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재벌 헝다(恒大)그룹의 전기차 사업부인 헝다자동차(恒大汽車, 00708.HK)가 주식 매각으로 약 757억원 자금을 조달해 전기차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모기업인 헝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속에서도 전기차 사업을 키우겠다는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의 단호한 의지가 엿보인다.
중국 온라인매체 제몐망 등에 따르면 헝다자동차는 10일(현지시각) 홍콩거래소 공시를 통해 주식 1억7500만주를 주당 2.86홍콩달러에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헝다자동차 전체 주식 발행량의 1.76%에 상당하는 물량이다. 매도가는 하루 전날인 9일 종가(3.57홍콩달러)보다 약 20% 할인된 가격이다. 앞서 헝다그룹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기 전 2월 최고점(72.25홍콩달러)와 비교하면 턱 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번 주식 매각은 오는 22일 이전에 완료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약 5억 홍콩달러로, 모두 신에너지차 연구개발 및 생산 제조에 투입한다.
이로써 그동안 차일피일 미뤄졌던 헝다 첫 전기차 모델 헝치의 양산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시장은 전망했다. 9일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공개한 '자동차 생산및 판매 신청 기업 및 제품 목록'에도 헝다자동차의 '헝치5 LX' 차량 2종이 포함된 것도 양산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시장은 해석했다. 지난달 헝다는 내년 초 전기차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 예고했었다.
최근 헝다는 잇단 유동성 위기 속에도 전기차 사업 발전에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은 헝다가 부채 상환을 위해 전기차 부문을 내다팔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으나, 쉬자인 회장의 전기차 사업 발전 의지는 굳건하다. 지난달엔 향후 10년간 부동산 부문을 축소하고 대신 전기차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2018년 출범한 헝다자동차 부문에 쉬 회장은 현재까지 최소 474억 위안을 투입했다고 온라인매체 제몐망은 집계했다. 하지만 2년이 넘도록 전기차 한대 양산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적자액만 76억7500만 위안, 올해 상반기도 48억2000만 위안의 적자를 냈다.
한편 헝다자동차의 주식 매각 공시가 나온 10일에도 헝다는 디폴트 위기설에 시달렸다. 이날은 헝다가 달러채 3건에 대한 이자 1억4800만 달러(약 1748억원)를 지급해야 하는 최종 마감일이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시각으로 10일 오후 11시59분까지 이자를 내지 못하면 사실상 공식 디폴트로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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