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뉴삼성] 같은 팀 동료끼리 ‘고과평가’…삼성, 파격 인사제도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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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1-1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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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경영에 복귀하면서 ‘뉴삼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첫 단추는 대대적인 인사제도 개편으로 꿰어지고 있다. 같은 부서 내 동료끼리 인사고과를 평가하는 한편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는 파격안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사내 게시판에 인사제도 개편과 관련한 내용을 임직원들에게 공지했다. 사측은 “중장기 인사제도 혁신과정 중 하나로 평가·승격제도 개편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임직원의 업무와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인 만큼 내부의 다양한 의견과 외부 전문가 자문, 국내외 기업 벤치마킹 등 다각도로 의견수렴을 거쳐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삼성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DB] 

핵심은 같은 부서 동료끼리 평가...절대평가 확대
개편안이 내년부터 적용되면 삼성전자는 5년 만에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사내 게시판에서 갑론을박이 난무했던 새로운 인사제도는 지난 16일 베일을 벗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인사제도 개편안 설명회를 개최하고 임직원들에게 핵심 내용을 소개했다.

골자는 임직원 고과평가에서 절대평가 확대와 동료평가제 도입이다.

현행 삼성전자의 임직원 고가 평가는 △EX(Excellent) △VG(Very good) △GD(Good) △NI(Need improvement) △UN(Unsatisfactory) 등 5개 등급으로 구성된다.

상위 10% 임직원만 가장 높은 등급인 EX 등급을 받고, 두 번째 등급인 VG 등급은 이후 25% 임직원에게 부여된다. 나머지 대부분 임직원은 GD나 NI 등급을 받고, 저성과자들은 UN 등급을 받는다. 평가 결과는 내년도 연봉과 승진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개편안에서 최상위 10% 직원에 부여하는 EX 등급은 유지하되, 기존에 25% 비율로 한정했던 VG 등급 비율 제한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율을 정해 놓고 평가하는 기존 상대평가에서 최상위 10%를 제외하고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또한 상급자가 하급자를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현행 평가 방식도 ‘동료평가제’를 도입해 동료들 간의 상호 평가로 평가 방식을 다원화하는 방안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동안 도입 가능성이 제기됐던 직급체계 폐지는 이번 인사 개편안 설명회에서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입사연도를 알 수 있는 사번이나 직급은 인트라넷에서 노출되지 않게 할 방침이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인사제도 개편안은 삼성전기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내용과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초 경계현 사장 취임 이후 다양한 형태의 ‘인사 실험’을 해왔다. 회사는 그룹장과 파트장 등 보직자를 제외하고는 직급을 ‘프로’로 통일했다. 사내 메신저와 인트라넷, 이메일 등에도 직급이 노출되지 않는다. 또 승진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직급이 높은 직원이 자신보다 낮은 직원에게 존댓말을 사용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사제도 개편안에 대해 ‘미정’이란 입장이다. 조만간 노사협의회와 노동조합, 부서장 등 임직원 의견을 청취한 뒤 개편안을 확정해 이달 말 부서별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사건 관련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7년부터 꾸준히 인사제도 개선...연말 ‘뉴삼성 인사 발표’ 주목
삼성전자의 인사제도 개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연공형 직급 폐지, 수평적 호칭 시행, 역량진단 시범 적용, 리더십 진단 도입 등 다양한 인사제도 개선에 힘써왔다.

2017년 3월부터는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직급단계를 기존 7단계(사원1·2·3, 대리, 과장, 차장, 부장)에서 4단계(CL1∼CL4)로 단순화했다.

임직원 간 호칭은 ‘○○○님’으로 통일하되 업무 성격에 따라 △님 △프로 △선후배님 또는 영어 이름 등 수평적인 호칭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다만 팀장, 그룹장, 파트장, 임원은 직책으로 불러왔다.

삼성전자는 당시 “스타트업의 빠른 실행력과 소통문화를 조직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며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 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 등을 ‘3대 컬처 혁신 전략’으로 제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국내 많은 기업이 이미 몇년 전부터 인사·조직문화 개선을 해오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2019년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해 직급과 호칭 제도 개편을 시행한 바 있다. 기존 사원과 대리는 매니저로, 과장과 차장·부장은 책임 매니저로 직급을 단순화해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했다.

토스와 카카오 등 대형 IT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성과주의’에 기반해 인사 제도를 대폭 개편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 제도 개편은 공정성을 강화하고 보상 체계의 완결성을 높임으로써 업무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으로는 삼성전자 구성원의 핵심 인재 풀로 자리잡은 MZ세대(1980~2010년 출생자) 눈높이에 맞는 수평적이고 유연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 회사에 대한 로열티(자부심)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삼성전자 인사 개편안이 발표되면 다른 대기업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재계에서는 젊은 총수들이 세대교체에 따른 변화를 본격화하면서 인사와 조직에서도 큰 변화를 꾀할 것으로 본다. 

재계는 내달 초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삼성의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인사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 1주기 당일, 이 회장의 흉상 제막식에서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나가자”고 언급했다. 그만큼 이번 인사를 통해 이 부회장이 구상하는 ‘뉴삼성’의 모습이 구체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9년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원사업장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한 모습이 일부 직원의 SNS에 게시됐다. 이 부회장은 이후 직원들과 스킨십을 늘리며 '소통하는 오너'의 행보를 이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국정농단 재판 등이 겹치면서 대외 행보를 자제해왔다. 그는 지난 8월 가석방 이후에도 정중동 행보를 계속해왔으나, 지난 14일 북미 출장길에 오르면서 연말부터 본격적인 '뉴삼성' 경영에 고삐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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