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 부는 ‘NFT’ 열풍... 기대 반 우려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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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1-11-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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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씨·넷마블·게임빌·카카오게임즈 등 주요 게임사들 언급

  • 게임 아이템에 소유권 부여... 이용자간 거래 수단 활용 전망

  • 게임 내 경제균형 붕괴 우려... '재미' 등 게임 본질 충족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국내 게임업계에 ‘대체불가능토큰(NFT)’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오르내리고 있다.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국내 게임사들의 상당수가 NFT를 게임과 연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NFT라는 단어만 언급해도 기업들의 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다만 NFT가 업계의 대세가 될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에선 게임을 통해 돈을 버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아, 블록체인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다. NFT가 단순히 이용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선 지속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내년에 출시할 게임에 블록체인, NFT 기술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신규 게임 모두 NFT 적용 대상이다.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당시 “게임 내 NFT와 블록체인 적용을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 이미 기술적인 준비는 끝났다”며 “내년 중에 NFT가 적용된 게임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가 NFT 활용 계획을 언급하자, 50만~60만원선에서 머물던 주가는 7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 회사 외에도 넷마블과 카카오게임즈, 게임빌, 펄어비스, 주요 게임사들도 NFT를 언급하자 주가가 크게 올랐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블록체인, NFT를 게임과 연계하고 있으며, 내년 초 라인업 설명회에서 설명하겠다”고 밝혔고, 게임빌은 내년 1분기에 출시할 신작 ‘크로매틱소울: AFK 레이드’, ‘프로젝트 MR(가칭)’, ‘게임빌 프로야구’에 NFT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3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원의 2대 주주이기도 한 게임빌은 내년 상반기에 NFT 거래소를 오픈한다는 방침이다. 테라폼랩스, 마이뮤직테이스트 등과 협업해 케이팝(K-POP) 아티스트들의 공연 영상, 화보, 팬아트 등의 콘텐츠를 디지털 자산화해 NFT 거래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게임빌 자회사인 컴투스는 NFT 기술 기반의 미국 디지털 컬렉션 전문 기업 ‘캔디 디지털’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스포츠 카드 등을 제작·유통하는 NFT 기업이다. 스포츠 선수, 리그, 팀, 경기장뿐만 아니라 하이라이트 장면 등의 영상과 오디오 클립을 디지털 자산으로 제작한다. 컴투스는 이를 게임 분야와 연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카카오게임즈도 미래 사업 중 하나로 NFT를 꼽았다. 카카오게임즈는 프렌즈게임즈 내에 메타버스, 스포츠, 게임 등에 특화된 NFT 거래소를 도입할 계획이다. 남궁훈,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각자 대표는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NFT 거래소에서는 우리의 사업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골프 티타임 예약권과 게임 아이템, 아이돌의 팬아트 등이 디지털 자산화돼 판매될 수 있을 것이며, 이 외에도 더욱 다양한 디지털 자산들을 거래 대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펄어비스를 이끄는 정경인 대표 또한 "P2E(Play to Earn)와 NFT를 도입하는 블록체인 게임 개발, 서비스도 고민하고 있다”며 “국가별 규제가 다르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관련 리스크도 적극 검토해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데브시스터즈도 NFT 기반의 쿠키런 디지털 아트를 시작으로 블록체인과 NFT를 적용한 게임 서비스를 신사업으로 낙점했다고 밝혔다.

NFT는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소유를 증명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이용해 디지털 자산에 고유의 값을 부여하는 기술을 말한다. 사진과 동영상, 글 등 온라인상의 콘텐츠에 소유권이라는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거래할 수 있어 게임,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하고 있다. 특히 가상공간인 메타버스 생태계 내에서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데, 게임 속에서 아이템에 NFT를 적용하면 이를 다른 이용자와 거래하고 현금화할 수 있다.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P2E’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위메이드의 모바일게임 '미르4' 글로벌 버전이 P2E 선두주자로 꼽힌다. 미르4 유저는 게임 내 아이템인 ‘흑철’ 10만개를 모으면 게임 코인 ‘드레이코’와 바꿀 수 있다. 드레이코는 암호화폐 위믹스와 1대1로 교환할 수 있고, 이는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 현금화할 수 있다. 현재 위믹스는 개당 약 1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미르4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돈 버는 게임'으로 주목받으면서 글로벌 동시접속자 수가 120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위메이드는 향후 캐릭터 NFT, 드레이코 아이템 거래소 등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반면 NFT가 게임업계의 대세로 떠오를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NFT 기술이 적용된 P2E 게임은 한국에서 서비스할 수 없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게임을 통해 돈을 버는 행위를 정의하고 있지 않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블록체인 게임에 등급분류를 거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NFT가 게임 생태계를 망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같은 코인을 쓸 수 있는 게임들이 서로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라는 게임 생태계가 외부에서 발생하는 요인들로부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게임 내 경제 균형이 무너지면 서비스가 지속될 수 없다.

NFT가 단순히 게임 내 아이템을 거래하고 돈을 버는 목적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닌, 게임의 본질인 재미와 게임성을 향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용자가 머물 수 있는 기술, 환경이 조성돼야 NFT를 기반으로 한 여러 서비스들이 계속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CFO가 “먼저 (NFT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용자 입장에서의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프로포즈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NFT, P2E(Play to Earn) 게임은 기술보다 유저들이 (게임 내에) 머물고, 창의성을 찾도록 하는 게 성과의 열쇠”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 또한 “수많은 소비자가 특정 엔터테인먼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실제로 재미있어야 한다”며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다면 우리는 그 누구도 우리의 가상 세계에 놀러 오도록 설득할 수 없으며, 방문자가 없다면 사업성 또한 사라지게 된다”며 현재 불고 있는 메타버스 바람이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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