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이하 현지시간) AFP·로이터 등 외신은 올해 54세인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재무장관이 차기 스웨덴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날 안데르손 재무장관은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집권당인 사회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대표 후보로 단독 출마해 선출됐다. 안데르손 장관이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의 자리를 잇기 위해서는 스웨덴 의회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안데르손 장관은 이달 말 의회의 인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집권 사민당의 지지율이 낮고 의회 세력이 분열해있는 상황은 '암초'로 지적된다.
미국의 투자전문매체인 배런스는 안데르손 장관이 당선 후 "우리의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당을 이끌게 되어 매우 흥분된다"라며 복지와 기후 변화, 인종 차별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싶다고 밝혔다고 4일 전했다.
안데르손이 총리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은 물론 연정 밖에 있는 좌파당과 중도 우파 정당들의 지지도 확보해야 한다. 이달 말께로 예상되는 의회 인준 투표에서 과반이 반대하지 않으면 그는 총리직에 오를 수 있다.
안데르손 장관이 스웨덴 총리가 되면 북유럽 4개국 전체에서 여성 총리가 집권하는 시대가 열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9월 29일 안데르손 장관이 사회민주당 당대표로 선출되기 전, 당대표로 선출된다면 스웨덴의 첫 총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며 자칭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으로 양성평등의 등불을 자부하고 있는 스웨덴은 한 번도 여성 총리를 배출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AFP는 4일 양성평등을 강조해 온 스웨덴에서 여성 정치인들은 때때로 고난을 겪어 왔다고 밝혔다. 2003년 당시 외교장관이었던 안나 린드는 스톡홀롬 시내의 한 백화점에서 극우 조직과 연루된 테러범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한편, 현지에서는 안데르손 장관의 당대표 자리가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 사민당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는데, 집권당 지위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내년 9월 총선에서 승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데르손 총리를 가장 잘 나타내는 별명 중 하나는 '불도저'다. 불도저는 과거 스웨덴 공영방송인 SVT가 안데르손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붙인 제목이었지만, 이후 그의 별명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불도저와 같은 그의 성격이 향후 정국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웨덴 현지언론인 더로컬은 4일 안데르손 장관이 스스로를 "친절하고, 열심히 일하는 여성"이라고 설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계에서 그는 예의를 중요시하는 나라로 여겨지는 스웨덴에서 일부 사람들의 비위를 거슬리게 할 수 있는 직설적인 언사로 눈길을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웨덴 유력 일간지인 아프톤블라뎃의 수석 정치부 에디터인 앤더스 린드버그는 "심지어 안데르손 장관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꽤 웃기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엘리트 정치학자나 경제학자들이 그를 두려워한다"라고 밝혔다.
안데르손 장관은 스웨덴 웁살라 지역의 대학도시에서 태어나, 스웨덴 청소년 체전에서 수영 선수로 두 차례 금메달을 따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그는 스톡홀름경제대학을 나와 사회민주주의자를 자처하며 사회민주당 청년 당원으로도 활동했다.
안데르손 장관은 1996년 총리실에 입문한 뒤 2004년 재무장관으로 뢰벤 총리 내각에 합류했고, 그로부터 세계 최고의 재무 장관으로 불리며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다. 2020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이사회의 주요 정책자문위원회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되며 여성 최초로 위원장 직책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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