역임할 때 스마트금융부장 경험을 살려 데이터사업부와 인공지능(AI) 전담조직을 신설해 경쟁력을 높인 점이 큰 점수를 받았다. 아울러 IT기업처럼 애자일(Agile) 경영을 본격화하며 셀 조직으로 전환한 점도 DT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취임 직후 손 회장은 '고객이 와서 머물고 싶은 통합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설정했다. 농협 올원뱅크를 계열사 전체를 아우르는 대표 관문으로 만들어 고객이 손쉽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내 손안의 금융비서'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올원뱅크를 중심으로 계열사 자체 애플리케이션(앱)도 정비해 나가기 시작했다.

은행은 현재 6개 뱅킹 앱을 개인·기업용 스마트뱅킹 2개만 남기고 통합한다. 나머지 계열사도 농협금융 통합플랫폼과 문제없이 연동될 수 있도록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이상래 디지털금융부문장(CDO)이 주관하는 DT추진협의회에 디지털마케팅분과를 신설해 마이데이터 관련 계열사 간 협업, 연계 마케팅, 외부제휴 등을 금융지주 차원에서 직접 챙기도록 했다.

농협 유통사업 등 내부조직뿐 아니라 외부 빅테크·핀테크와도 사업 제휴와 협력을 확대했다. 또한 디지털 전문인력 채용 확대를 위해 자회사 최고경영자(CEO)와 디지털부문장 성과평가에 디지털 인재채용 노력도를 반영하고 있다. 손 회장은 "혁신이란 그리 거창하거나 멀리 있지 않다"며 "올원뱅크 송금 메뉴에 계좌복사 기능을 추가한 것처럼 고객을 위한 디테일하고 작은 노력이 쌓여야 가능한 것"이라면서 "고객을 위해 차근차근, 우리가 할 수 있는 디지털부터 시작해 나가다 보면 고객이 먼저 우리의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한 그룹의 디지털사업 목표인 '고객이 체감하는 All-Digital'의 구현을 위해 계열사의 DT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디지털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은행 3200억원, 생명 484억원, 증권 469억원 등 약 5000억원을 IT부문에 투자했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최근 급증하는 온라인 거래량에 대응하기 위해 MTS 시스템 성능 개선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손 회장은 현장경영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매월 농협금융 계열사 중 DT 추진 우수사업장을 찾아 현장 직원과 고객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그룹 전략에 반영하기로 했다. 첫 사업장으로는 NH농협캐피탈을 찾았다. 손 회장이 캐피탈을 첫 행선지로 정한 이유는 차세대 전산시스템 오픈에 이어 곧장 모바일앱 개발에 착수하는 캐피탈 DT 추진부서의 노고를 격려하고 시스템 개편에 따른 고객 불편사항은 없는지 직접 점검하기 위해서다.

손 회장은 "농협금융은 선제적으로 IT 인프라에 투자하고, 고객과 임직원이 체감할 수 있는 DT 추진을 통해 시장 흐름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전산장애나 접속 지연 등으로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농협금융은 손 회장의 디지털 철학을 담은 '고객관점 종합금융플랫폼' 구축 전략 컨설팅을 마무리하고, 내년 6월 1차 오픈을 목표로 IT개발에 착수한다. 손 회장은 "출범 10주년을 맞는 내년은 농협금융 DT 인프라가 완성되고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디지털금융을 통해 농협금융의 넥스트 10년을 대비해 나갈 수 있도록 계열사와 전 임직원들이 역량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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