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증시가 데뷔 첫날부터 ‘대박’을 터뜨리며 다소 침체했던 중국 자본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다만 지난 2019년 개장한 커촹반(科創板)이 개장 하루 만에 주가가 급락하는 등 거품이 크게 빠진 바 있어 베이징거래소의 상승세도 ‘하루 반짝’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퉁신 500% 이상 폭등... 다디 300% 가까이 급등
이날 베이징거래소에서 거래를 시작한 기업은 모두 81개다. 이 중 10개는 신규 상장사고, 71개는 기존 베이징에서 운영되던 중소기업 전용 신삼판(新三板)에 상장돼 있던 기업이 옮겨온 것이다. 베이징거래소는 중국에서 가장 높은 상하 30%의 가격 등락 폭이 적용되는데, 상장 첫날에는 가격 등락폭이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
신규 상장사는 첫날부터 ‘대박’을 터뜨렸지만, 신삼판에서 둥지를 옮긴 71개 기업 주가는 단 11곳만 상승하며 비교적 부진했다. 리튬 배터리 업체인더루이리튬전지(德瑞锂電, 833523)가 21% 급등한 것을 제외하고 주가가 20% 이상 상승한 기업은 없었다.
◆習 개장 발표 두 달여 만에 속전속결 '개장'... 반응 뜨거워
베이징증권거래소는 지난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처음 설립 계획을 발표한 후 단 75일 만에 속전속결로 준비를 마치고 문을 열었다.
중국 증권 당국은 “베이징거래소가 중국 경제 성장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기술혁신 중소기업을 위한 시장”이라며 “상하이와 선전 증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상장 조건이 까다롭고 심사 기간이 오래 걸리는 상하이·선전거래소를 대신해 신생 IT기업들의 자금 조달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후이만(易會滿)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도 이날 개장식에서 "베이징증권거래소 설립은 우리나라 자본시장 개혁과 발전 과정에서 또 하나의 기념비적 사건"이라며 "더욱 다층적 자본시장을 구축하고 중소기업 금융 지원 체계를 완성하는 데 있어 매우 중대한 의의가 있다"고 자평했다.
현지 기술기업과 투자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현재 약 200개 기업이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베이징거래소에서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투자자는 이날 총 400만 계좌가 넘었다.
중국 당국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주식 투자 경력이 2년 이상이고 주식계좌 20일 평균 잔액이 50만 위안(약 9200만원) 이상인 사람만 베이징거래소에서 주식을 파고 살 수 있도록 문턱을 설정했다.
◆개장 첫날 '대박'은 '반짝'일 수도... "투자 신중히" 조언 나와
다만 이날 베이징거래소의 폭발적인 급등세는 하루 반짝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상하이판 나스닥'으로 불린 중소기업 벤처 전용증시 커촹반도 개장 하루 만에 거품이 급격히 빠진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7월 23일 25개 상장사로 문을 연 커촹반은 개장 첫날 전 종목의 종가 기준 평균 주가가 140%에 달했다. 그러나 이튿날 25개 종목 중 4개 종목만이 상승했고 나머지는 일제히 하락했다.
양더룽(楊德龍) 첸하이카이위안펀드 수석 경제학자는 “베이징거래소에 대한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며 “대부분 상장사들이 현재 성장 단계에 있는 기업으로, 더 높은 투자 위험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상장사 대부분이 성장하고 있는 혁신 기업들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베이징거래소가 진정한 중국판 '나스닥'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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