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선고 직후 이들은 현행 선거법이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며 선거법 개정을 촉구하는 즉석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는 1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안진걸(現민생경제연구소 소장) 등 시민단체활동가 18명이 낸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심리미진이나 법리오해 등 위법이 없다’며 이 같이 판결했다. 이에 따라 2016년 이른바 ‘구멍 뚫린 피켓’으로 시작된 재판은 5년여만에 시민활동가들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이 사건의 핵심쟁점은▲기자회견 형식의 이 사건 각 모임이 공직선거법상 금지되는 집회에 해당하는 지 여부, ▲현수막,피켓을 들고 있는 행위 및 시민낙선증을 부착한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광고물 게시 및 후보자를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광고, 문서·도화를 게시한 행위에 해당하는 지 여부, ▲낙선운동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온라인투표가 공직선거법상 여론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이 가운데 온라인 투표 등은 무죄 혹은 사실상 무죄 판결인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지만 기자회견 형식의 집회와 ‘구멍 뚫린 피켓’은 마지막까지 유죄 판결의 족쇄를 벗지 못했다.
재판과정에서 시민활동가들은 기자회견의 형식을 문제삼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기자회견이 아니라 ‘사실상의 집회’라고 판단,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지하철역 출구 등 통행이 잦은 곳”에서 “확성기나 피켓을 사용”했으며 “청중의 호응을 유도하고 구호도 제창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특정 후보자의 이름이나 사진없이 창문 모양으로 구멍이 뚫린 형태의 피켓 역시 “구멍의 앞뒤에 ‘나는 안찍어’, ‘너도 찍지마요’라는 명백한 반대하는 표시가 있고 피켓을 든 목적·장소, 피켓을 들면서 발언한 내용 등을 종합하면 반대의 대상도 특정이 가능하다”며 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무엇보다 “사회자가 구멍 부분에 후보자의 이름이 들어가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발언했고 실제로 그렇게 사진이 촬영돼 배포됐다”며 “구멍 뚫린 피켓도 후보자 반대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자 인천평화복지연대, 참여연대 등 2016총선넷에서 활동한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2016총선넷 활동가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자의적인 법 해석이 가능해 악용될 수 있는 선거법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국민은 유권자로서 찬반과 지지, 비판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하지만 선관위의 자의적 법 해석과 선거법의 광범위한 규제 조항 때문에 정권이 마음만 먹으면 기소될 수 있는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검경의 무리한 압수수색과 무더기 기소는 시민단체를 겁박하기 위한 보복성 행위였다는 의혹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그럼에도)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선고를 한 대법원의 보수적 판단이 유감스럽다"라고 덧붙였다.
2016총선넷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참여연대와 한국진보연대 등 1000여 개 진보성향 시민사회 단체가 모여 구성됐으며 ‘기억, 심판, 약속’ 구호를 내걸고, 정보공개, 후보자 검증, 정책 검증 등을 진행했다.
이들은 2016년 4월 6~12일 김진태·나경원·최경환·오세훈·황우여·윤상현 등 새누리당 후보들을 ‘워스트 후보’로 인터넷 투표를 통해 선정했다.
또 자체적으로 ‘집중낙선대상자 35명’을 선정한 뒤 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최악의 후보 10인’을 선정하는 여론조사를 했다. 이후 최악의 후보로 선정된 후보자들의 선거사무소 앞길에서 '현수막, 확성장치, 피켓' 등을 설치해 12회에 걸쳐 기자회견을 빙자한 선거운동을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7년 11월 서울중앙법원에서 진행된 1심 공판에서는 일부 유죄 (여론조사 방법은 무죄)가 인정돼 벌금 최고 300만원에서 50만원이 선고됐고, 2018년 7월 18일 서울고등법원(제7형사부)에서 진행된 2심에서는 일부 유죄부분에 대해 선고유에 판결이 나오면서 양형이 줄어 각각 벌금 200만원에서 50만원이 선고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