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분쟁지역 전문 PD 김영미가 바라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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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1-11-2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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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세계분쟁지역을 다니며 취재를 해온 김영미 PD.
그는 동티모르 여대생이 내전으로 희생당한 기사를 읽고 무작정 동티모르로 떠났다. 그후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이라크 등 분쟁지역을 취재해왔고, 이를 토대로 여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분쟁지역이나 위험한 곳에 가면 나 자신이 다칠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취재를 하는 김영미 PD와 목숨을 거는 사명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김영미 PD 제공]

Q. 어쩌다가 전쟁전문 PD가 됐나요?

A. 원래 저의 본업이 방송 피디인데, 방송 피디는 해외 취재를 많이 나가요. 해외 취재를 나갔다가 조금 더 뉴스가 있는 현장으로 가다 보니까 그쪽에 내전도 나고 사건도 있고 그랬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취재 대신에 외신을 많이 받았었는데 외신보다는 우리의 한국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서 취재를 시작하게 됐어요.

Q. 막상 외신으로만 받다가 현장에 가보니까 어떻던가요? 상상했던 것과 그리고 외신에서 보내주는 것과 어떤 게 다른지가 궁금해요.

A. 외신의 경우는 미국이나 유럽의 서구권의 시각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하고는 시각이 많이 다르거든요. 그러니까 리비아나 시리아 내전에서 한국인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렇지만 한국인이 가게 되면 한국과 관련된 일을 먼저 취재하게 되거든요. 그게 좀 다른 거죠. 한국적 시각과 서구 사회의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근데 외신을 받아쓰게 되면 우리가 분명히 한국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시각을 배우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외신에 기사가 한국 전체에 퍼질수록 국민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시각을 자연스럽게 흡수하게 되면서 한국적 시각보다는 외국인의 시각이 되어 버리는 거죠. ‘국민의 알권리가 왜곡돼서 충족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뉴스가 있는 현장인 줄 알고 갔는데 뉴스가 없이 주로 돌아온 적도 있었나요?

A. 그런 적은 거의 없었어요. 사람 사는 데는 다 뉴스가 있거든요. 단지 그걸 볼 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라고 봐요. 그리고 뉴스라는 건 보이는 게 아니에요. 찾아가는 거지. 거기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어떤 것이 뉴스인지, 또 어떤 것이 이야기가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직접 알아보는 노력이 필요한 거예요.
그리고 저널리스트는 남들과 다른 시각을 갖고 있어야 돼요. 그렇기 때문에 저널리스트만의 시각이 필요하고 덮어져 있는 이야기를 파헤칠 수 있어야 돼요. 그건 가서 본다고 될 일이 아니잖아요. 시간과 노력도 필요하고, 가서 어느 정도는 내가 저널리스트로서 노력을 해야 돼요.

근데 파헤쳐봤는데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어요. 이걸 팠는데 이 산이 아닌가 봐. 하고 내려갈 수도 있어요. 그런 시행착오 끝에 좀 더 단단한 저널리스트가 되는 거죠. 다 성공하지는 못해요. 그렇다고 해서 그냥 바로 등 돌리고 오는 것보다는 한 번쯤은 더 들여다보고 그것을 내 시각에 맞춰서 ‘이것이 어떻게 됐을까’ 라는 의문을 갖고 들여다보는 게 올바른 저널리스트의 자세라고 생각해요.

Q. 저널리스트로서의 눈이 스스로 한 번에 가져진 건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데 저널리스트로서의 시각을 갖게 해준 사람 아니면 책이 있었나요?

A.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으로 태어나는 그 자체가 저널리스트로서 기본을 갖췄다고 생각해요. 저널리스트의 기본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요. 그리고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세상을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가장 기본적인 거예요. 그게 갖춰져야 그다음에 책도 보고 사람도 만나는 거지. 인격적인 부분이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책을 보거나 사람을 만나거나 저널리스트로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해요.

Q. 세계는 왜 싸우는 걸까요?

A. 소통을 못해서 싸우죠. 서로 모르니까. 생각해 보면 학창시절에 사이가 안 좋았던 사람이 있었을 거예요. 그 사람하고 왜 사이가 안 좋았을까 라고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을 너무 모르는 거예요. 그 사람의 가정환경, 그 사람의 성격, 제가 예민해하는 것, 제가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 잘 몰랐으니까. 그러다 보니까 서로 싫어하는 것만 자꾸 보여주게 되고, 싸우게 되는 거죠. 세계도 마찬가지예요. 서로 상대방 국가가 예민해하는 부분과 아픔들을 서로 공감하고 서로 위로해주고 배려해주는 문화가 되면 절대 안 싸우죠.

 

[사진= 김영미 PD 제공]


Q. pd님께서는 분쟁 현장을 많이 보시잖아요.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해 공감을 해줘야 전쟁도 안 일어나는 것처럼 사람을 만났을 때도 편견을 갖지 않아야 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사람을 알아가기 위한 pd님만의 방법이 있나요?

A. 그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고 오픈마인드로 접근해요. 그리고 사회적 약자나 그런 사람들한테는 되게 약하고 강자들한테는 강하자는 게 제 기본 원칙이에요. 그래서 강한 사람들한테는 절대 저의 약한 모습을 안 보이죠. 사람들은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한테는 되게 강하잖아요, 위에서 깨지고 밑에 있는 사람 밟고. 그건 짐승이지. 짐승들이 약한 놈을 괴롭히잖아요. 길고양이들도 자기보다 약한 놈을 괴롭힌다니까요. 근데 사람이 오면 엄청 귀여운 척 해요. 그게 짐승의 세계니까 걔네들은 용서가 돼요. 근데 사람은 아니에요. 약한 사람들은 그 약한 부분 있잖아요. 그 부분들을 채워줄 수 있는 게 인간이에요.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 있으면 내가 그 사람의 다리 역할을 해줘야 되는 거죠. 그게 국가의 제도나 이런 걸로 채워지기 전에 그 사람의 다리가 되어 준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게 인간이에요. 그리고 강자한테는 당연히 우리가 부당한 것들을 얘기할 수 있어야죠. 강자한테 기죽을 이유가 없거든요. 그게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들을 만날 때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만날 필요가 없다고 봐요. 그리고 약자를 대할 때 내가 저 사람의 어떤 부분을 보충을 해줘야 될까를 생각하면서 만나요.

Q. 앞으로 학교에서는 뭘 가르쳐야 될까요?

A. 인간성이죠. 인간성과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 그리고 그 인간들이 평화롭게 사는 법, 더불어 살고 나누며 사는 걸 가르쳐야 된다고 봐요.

Q. 취재를 갈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가시나요?

A. 의무만 다하면 되는 거예요. 취재하는 사람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된다는 의무가 있어요.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건 마음가짐을 가지고 하는 게 아니에요. 내 직업이니까,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것뿐이지 비장한 큰일을 하러 가는 건 아니에요.

Q. 비행기표를 예약을 미리 해놓잖아요. 올 때도 내가 임무를 다 못했을 때는 비행기표 날짜가 다가왔으면 비행기표를 미루고 다 끝내고 다시 오는 건가요?

A. 노쇼로 버릴 때도 많아요. 보통 여행 다니는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우리는 해요. 그래서 비행기표를 버리고 왕복표보다 훨씬 비싼 편도를 끊고 올 때도 있어요. 왜냐면 입국을 할 때 왕복표가 아니면 입국이 안 되는 나라들이 많거든요. 내 인생에 아마 왕복표를 버린 게 더 많을 거예요. 혹은 예약변경도 많이 해서 바꾼 페널티가 본 티켓 값보다 훨씬 많은 경우도 많고, 장비들이 많아서 무게 초과로 인해서 비즈니스 클래스보다 훨씬 많이 나올 때도 있어요. 보통 여행 다니시는 분들의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비행기표들이 많아요.

Q. 코로나 이후 요즘에도 해외 취재를 가시나요?

A. 코로나 이후, 작년 1월부터 취재를 못 나가고 있어요. 왜냐면 한국이 제일 안전하거든요.
해외에 나가지 못해도 20년 넘게 일을 하다 보니까, 해외에 아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취재원들과 소통을 하면서 안전하게 취재를 하고 있어요. 제가 20년 넘게 한국에서 사계절을 지내 본 적이 없어요. 반강제이지만 코로나로 한번쯤 이런 해를 가질 수 있었네요. 우리 취재원들과 조용히 정리를 해 볼 수도 있었고요.

 

[사진= 김영미 PD 제공]


Q. 취재를 할 때 위험상황을 만드는 건 뭔가요?

A. 취재에서 조바심은 위험해요. 뭔가를 빨리 해야 된다는 조바심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위험에 빠트릴 수 있거든요. 그래서 가능한 길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편이에요. 기사도 주간기사를 쓰고, 다큐멘터리를 하는 이유는 내가 서둘러서 하다가 취재원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고 급하게 이동하다가 잘못될 수도 있거든요.

Q. 남극이나 극지도 가시나요?

A. 남극, 쇄빙선을 아이템으로 관심 가진 적은 있는데 저의 취재영역은 지구의 어딘가를 많이 가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어느 나라든 그 나라의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냐가 제일 중요한 거예요. 그래서 아프리카라도 중동이라도 선진국이라도 이야기가 연결되는 곳으로 가는 것뿐이지 어디를 가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에요. 어딜 가나 사람은 다 있고 사람의 피부색이 다르든 언어가 다르든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Q. pd님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으세요?

A.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프리카 구석에 있는 나라까지 갈 수가 없잖아요. 그런 나라들을 간접 체험하게 해주고 싶어요. 거기는 우리나라와 문화가 굉장히 다르죠. 정치, 문화, 사회, 경제가 다 달라요. 한국에 있는 누군가가 거기 가서 사업을 할 수도 있고, 여행을 갈 수도 있는데 인터넷에 나와 있는 부정확한 정보들을 보고 가는 경우가 많아요. 잘못하면 위험에 빠질 수도 있고 사업하시는 분들은 다 털릴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잖아요. 누군가 한명이라도 그런 정보가 필요하다면 그 정보를 대중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 올려놓는 거죠.

Q. 어떤 매체로 그런 정보를 전달하고 싶으세요?

A. 기사로 보시던 다큐멘터리를 보시던 그것을 통해서 기록을 남겨놓는 거죠. 기록을 남겨놓으면 누군가가 보면 되는 거예요. 그게 국민의 알권리에요. 아무도 안 봐도 괜찮아요. 그래도 나의 의무는 다 하는 거니까요.

Q.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있나요?

A. 사명감은 없어요. 저는 그냥 원칙대로 할 뿐이에요. 저널리스트, pd, 취재하는 사람의 직업은 어딘가 가서 뭔가를 알아 와서 한국에 알려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사람이에요. 그것을 통해서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공감도가 높아지도록 하는 사람이에요. 그 와중에 조금 위험할 수 있고 위험해서 아무도 안 갈 수도 있어요. 그런데 누군가 안 가면 그곳이 공백으로 남기 때문에 그 공백을 메우러 내가 들어갈 수도 있어요. 그러다 죽는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 생각을 해요. 그런데 만약 싫다면 안 하면 돼요. 근데 난 이 직업이 좋아요. 나하고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걸 하고 있는 것뿐이에요.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직업에 충실할 뿐이에요.

 

[사진= 김영미 PD 제공]


Q.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 어디 였나요?

A. 소말리아가 굉장히 저한테는 새로운 세계였고 나이지리아도 새로운 세계였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생각하던 아프리카와 실제 겪었던 아프리카 국가들은 다 달랐고 충격적이었어요. 그래도 저는 다 다른 땅과 사람을 만났지만 제가 확인한 건 인간은 다 뛰는 심장을 갖고 있다는 거예요. 심장이 뛰는 한 어디든지 가서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정을 나누고 같이 프로젝트를 하고 완수해서 한국에서 방송을 하고 기사를 쓰고 다시 돌아가서 그 사람들과 만나는 것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취재의 시작과 끝은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A. 취재의 시작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인 것 같고요. 끝은 그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구상에 누구든지 간에 피부색과 언어를 떠나서 그 사람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찾아간 게 시작이라면 그 사람의 마음을 표현한 결과물을 가지고 한국에 와서 뭔가를 만들어낼 거 아니에요.

Q. 취재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건 뭔가요?

A. 기록이요. 공룡시절에 공룡이 기록을 할 줄 알았다면 우리가 공룡이 왜 멸망했는지 알았을 거 아니에요. 인간이 언젠가 멸망했을 때 이런 기록들이 남아서 우리가 왜 멸망했는지 아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Q. 취재를 통해서 일상의 소중함을 언제 가장 느끼나요?

A. 잘 때요. 대부분 안 좋은 환경에서 잘 때가 많아서 벌레도 물리고 지저분하고 덥고 전염병도 많고 습하기도 하거든요.

Q. 취재를 하다가 딜레마에 빠질 때도 있나요?

A. 제3세계나 분쟁 지역은 취재비가 많이 들어요. 그런 나라를 가면 돈이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는데, 분쟁 지역은 우리나라 여관 비슷한 정도의 수준이면 하룻밤에 400~500달러 해요. 왜냐하면 안전하니까. 비용이 많이 드니까 한국 언론사에서는 못 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나 같은 가난한 프리랜서가 가야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게 굉장히 딜레마죠. 책도 쓰고 기사도 쓰고 라디오출연도 하면서 돈을 모아서 취재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에요.

Q. 김영미 pd에게 ‘무사하다’라는 건 뭔가요?

A. 이번 생애에 내가 역할을 다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거예요. 그게 무사한 거죠. 내 이름에 뭔가 안 좋은 흔적 없이 생애를 마치는 게 무사한 거예요.

Q. 나도 모르게 자주 하게 되는 말이 있나요?

A. ‘사람답게 살아야지’ 인간으로 태어났는데 인간의 특권을 누리고 살고 싶다는 거죠. 짐승은 인간이 되려야 될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사람의 특권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누군가의 것을 빼앗고 쟁취하는 건 짐승의 본능이거든요. 사람 같은 생각, 나누는 것, 같이 사는 것. 그런 고민을 할 줄 아는 게 사람이에요. 저는 사람같이 살고 싶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Q.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분쟁지역 취재를 다녔잖아요. 엄청 걱정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A. 우리 아이는 그 개념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어디를 취재 갔다 온다는 것만 생각했지 전쟁터에 대한 개념이 그때는 별로 없었대요. 제가 책을 쓴 것도 우리 아이 때문이에요. 엄마가 알고 있는 세계사, 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거든요.

Q. 분쟁지역을 한 문장으로 표현을 한다면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A. 거기는 평화가 깨진 현장이잖아요. 정말 거기가 동물의 왕국이죠. 돈도 필요 없고 총 가진 놈이 이기는 거예요. 가게에 돈 들고 안 와요. 총 들고 몇 번 위협하면 다 가져가거든요. 진짜 동물의 왕국이죠.

Q. 그럼 진정한 평화는 뭐라고 생각을 하세요?

A. 사람과 사람이 가슴을 여는 것, 서로 이해하는 것. 그랬을 때 대화가 되고 공감을 하고 그랬을 때 사람들이 평화로워지거든요.

Q. 언제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세요?

A. 사람들은 아침에 눈 뜰 때 살아있다고 느끼고 있잖아요. 저는 제게 되게 많은 취재원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지구상 여러 군데 있어서 어쩌다 연락 오기도 하는데 그럴 때 살아있다고 느껴요.

Q. 분쟁지역전문pd는 어떤 직업이라고 생각을 하세요?

A. 저는 그냥 저널리스트일 뿐이에요. 그걸 구분 짓지 않아요.

Q. 그러면 직업만족도는 5점 만점에 몇 점인가요?

A. 내가 지금까지 했던 결과물로 보면 4점이에요.

Q. 1점은 왜 빠지나요?

A. 돈이 없어서 못한 것들이 좀 있거든요.

Q. 피디로서의 김영미, 저널리스트 pd로서의 김영미, 엄마로서 김영미, 사람으로서의 김영미는 어떤 사람인가요?

A. 그걸 다 통틀어서 그냥 사람이에요. 태어나서 세상을 살았고, 70이 되든 80이 되든 90이 되든 인간은 다 언젠가 죽으니까 그 죽을 날을 기다리는 한 사람의 인간이죠, 그러니까 죽을 때까지 다만 하루라도 이상하게 살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사실 50 넘을 때까지 살 줄 몰랐어요.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50이 넘어가는 걸 보니 조금 더 살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들어요. 하루하루가 되게 저한테는 중요해요. 아침에 눈 떠서 저녁에 눈 감을 때까지 가능하면 좀 잘 살고 싶어요.

Q. 김영미가 바라는 세상은 어떤 세상이에요?

A. 서로 같이 아파하고 같이 나누고 챙겨주는 세상. 남의 아픔을 내버려두지 않는 세상. 같이 살아가는 세상이 제가 바라는 세상이에요. 절대 나 혼자는 못 살아요. 그런데 다들 나 혼자만 잘 잘산다고 생각하고 나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같이 더불어 사는 세상이 정말 중요한 거고 단지 문구 하나에 사람들이 개념적으로만 같이 사는 세상이 아니라 정말 내가 옆에 있는 이웃과 또 옆에 있는 이웃나라의 사람들과 같이 살 수 있을 만큼 계속된 훈련과 노력들이 필요한 거예요.

Q. 마지막으로 빛나는 세상,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한테 한 말씀 해주세요.

A.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같으니까, 누가 이렇게 잘 나고 못 나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같이 살아간다는 것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 하고 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간다는 것에 저는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사진= 김호이 기자/ 김영미 PD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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