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발사가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국내에서도 민간주도 우주개발, '뉴 스페이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향후 우주인터넷 실현, 국제 우주정거장을 이용한 우주에서의 제조, 준궤도 우주관광 등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 가능성도 커졌다.
이미 글로벌 민간기업은 뉴 스페이스에 먼저 진입했다. 스페이스X는 자체적으로 로켓을 설계하는 등 화성 개발을 계획하고 있으며, 버진 갤럭틱은 올해 7월 민간우주관광을 최초로 성공시켰다. 2020년 기준, 세계 우주경제 규모는 4470억 달러(약 526조8856억원)에 이른다.
우주개발 분야 중 저궤도 위성을 이용한 망 구축은 현실성이 크고 활용도가 높아 주목받는 분야다.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등 우주 선진국에서는 스페이스X, 아마존웹서비스(AWS), 원웹, 텔레샛 등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우주인터넷 구축에 나섰다. 지상에 설치된 5G 망이 4차산업혁명의 주요 인프라로 주목받는 것처럼, 저궤도 위성을 통한 광대역 인터넷은 미래 초연결 시대를 이루는 차세대 인프라인 셈이다.
저궤도 위성은 비교적 낮은 궤도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지구를 돈다. 덕분에 하루에 한 바퀴를 도는 먼 거리의 정지궤도 위성과 비교해 더 짧은 지연시간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지표면에서 3만5786㎞ 거리에 있는 정지궤도 위성은 서비스 제공 시 약 477ms(약 0.48초)의 지연시간이 발생하는 반면. 2000㎞ 이내에 위치한 저궤도 위성은 27ms(약 0.03초)에 불과하다. 정지궤도 위성 인터넷으로는 어려웠던 실시간 화상회의나 사물인터넷 기기의 원격 제어도 문제없이 가능하며,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도 어느 곳이든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활용 가능성에 힘입어 글로벌 민간 우주기업 역시 관련 서비스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올해 8월 사물인터넷 기업 '스웜 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스웜은 소형 노트북 크기의 위성을 이용해 지상과 통신하며, 사물인터넷 장치를 글로벌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
AWS는 3236개의 위성으로 우주 인터넷을 구현하는 카이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2년까지 구축이 완료되면, 바다 한가운데 있는 시추시설이나 극지에 있는 연구소에서도 클라우드와 인공지능을 이용해 운영 최적화나 빠른 데이터 분석을 이룰 수 있다.
지상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빈곤국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아시아 개발 은행(ADB)이 올해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태지역에서 인터넷 사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인구의 55%(약 24억명)가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환경에 있다. ADB는 인터넷은 지식경제를 구축하고 서비스 기반 성장을 주도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인터넷의 역할은 더 커졌고, 산업 회복력을 강화하는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지상 인프라의 경우 땅이나 바다에 매립된 광 케이블을 이용해 서비스를 공급한다. 케이블이 닿지 않는 곳은 인터넷 연결이 어렵고, 속도가 불안정하며, 지역에 따라 공급 가격이 달라진다. 반면, 지구 저궤도에 오른 인공위성은 지리적 한계 없이 서비스를 공급한다. 민간이 우주 인터넷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면 전 세계 어디서든 동일한 품질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우주기업과 민간위성이 늘어날수록 기업간 경쟁으로 가격 역시 안정화될 전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