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모델들이 '기가지니A'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KT 제공]
이동통신 3사가 인터넷TV(IPTV) 시청에 필요한 셋톱박스의 사양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경쟁력 확보와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셋톱박스가 리모컨처럼 딸려오는 부속품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스마트폰급 칩셋을 탑재하고 IPTV 서비스의 주연으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이통3사는 IPTV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위해 셋톱박스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셋톱박스가 IPTV 경쟁력을 결판 짓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에게 제공되는 셋톱박스의 성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아이폰에 탑재한 칩셋을 탑재해 더 빠른 처리 속도를 선보이고, 고가 음향장비 못지않은 기능을 갖춰 각종 콘텐츠를 즐기기에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다.
애플 TV 4K. [사진=SK브로드밴드 제공]
KT는 지난 8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최신 버전의 안드로이드 TV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셋톱박스 '기가지니A'를 출시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4일 애플과 손잡고 셋톱박스 '애플 TV 4K'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돌비 비전과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고, 4K HDR 디스플레이로 집에서도 극장에 간 듯한 시청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아이폰XS에 쓰인 A12 바이오닉 칩셋을 탑재해 빠른 반응 속도를 자랑한다. 지난달에는 뱅앤올룹슨과 제휴해 사운드바 일체형 셋톱박스 'AI 사운드 맥스'를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8월 사운드바 타입의 셋톱박스 'U+tv 사운드바 블랙'을 내놨다. 고가의 홈 시어터 장비와 견줄 만한 성능이 특징이다. 돌비 비전·애트모스에 JBL 스피커, 우퍼를 탑재해 입체감 있는 음향을 제공한다.
LG유플러스 모델이 '사운드바 블랙'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제공]
특히 과거에는 자체 OS를 쓰는 셋톱박스가 주류였으나, 최근에는 확장성이 높은 안드로이드 TV OS, 애플의 TV OS 등 개방형 OS를 탑재한 셋톱박스 도입이 두드러진다. IPTV만 시청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새로운 미디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유료방송과 OTT를 모두 이용하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폐쇄적인 자체 OS와 달리 개방형 OS는 스마트폰에 앱을 다운로드하듯이 앱마켓을 통해 넷플릭스, 디즈니+, 유튜브 등 다양한 앱을 IPTV에 내려받고, TV 대화면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일찌감치 안드로이드 OS 셋톱박스를 도입한 LG유플러스의 경우 그 비중이 약 9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브로드밴드도 현재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3' 셋톱박스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새롭게 도입한 애플TV 4K도 '애플 TV 앱'이 설치돼 있어 개방성이 높다. 유료방송 점유율 1위인 KT도 '기가지니A'를 출시해 안드로이드 OS 비중 높이기에 나섰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디어 환경은 OTT 소비가 늘어났고, 관련해서 고객의 니즈도 증가했다. 이 같은 점에 발맞춰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성능 셋톱박스는 IPTV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유플러스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에서 "스피커형 셋톱박스인 '사운드바 블랙', 글로벌 OTT '디즈니+'와 제휴 기대감 등 영향으로 IPTV 누적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8.8% 늘어난 526만5000명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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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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