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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는 중소 제조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납품단가 연동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 변화를 납품 단가에 연동해 반영하는 제도로, 중소기업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10여년 전부터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국회에는 ‘납품단가 연동제법’이 발의되는 등 시행을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했다. 하지만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과거에도 두 차례 법안 처리가 무산됐던 만큼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상생협력법 개정안은 납품대금에서 원자재 가격 비중이 높은 물품에 대해 원자재 기준 가격 및 납품대금 조정 방법을 표준약정서에 기재하고, 원자재 기준가격이 일정 비율 이상 상승하면 그에 따른 추가 비용을 납품대금에 반영해 지급하도록 했다. 연동제가 적용되는 원자재 가격 상승폭은 10% 이내에서 대통통령으로 정한다.
하도급법 개정안 역시 하도급 대금에서 원자재 가격 비중이 높은 경우 원자재 기준가격을 서면에 기재하도록 하고, 원자재 기준가격의 상승에 따른 추가 비용을 하도급대금에 반영하도록 했다.
법안의 추진 배경은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중소기업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9월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협동조합 회원사 647곳의 96.9%가 지난해 말 대비 올해 공급원가가 상승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이 중 45.8%는 납품대금에 비용 상승분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으며, 전부 반영한 기업은 6.2%에 그쳤다. 중소기업들은 비용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로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단가 인상 요청 어려움’(54.7%), ‘거래단절 등 불이익 우려’(22.8%) 등을 꼽았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된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 역시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이 제도는 중기중앙회가 수탁기업(중소기업) 대신 위탁기업(대기업)과 납품 대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신원 노출에 따른 거래 단절 우려 때문에 신청 건수가 전무한 상태다.
이에 중소기업계에서는 개별 업체가 일일이 대금 조정을 신청할 필요가 없도록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중기중앙회 등 16개 협회·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최근 제20대 여야 대선 후보에게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정책 과제로 건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정부가 시장 가격 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해선 안 되며, 연동제 도입 시 오히려 대기업이 해외로 눈을 돌려 국내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앞서 2008년과 2010년에도 국회에 법안이 발의됐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적 계약 침해를 이유로 반대해 수용되지 않았다.
다만 중소기업계에서는 환경과 법안 내용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현실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과거 논의 당시에는 협력업체마다 거래 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연동제 방식을 도입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현재는 대‧중소기업 간 거래 관계 등이 많이 변했다”며 “중소 제조업의 42%가 하도급 업체이며 이들 매출의 83%가 위탁기업에 달려 있는 만큼 거래관계 종속성을 고려해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계약이라는 건 당사자들이 정하는 건데 왜 이를 법으로 강제하는가에 대한 반론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공공입찰, 공공조달의 경우 계약 체결 후 60일 이상 지나서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 상승분을 반영해야 하는 조항이 있다. 선례가 있기 때문에 확대 적용하는 데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안을 발의한 김 의원은 이달 중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올랐을 때 발생하는 ‘추가 비용’에 대해서만 연동제를 적용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전 법안에 비해 현실적”이라며 “중기부에서도 ‘반대하진 않지만 업계 이야기를 들어보겠다’고 밝힌 만큼 이달 중 업계 의견을 듣고 추후 중기부와 관련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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