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빠진 중국 부동산재벌 헝다가 10일(현지시각) 달러채 이자 상환 마감을 또 다시 앞두며 한 달 새 세 번째 디폴트(채무불이행) 고비에 맞닥뜨렸다. 시장은 헝다의 이자 상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748억원어치 이자 상환해야···디폴트 시한폭탄 '째깍'
블룸버그 등 보도에 따르면 헝다는 이날 달러채 3건에 대한 이자 1억4800만 달러(약 1748억원)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앞서 헝다는 지난달 11일 예정된 달러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 달러채는 계약서 상으로 30일 유예기간 조항이 있어 지급일에 갚지 못해도 공식 디폴트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유예기간이 끝나는 10일까지 끝내 이자를 내지 못하면 공식 디폴트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헝다는 앞서 지난달 23일, 29일 유예기간 만료일 직전에 달러채 이자를 겨우 상환하며 두 차례 디폴트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헝다가 10일 이자 상환에 실패하면 192억 달러(약 22조6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전체 달러화 채권 연쇄 디폴트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만큼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밀린 이자를 지급해 세 번째 디폴트 고비를 넘긴다 해도 안심할 순 없다. 헝다는 앞서 6일에도 예정된 달러채 2건 이자 8249만 달러어치를 내지 못해 한 달 유예기간이 주어진 상태다. 12월에도 2건의 달러채 이자 2억5520만 달러어치 지급이 예정돼 있다. 사실상 디폴트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자회사 지분 팔고, 공사 재개해 현금 마련 중
헝다는 밀려오는 ‘이자 쓰나미’를 막기 위해 잇단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이달 초 자회사 헝텅인터넷 주식 5억3000만주를 11억2500만 홍콩달러에 매각했다. 헝텅인터넷은 헝다가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와 함께 만든 인터넷기업이다. 헝다 지분이 20.82%까지 내려가며 텐센트에 최대 주주 지위까지 내줬다.
주력 사업인 헝다 자동차 산하 계열사 영국계 자동차회사 프로틴도 매각을 추진 중이다. 헝다자동차가 2019년 5800만 달러에 인수했지만, 결국 모그룹 헝다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2년 만에 매각하는 것이다.
이외에 최근엔 쉬자인 헝다 그룹 회장이 산하에 보유한 제트기, 요트, 호화저택 등 재산을 매각해 자금 확보에 나서려는 모습이다. 지난달 중국 당국은 쉬 회장에 개인 자산을 팔아서라도 부채를 갚으라고 지시했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쉬자인 회장이 회사 계열사를 통해 보유한 요트, 비즈니스 제트기, 각종 호화저택, 주식 지분 등은 약 4억8500만 달러 어치로 평가됐다.
유동성 위기로 중단됐던 헝다 아파트 공사 건설도 속속 재개하고 있다. 아파트 완공 후 주택을 인도해 잔금을 받으면 현금 숨통을 틔우는 데 도움이 된다. 헝다는 지난 7~10월 모두 184개 아파트 건설공사를 완료해 넉 달간 모두 546차례에 걸쳐 5만7462가구에 주택을 인도했다.
◆美, 헝다발 유동성 위기 경고···中정부 개입 여부 '촉각'
헝다는 위기에 빠진 중국 부동산 업계의 '빙산의 일각'이다. 중국 부동산 규제 강화로 돈줄이 마른 수많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 중국 대형 부동산업체 자자오예는 최근 유동성 위기로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자회사 3곳까지 모두 지난 5일부터 주식 거래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자자오예는 앞서 자사 금융계열사를 통해 판매한 금융투자상품 만기가 도래했는데도 투자자들에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했다. 지급하지 못한 금액만 128억 위안에 달한다.
올해 들어 당다이부동산, 판하이, 화샤싱푸, 타이허그룹 등 제때 채권 원금 혹은 이자를 지불하지 못해 디폴트를 낸 기업만 모두 9곳에 달하는 것으로 중국 증권일보는 집계했다.
헝다발 중국 부동산 유동성 위기로 중국 고수익·고위험의 정크본드 등급 달러채 수익률은 치솟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정크본드 등급 달러채 금리는 지난 6일 연 25.77%를 기록했다. 이 금리가 연 25%를 넘은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12년 만이다. 채권 금리가 높아졌다는 건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 채권값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8일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까지 나서서 최근 헝다 사태의 파장이 미국 등 글로벌 경제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을 정도다.
부동산 위기는 통제 가능하다고 강조해왔던 중국 당국도 서서히 부동산 시장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중국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인 국무원발전연구센터는 8일 부동산 개발기업과 은행 등 금융기관들을 불러 부동산 시장 전반 상황을 파악했다. 이 자리에서 부동산 기업들은 정부에 유동성 개선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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