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5일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를 불러 조사했다. 지난 4일 정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첫 소환 조사다.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구속기간 만료일을 일주일 앞두고 대장동 개발 사업 배임 의혹 관련 성남시 등 '윗선' 개입 수사에 고삐를 죄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정 변호사를 불러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이른바 ‘대장동 4인방’과 벌인 배임에 대한 구체적 사실관계를 집중 추궁했다.
정 변호사는 앞서 남 변호사의 소개로 공사에 입사한 뒤 화천대유 세력과 공모해 대장동 개발 사업자 심사를 편파적으로 진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하지만 지난 4일 도망가거나 증거를 없앨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
정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의혹 사건의 ‘윗선’ 수사 여부를 좌우할 핵심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정 변호사가 작성에 깊숙이 관여한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서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얻을 이익이 1822억원으로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공모지침서 내용 중 초과이익환수 조항은 사업 협약 과정에서 삭제되기까지 했다. 정 변호사는 이를 2015년 2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초과이익환수 조항 삭제는 윗선 배임 혐의를 밝힐 핵심이다.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삭제 과정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독단적 결정이 아닌,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관여나 지시로 이뤄졌다면 공익을 추구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장의 임무를 위배해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으므로 배임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 후보 측은 정 변호사가 이 후보에게 직접 보고한 적이 없으며 다만 실무자들 합동회가 2∼3차례 있었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정 변호사가 2015년 1~2월 '50억 클럽' 의혹에 연루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서울 서초구 한 로펌 사무실에서 여러 차례 만나 정영학 회계사와 함께 대장동 사업이 공고되기 전부터 공모지침서 내용 등을 논의했다는 정황에 대해서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한강유역환경청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자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에 로비 명목으로 2억원을 건넨 의혹에 대해서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오후 김씨와 남 변호사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다만 대장동 민간사업자들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의원과 박 전 특검 등은 이날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윗선 수사 갈길 바쁜데...계속되는 검·경 불협화음
검찰은 그동안 수사팀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과 김씨의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검찰과 경찰 간 불협화음도 계속되고 있다.
검찰이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유동규 전 본부장의 새 휴대전화 분석 내용을 공유해달라고 경찰에 요청했지만, 경찰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유 전 본부장 휴대전화 자료는 디지털포렌식이 다 끝나야 검찰 공유가 가능하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유 전 본부장은 2020~2021년 부정한 행위 대가로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700억원을 받기로 약속받은 혐의 등으로 두 차례 기소됐고 오는 24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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