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대검찰청 감찰부(부장 한동수)는 서인선 대검 대변인이 '보관하던' 공용 휴대전화를 넘겨받았다. 현재는 다른 기종으로 교체돼 사용하지 않은 채 대검 캐비넷에 보관 중이었다.
대검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란 대검 대변인이 주로 기자들과 전화통화를 할때 사용하는 전화를 말한다. 인사이동으로 대변인이 바뀌어도 기기가 바뀔수는 있지만 번호는 그대로 후임자가 물려받아 사용한다.
윤석열 前 검찰총장 시절에는 권순정, 이창수 검사가 사용했고 김오수 총장 취임이후 서인선 現대변인이 사용했다. 지난 9월까지 같은 기종이 사용됐고 최근 교체됐다. 이후 3번 초기화를 거쳐 '공기계' 상태 보관 중이었다.
하지만 '親윤석열계' 검사들은 이번 포렌식 절차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장도 없었고 실제 사용자(역대 대변인)의 동의나 참관도 없었다는 것이 이유다. 반면 대검 수뇌부와 공수처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핸드폰은 공용으로 국가기관(행정부)의 일원인 대검찰청의 소유물이고 대변인은 공무원의 자격으로 업무를 위해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처분권은 국가 즉 대검찰청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청의 장인 검찰총장이 승인한 이상 포렌직에는 문제가 없으며 참관요구나 통보도 대검 측 인사에게 했으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검찰청을 출입하는 기자들은 "임의 제출의 경우 휴대폰에 담긴 자료를 제한없이 볼 수 있다"면서 "수십 개 언론사 기자와의 통화·문자 내용이 그대로 노출" 수 있는 만큼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정보의 주체 참관해야”....그럼 정경심 PC는?
한편 서인선 대검 대변인은 "포렌식에 권순정 前대변인 등 당시 대변인이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감찰 3과는 이를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일부검사는 “포렌식에 누가 참관해야 할지는 압수수색의 대상이 '물건'이냐 '정보'냐에 따라 달리 봐야 한다”라며 “압수수색의 대상이 물건이면 현재 물건의 소지자 또는 점유자의 동의를 받으면 충분하겠지만 압수수색 대상이 그 물건 안에 들어있는 특정한 정보일 경우에는 해당 정보의 주체가 참관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법조계에서는 곧바로 반박이 튀어 나왔다. "그런 식의 논리라면 조국 前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정경심 교수의 동양대 PC를 임의확보한 것도 위법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9년 10월 서울중앙지검은 동양대 조교휴게실에서 정경심 교수의 것으로 보이는 PC를 확보하면서 김모 조교에게 반강제로 동의를 얻어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빚었다.
권순정 ’헌법 영장주의 원칙‘ 훼손…언론의 자유 침해
한편 권순정 前대변인은 ‘대검의 영장 없는 압수, 몰래 포렌식’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대검 대변인 등 검찰 공보관은 검찰과 언론 간 소통의 유일한 공식 창구”라며 “대변인이 전속적으로 사용한 업무용 휴대전화를 영장 없이 압수하고,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몰래 포렌식 한 감찰부의 조치는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과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은 물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엄중한 사안”이라며 "영장 없는 압수와 몰래 포렌식이 실시된 전 과정 등에 관한 납득할만한 설명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감찰부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모든 전자정보’에 ‘아무런 제한 없이 접근’하려고 시도했고 실제로 그와 같은 ‘접근’과 ‘열람’이 이뤄졌다”라며 “이와 같은 부당한 조치로 인해 대검 검찰부가 단순히 진상조사를 넘어 전직 검찰총장 시절 언론과의 관계 전반을 사찰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초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는 대검 소유이고 서인선 대변인에게 오기까지 권순정→이창수 전 대변인(대구지검 차장검사)을 거치며 3회 초기화했기 때문에 나올 게 없어 임의 제출 방식으로 참관 없이 포렌식 한 것으로 안다”라며 “실제 포렌식 결과도 언론사와 주고받은 취재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고 들었다”라고 전했다.
대법 판례 "공용PC, 동의없이 개봉가능"
법조계에선 권순정 검사의 반발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3년전 사법농단 사건 때 검찰의 태도와는 정반대라는 것이 이유다.
2018년 1월 당시 법원은 '사법농단' 사건을 두고 전국판사회의 결의에 따라 구성된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의 법원행정처 업무용 공용PC 강제조사를 두고 내부논란을 벌이고 있었다.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한 4명의 비위법관들이 사용한 공용PC를 당사자들의 동의없이 개봉해 포렌직할 수 있느냐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었다.
당시 검찰은 '공적 예산으로 공용에 사용될 목적으로 지급된 것이라면 소유권은 국가에 있으므로 감찰 목적 등으로 강제 개봉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의 입장이나 판사 다수의 입장도 그와 같았다.
당시 양홍석 변호사는 "그 컴퓨터는 업무용 컴퓨터니까 개인용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그 PC에 대한 부적절할 업무처리에 관련된 사항을 법원이 공적인 기구를 통해서 열어보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고, 류영재 판사는 관련 대법원 판례까지 들어 합법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대법 2007도6243)도 "범죄를 의심할 합리적 사정이 있고 긴급히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범죄와 관련된 부분만 제한적으로 검색한 경우라면 정당한 행위"라고 판결한 바 있다.
공수처 “적법 절차 밟았다.”
공수처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가 적법 절차를 회피하여 편법적, 우회적으로 해당 휴대전화나 휴대전화 내용물을 확보하기 위해 대검 감찰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을 것이라는 보도 내용은 아무런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고발 사주 의혹 수사팀은 대검 내부 사정을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으며, 알 필요도 없다”라며 “수사팀은 해당 사건 수사상 필요가 있어 적법 절차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영장 기재 내용대로 대검 감찰부로부터 포괄적으로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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