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海爾)그룹의 장루이민(張瑞敏) 창업자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지난 5일 장루이민 창업주가 하이얼그룹을 설립한 지 37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히면서 그의 경영철학에 다시금 관심이 쏠린다.
'냉장고 박살사건' 일화···품질·혁신 추구한 中가전업계 대부
5일 중국 뉴스 포털 제몐에 따르면 하이얼그룹은 이날 열린 직원대표대회에서 장루이민을 명예 회장으로 추대한다고 밝혔다. 장 회장의 후임으로 저우윈제(周雲傑) 총재가 내정됐다. 저우 총재는 하이얼그룹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총재직엔 량하이산(梁海山) 집행 이사가 임명됐다.
장루이민이 37년간 이끈 하이얼은 철저한 소비자 중심적인 자세로 품질 혁신을 추구하면서 세계적인 백색가전업체로 부상했다. 그는 과거 망해가던 칭다오 국영기업의 냉장고 제조공장을 일으켜 지난해 기준 글로벌 매출 3000억 위안(약 55조원), 순익 400억 위안이 넘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중국 가전업계의 전설적 인물이다.
35세의 젊은 나이에 그가 칭다오 냉장고 제조공장 공장장으로 부임했을 당시, 공장 상황은 최악이었다. 연이은 적자에다 공장장은 수시로 바뀌고, 직원들은 비품과 자재에까지 손을 대는 등 방만하기 짝이 없었다. 이는 자연히 높은 제품 불량률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불량 냉장고 70여대를 쇠망치로 가차없이 때려 부수며 제품 품질의 중요성을 일깨웠고, 충격 요법은 즉시 효과를 냈다. 이는 하이얼그룹 품질 경영의 시작이 됐다. '냉장고 박살 사건’은 개혁개방을 시작한 중국에서 품질 경영의 모범 사례로 널리 알려지게 된다.
장루이민의 소비자 중심적 사고가 돋보이는 일화도 있다. 과거 장루이민은 농민들이 세탁기에 넣고 고구마를 씻는 바람에 세탁기의 고장이 잦은 것을 보고 아예 고구마 전용 세탁기를 만들었으며, 또 자주 빨래해야 하는 여름철에 적합한 초소형 세탁기도 제작하기도 했다. 얼마나 좋은 물건을 만드느냐보다 소비자가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 물건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시장을 개척해나간 것이다.
하이얼, 글로벌화 추진·끊임없는 혁신 '박차'
장루이민의 '고객 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하이얼은 1994년 중국에서 처음으로 '3in1' 드럼세탁기를 출시, 이듬해에는 적은 전기로 두 배의 효율을 내는 세탁기를 개발했다. 1996년엔 중국 최초로 드럼통이 매우 얇은 세탁기를 출시한 데 이어 1997년 윗면에 문이 달린 드럼세탁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 밖에 1998년에 자성 원리를 이용해 세탁만 해도 살균 효과가 있는 제3세대 세탁기를, 2000년에는 A급 절수 회전식 세탁기를 세계시장에 선보였다.
장루이민은 품질 경영뿐만 아니라 글로벌화 추진에도 열을 올렸다. 하이얼은 중국산은 품질이 낮은 중저가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해외 브랜드 인수에 적극적이었다. 뉴질랜드 냉장고 제조업체 피셔 앤 페이켈과 일본 산요의 백색가전 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 2016년엔 미국의 대표적인 전자기기 제조업체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 부문을 54억 달러(약 6조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세계 가전 시장 점유율 21%로, 세계 최대 가전업체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장루이민의 품질과 혁신을 중시하는 경영 철학은 중국인들에게 큰 감동을 줬고, 하이얼을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했다고 제몐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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