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대장동 의혹 '키맨'으로 불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새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검찰에 앞서 확보했음에도 한 달이 넘게 빈 손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이 권력형 게이트 수사를 해본 경험과 역량이 검찰에 비해 부족하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평가다.
9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9월 29일 수사관 27명과 서울경찰청 지원 수사관 11명 등 38명 규모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사흘 만인 지난달 1일에는 수사팀 규모를 62명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지난달 7일 경찰은 유 전 본부장이 자택 압수수색을 당하자 검찰 몰래 창밖으로 던진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력은 여기까지였다. 수사팀 62명이 한 달을 넘게 수사했지만 가시적 성과는 없었다. 유 전 본부장 휴대전화 텔레그램 비밀번호 등을 확보하지 못해 여전히 포렌식 중이라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법조계에선 당초 검찰 협력 없이 경찰이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적잖았다. 올해부터 검·경 수사권조정이 시행돼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권한이 여전히 검찰에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건 주도권이 이미 검찰로 넘어간 데다 경찰 수사 한계도 분명해 보인다”며 “지금이라도 유 전 본부장 휴대전화를 검찰에 넘겨 수사가 일원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검찰, '박영수 인척' 이씨 재소환...유한기 돈줄 의심
검찰과 경찰 간 중복 수사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검찰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에게 건너간 것으로 의심되는 2억원에 대한 출처 확인에 나섰다.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박영수 전 특별검사 인척인 이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2억원 출처 등에 대해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자금 거래 추적과 관련자들 조사 과정에서 2억원 출처가 박 전 특검 인척이라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대장동 개발 사업 아파트 분양 대행을 맡은 인물이다. 그는 화천대유 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측에서 100억원을 받아 토목업체 대표 나모씨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이씨는 나씨에게 100억원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서는 "소명이 다 끝났다"며 반박했지만,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넨 2억원 의혹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유동규 첫 재판 이달 24일로 연기...검찰 "시간 더 달라"
한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첫 재판은 10일에서 24일로 변경했다.
재판 연기는 검찰 요청에 따른 조치다. 검찰은 전날 유 전 본부장이 최근 배임 혐의 등으로 추가기소됨에 따라 사건을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기일변경을 요청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하며 화천대유에 최소 651억원의 배당·분양이익을 몰아줘 공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를 받는다.
또 화천대유 최대주주인 김만배씨 등으로부터 약속받은 700억원 중 일부 금액을 실제로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도 있다. 검찰은 지난달 3일 유 전 본부장을 구속해 같은 달 21일 뇌물죄로, 이달 1일에는 배임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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