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외선전 매체들이 17일 일제의 을사늑약 체결에 미국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존 오소프 미 상원의원을 만나 한·일합병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언급했는데, 북한 대외선전 매체들도 일제히 이 같은 주장을 보도하면서 이 후보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메아리'는 이날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언급하며 "이를 통해 미국은 일본이 조선봉건정부의 국권을 함부로 유린하고 식민지로 만들도록 허용해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대에 찌들었던 조선봉건정부가 일본과 다를 바 없는 침략자인 미국에 의지해 나라의 국권을 되찾겠다고 한 것"이라며 "세월의 흐름 속에 드러나고 있는 역사적 진실은 일제에 의한 '을사5조약'의 날조, 다시 말해 조선봉건정부가 일제의 식민지로 굴러떨어진 것은 미국의 검은 마수가 뻗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도 "을사5조약은 아무런 법적 효력도 없는 불법 문서이며 일제의 강박과 미국의 비호 두둔 하에 날조된 모략품"이라고 보도했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일제는 총칼을 휘둘러 날조해낸 날강도적인 을사5조약에 기초해 한일합병이라는 국토병탄행위를 감행하고 조선민족 말살 정책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가쓰라-태프트 협약은 1905년 러일전쟁 직후 미국과 일본이 각각 필리핀과 한국에 대한 지배권을 상호 승인하기로 당시 미국 육군 장관 하워드 태프트와 당시 일본 총리 가쓰라 다로 가 도쿄에서 구두 회담한 협약이다.
앞서 이 후보도 지난 12일 한국을 찾은 존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 승인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나중에는 분단도 역시 일본이 분할된 게 아니라 전쟁 피해국인 한반도가 분단되면서 전쟁의 원인이 됐다는 점은 전혀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이 후보 측은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언급한 것은 오소프 의원이 한미일 역사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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