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을 태운 전세기는 전날 김포공항을 출국해 이날 캐나타 토론토에 무사히 착륙했다. 이 부회장은 토론토에 설립한 삼성 글로벌 AI 센터에서 스벤 디킨슨 토론토 AI 센터 센터장, 앨런 젭슨 토론토 AI 센터 부사장 겸 수석과학자 등으로부터 연구 개발 현황을 보고 받고 임직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부회장은 미국 뉴저지 티터버러 공항에 착륙, 20분 거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북미 총괄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전 계열사 미국 법인 상황을 점검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후 미국 보스턴, 뉴욕을 잇달아 찾아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협력 관계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출장 일정 중 최대 관심사는 앞서 투자를 공언한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내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 확정 여부다. 하지만 재계의 눈은 이 부회장이 새로운 파운드리 고객사를 확보할지에 쏠리고 있다.
업계의 눈은 자연스럽게 ‘세계 최초 3나노 파운드리’ 공정의 첫 번째 글로벌 고객이 누가 될지에 쏠리고 있다. 세계 4대 팹리스 중 한 곳인 미국 AMD와 퀄컴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인 AMD와 퀄컴은 지나치게 애플에 호의적인 TSMC에 불만이 큰 상태다.
이미 AMD는 삼성전자와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2200(가칭)에 AMD의 GPU를 장착하기로 했다. 퀄컴도 삼성전자와 유대관계가 돈독하다. 이미 스마트폰에 AP를 공급하고 있고 다음달 초 발표 예정인 최신 AP 스냅드래곤 898(가칭)도 삼성 갤럭시S22(가칭)에 탑재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10나노 공정 이후 TSMC를 쫓아가기 바빴던 삼성전자가 3나노 양산을 계기로 파운드리 주도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TSMC-애플에 맞서는 새로운 파운드리-팹리스 연대체가 탄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부회장이 이번 북미 출장을 통해 삼성바이로직스가 백신 위탁생산을 맡고 있는 모더나사와 추가적인 바이오부문 협력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직후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 등 경영진과 화상회의를 가졌고 이후 한국의 모더나 백신 수급이 급물살을 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의 미국 연구법인인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가 6G(6세대 이동통신 기술) 시연에 착수해 눈길을 끈다. 공교롭게 이 부회장의 방미 일정에 맞춘 듯한 모양새다. SRA는 지난 11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FCC에 6G 실험을 위한 전파 사용 승인 허가를 신청했고, FCC는 이를 즉각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4대 신성장동력으로 AI·5G·바이오·전장 사업을 꼽은 바 있다. 이번 북미 출장에서 AI 센터 방문에 이어 5G를 능가할 6G 통신기술 실증 등을 직접 점검, 향후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 포석을 깐 셈이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6G 시연은 이 부회장의 출장 등과는 무관하게 예정된 일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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